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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타도’ 꿈꾸는 시골 중학교 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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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 바둑 남중부 단체전 2연패를 달성한 백산중의 바둑부 학생들. 강유민·윤예성·김유찬·강창효군(왼쪽부터)이 바둑판과 바둑돌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둑부는 지난해 9월 창단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오후 3시 전북 부안군 백산면의 백산중학교 바둑실.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남학생 4명이 마주 보고 앉았다. 얼굴은 앳되지만, 눈빛은 형형했다. 지난달 강원도에서 폐막한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바둑 남중부 단체전에서 우승한 강유민(15·3학년)·윤예성·강창효(14·이상 2학년)군과 이달 초 청주에서 전학 온 김유찬(13·1학년)군이다.

전북 대표인 백산중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일 팀으로 출전해 여러 학교 선수들을 뽑아 구성한 다른 시·도 팀들을 제압했다. 바둑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난해 제주도 소년체전 우승에 이어 2연패다.
 
 
5~7살 때 바둑돌을 잡은 바둑부원들은 하나같이 말수가 적었다. 질문을 하면 “예”“아니오”란 짤막한 답만 돌아온다. 하지만 바둑관(觀)은 뚜렷했다. 바둑 두는 기풍과 좋아하는 프로 기사도 제각각이었다.

주장인 강유민군은 스스로 “실리보다는 전투형”이라고 소개했다. 좋아하는 프로 기사로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명승부를 펼친 이세돌(33) 9단을 꼽았다. “기발한 착상과 뛰어난 창의력 때문”이란다.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쥔 윤군은 부원들이 “우리 중 실력이 갑”이라고 인정한 백산중 최고 에이스다. 윤군은 “두터운 실리형”이라고 자평한다. 수읽기·끝내기·포석 등 모든 게 강하다는 박정환(23) 9단이 우상이다.

다음달엔 서울·경기를 제외한 전국의 바둑 영재들이 겨루는 지역영재입단대회를 앞두고 있다. 윤군이 우승하면 백산중 출신 프로 기사는 김민규·김영도·안정기·권주리에 이어 5명으로 늘어난다. 부안 출신인 고 조남철 국수의 후예들인 셈이다.

올해 소년체전 최우수선수상 수상자인 강창효군에게 기풍을 묻자 부원들이 대신 “MVP형”이라고 외쳤다. 정작 본인은 “못 두는 형”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강군은 “인성이 착한 목진석(36) 9단이 좋다”고 했다.

부원들은 방과 후 강종화(51) 감독의 지도로 기보(棋譜)와 사활(死活)을 공부하거나 바둑 사이트에서 ‘얼굴 없는 고수’들과 대국한다. “사활이 뭐냐”는 질문에 막내인 김군이 “수학에서 문제 푸는 것과 같다”고 대답했다. 김군은 전투형인 강동윤(27) 9단을 으뜸으로 쳤다.

고 고산(孤山) 정진석 선생이 1949년 설립한 백산중은 70년대 전교생이 1600명이나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농촌 인구가 급감하면서 학생 수가 72명까지 줄어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2009년 ‘바둑 특성화 학교’를 내세운 기숙형 자율중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는 전체 6학급 13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우승한 뒤인 9월 16일 대한바둑협회와 부안군의 지원을 받아 바둑부를 공식 창단했다. 이중배(59) 교장은 “바둑과 인성 교육을 통해 ‘미생(未生)’인 학생들을 ‘완생(完生)’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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