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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번역 데버러 스미스 “한국의 훌륭한 문학작품들 덜 알려져”

부나 명예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문학작품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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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기자회견에서 데버러 스미스는 “부나 명예를 바라고 한 번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28세의 영국인 데버러 스미스는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한국문학번역원 초청으로 서울국제도서전 기간(15∼19일) 중 열리는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한강과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할 때는 눈물을 쏟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차분하게 응했다. “말하기보다 문장을 쓰는 게 편하다”며 스마트폰에 써온 소감문에서 그는 “주변에서 맨부커상 수상이 번역계 전체의 쾌거라고 해서 기뻤다. 많은 영국인들이 한강 소설을 읽고 있고,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다”고 소개했다.

질문은 번역과정에 집중됐다. “한국의 역사·문화적 특수성을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묻자 스미스는 소주·만화의 예를 들었다. 당초 영국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소설 문맥상 의미는 분명하지만 독자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소주는 ‘한국 보드카’, 만화는 일본식 표현 ‘망가(マンガ)’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는 “소주·만화가 다른 문화를 본 딴 파생물처럼 비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했고, 결국 편집자들이 생각을 바꿨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국인들이 한국 문학작품에 점점 익숙해지면 언젠가 한국의 문화 산물이 스시나 요가처럼 쉽게 이해될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번역 대상 작품은 어떻게 고르냐는 질문에는 “작품의 플롯이나 인물, 배경은 고정돼 있어 번역자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문체가 특이하고 독창적인 작품에 끌린다”고 했다. 『에세이스트의 책상』 등 한국인도 읽기 쉽지 않은 배수아의 소설을 세 편이나 번역해 놓은 데 대한 설명이었다. “도전적인 작품을 즐긴다”고도 했다.

그는 “나라마다 문학 세계가 매우 다르고 이질적이기 때문에 특별히 한국문학이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더도 덜도 아니고 다른 나라만큼 훌륭한 작품들이 한국문학에도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을 타는데 번역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느냐고 묻자 “노벨상에 대한 이런 집착이 약간 당황스럽다”고 했다. 또 “한국어를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언어를 배우자 문학작품을 읽고 번역하고 싶어졌고 그게 강한 동기가 돼 언어를 더 열심히 배운다”고 했다.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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