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새누리 계파 청산, ‘유관순’이 지켜본다

기사 이미지

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대강당 벽에는 김흥수 화백의 ‘유관순’이 좌석 쪽을 향해 걸려 있다. 아우내 장터에서 태극기를 든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의 불길을 댕기는 장면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정부가 사들였다. 감정가 5억원이 넘는 정부 보유 최고가 미술품이다. 가로 4m, 세로 3m에 달하는 대형 그림으로 출입문보다 커 액자를 분리해 강당 안으로 들였다고 한다. 작품 전면에 일제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두려움에 맞선 유관순 열사의 기백이 넘쳐난다. 국가 공무원을 양성하는 교육의 전당에 딱 떨어지는 그림이다.

지난주 말 이 공간에서 새누리당 워크숍이 열렸다. 11시간 행사에서 하이라이트는 맨 마지막 계파 청산 선언문 낭독식이었다. 70여 의원들이 “계파 청산을 통한 대통합의 정치를 적극 실천한다”고 외쳤다. 이런 선언을 하려면 적어도 총선 참패의 원인 규명과 계파 폐해에 대한 통렬한 반성, 그리고 계파 갈등의 유산인 탈당 인사들 복당 문제 등 현안을 놓고 난상토론이 선행돼야 한다. 양성평등 교육이나 북한 주민 실상을 다룬 영화를 보여주다 시간이 되자 계파 청산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말 일이 아니다. 현장을 지켜봤던 기자들이 코미디를 본 것 같다고 하는 이유다.

생뚱맞은 계파 청산 구호는 사흘도 못 가 흐지부지됐다. 주초 기재위원장 경선에서 야당에서 옮겨온 조경태 의원이 70표를 얻어 압승했다. 표결을 앞두고 정무위에서 기재위로 지망을 바꿨으나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을 업은 결과였다. 계파를 없애자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친박계는 표 동원력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줬다.

경쟁자였던 이종구·이혜훈 의원은 비박 성향 인사들로 기재위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기재위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경기침체 돌파를 진두지휘할 기획재정부를 소관 부처로 두고 있다. 김종인·유승민·추경호·김성식 의원 등 기라성 같은 경제정책통들을 4선이지만 기재위 경험이 없는 초짜 위원장이 이끌어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앞서 친박 표가 결집해 선출된 정진석 원내대표도 69표를 얻어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런 장악력을 기반으로 숨죽이고 있던 친박계 중진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내친김에 8월 ‘올림픽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는 게 목표일 터. 당 안에선 힘의 논리, 머릿수의 승부로 밀어붙일 수 있는데 이런 게임의 법칙이 새누리당이 소수파인 의회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게 딜레마다.

타협하고 상호 양보하는 게 해법인데 관건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적했듯 여당의 자율성을 청와대가 얼마나 인정해줄 것이냐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재원 정무수석의 어깨가 무겁다. 그날 워크숍에 참석했던 김 수석은 행사장 벽에 걸린 ‘유관순’ 작품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선배 수석들의 조언에서 돌파구가 나올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맡길 것은 과감하게 당에 맡기자고 대통령께 간언해야 한다.”(유인태 노무현 전 대통령 정무수석)

정 용 환
JTBC 정치부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