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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지랄발광의 카타르시스, 국립극단 '죽고 싶지 않아' 리뷰

달리고, 구르고, 치고받고 아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거침없이 벽을 기어오르고, 공중에 간당간당 매달리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내린다. 바닥을 기었다가 굴렀다가 느려지는 법이 있어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 한 마디로 ‘지랄 발광'을 한다. 서커스가 아니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의 모습을 표현한 무용이다. 위, 아래, 옆을 가리지 않고 무대의 사방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공연은 아이들을 2차원에 박제시키지 않았다.
 

‘2016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의 두 번째 작품 ‘죽고 싶지 않아(안무·연출 류장현)’는 춤과 연극이 결합된 ‘댄스 씨어터(Dance Theater)’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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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인터뷰] 연극 연출가 이래은, “관객의 상상이 무대를 채우죠”(http://tong.joins.com/archives/23797)

중2병,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나만 멋있게 생각하면 그만인 때.

청소년의 전두엽은 50%만 작동하기에 자기주도능력과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사랑·왕따·자유·중2병 등 청소년이 느끼는 온갖 감정이 몸으로 이야기 된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유홍영 소장은 이번 공연을 "춤으로 엮은 연극"이라고 표현했다. 인트로와 커튼콜을 포함, 총 10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각 장마다 독립적인 테마가 있지만 극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죽고 싶지 않아’다.
 

학교에서 치고받는 일상부터 사랑에 빠지는 특별한 순간까지, 연극은 청소년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기분이 바뀌고, 겁대가리 상실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다가도 끙끙 앓으며 바닥을 기는 모습이 딱 사춘기 아이들이다.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해 청소년의 뇌신경과 손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는 이러한 변덕과 불안이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단계’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양손으로 발목을 쥐고 고개를 땅에 처박은 채 뛰거나, 1999년에 미국 컬럼바인 총기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스로 죽은 척’하는 아이들의 장면은 ‘무엇이 아이들의 손발을 묶고 죽음을 택하게 만들었는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대사를 통해 성인의 역할은 강요와 간섭보다는 청소년의 옆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전달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빛나는 순간은 작품의 마지막 장 ‘왕따’를 극복하는 춤사위다.

'우리'는 때로 '너'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너'를 외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심지어 그런 '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이유로 '우리'에서 배제 당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버림받고 혼자 남겨진 '너'는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Did you think I’d crumble
(내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나요?)
Did you think I’d lay down and die
(내가 쓰러져 죽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Oh no, not I
(아니, 난 아니에요)
I will survive
(난 살아 남을 거예요)
Oh as long as I know how to love
(사랑하는 법을 아는 한)
I know I’ll stay alive
(내가 살아있을 거란 걸 알아요)
I’ve got all my life to live
(내겐 주어진 삶이 있고)
I’ve got all my love to give
(내겐 나누어줄 사랑이 있어요)
And I’ll survive
(그래서 난 살아남을 거예요)
I will survive
(살아남을 거예요)
– I will Survive, Gloria Gaynor
 

애니메이션 '리오2'의 OST 'Beautiful Creatures'에 맞춰 춤추는 커튼콜 장면은 '지랄발광'의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는다.

모두가 외계인 쳐다보듯 등을 돌릴 때, 또 다른 '너'가 같이 남아 리듬을 느끼며 박수를 쳐준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그 때에 필요한 건 작품에선 '춤'으로 표현된 '나만의 언어'와 그것을 지켜봐 줄 단 한 명의 '너'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일깨우는 짜릿한 장면이다.
 

“이 에너지가 전달돼 ‘투스텝 투스텝’으로 집에 가 ‘푸쉬업’이라도 하고 싶어지면 좋겠다”던 류장현 연출의 바람은 이뤄진 듯하다. 백문이불여일견인 공연이다. 해석하려 애쓰지 말고 보고, 듣고, 느끼면 된다. 공연장을 나오며 ‘죽고 싶지 않아!’라고 외치며 춤을 추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16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 죽고 싶지 않아

공연 기간 6월 9일~6월 19일
장소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공연 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화요일 휴관
입장권 전석 3만원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문의 1644-2003


글=김재영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사진제공=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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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감정 어떻게 다스릴까

ⓒ Daniel (https://www.flickr.com/photos/danielito311/584729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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