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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유레카, 유럽] 잔류파 캐머런 “잠 못자” 탈퇴파 다이슨 “EU 밖에 더 많은 돈”

“진짜 불안하다.”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의 시티에서 일하는 한 금융인이 최근 한 토로다.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Brexit·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두고서다. 그는 “탈퇴할 리 없다고 여겼는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탈퇴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했다.

그만이 아닐 게다. 2013년 보수당 내 브렉시트파 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이 상황에 처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잠도 못 자고 걱정하고 있느냐”란 질문에 “당연하다.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일도 있다.

영국 안팎에선 얼마 전까지 “결국엔 잔류가 이기겠지”란 기대가 있긴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영국을 방문, 잔류 쪽에 강하게 힘을 실어준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올라간 일도 있다.

그러나 최근 탈퇴 쪽에 힘이 실리는 듯한 여론조사 발표가 나오면서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0일 발표된 ORB의 온라인 여론조사가 충격파였다. 탈퇴 쪽이 10%포인트까지 앞선다고 나와서다. 투표 의사까지 감안한 것으로 탈퇴를 지지한 의견이 55%인 반면, 잔류 쪽은 45%에 그쳤다. 최근 1년 사이 나온 조사 중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줄곧 잔류 가능성을 높게 봤던 베팅 업체들이 승률을 재조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베트페어는 잔류 가능성을 78%→70%로 낮췄고, 래드브로크는 브렉시트 가능성은 27%→30%로 높여 잡았다. 파운드화 가치도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온라인 조사인데도 11일 발표분은 또 달랐다. 한 조사는 잔류가 2%포인트 앞선 반면, 또 다른 조사에선 1%포인트 뒤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 10일 ORB 조사가 튀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전화 여론조사에선 잔류 의사가 오차 범위 밖으로 안정적으로 앞서고 있다.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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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가 이러니 “도대체 어느 게 맞느냐”“맞기는 한 거냐”는 논란 또한 거세다. 더욱이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노동당만 아니라 여론조사기관들도 ‘참패’했었다. 대부분 기관이 내내 박빙 승부를 예상했고 일부는 노동당의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실제론 보수당의 과반 승리였다. 이후 꾸려진 조사위원회에서 “조사대상 집단의 대표성이 부족했다”는 결론을 냈고 조사기관마다 보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피니엄이란 여론조사기관이 패널 조사 방식에다 과거 투표 행태, 영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국민투표 양상까지 감안해 잔류 쪽이 44%, 탈퇴 쪽이 42%란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13%가 ‘모른다’고 답했는데 이들이 투표일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어느 쪽이든 나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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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이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잔류 쪽이 절박해졌다. 입장 표명을 자제하던 영국 국교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평화와 화해를 위해 장벽이 아닌 다리를 놓아야 한다”며 “나 자신은 그동안 말한 것과 경험한 일에 근거해 EU 잔류에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에게도 “관용과 희망, 신뢰를 가지고 투표하길 바란다”고 했다. 탈퇴파인 영국독립당의 나이젤 파라지 당수로부터 “이민 문제를 외면하는 나쁜 대주교”란 비난을 들었던 그는 “우리의 가장 나쁜 본능(반이민·인종주의)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말도 했다.

한때 정적이었던 보수당의 존 메이저 전 총리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함께 “브렉시트가 결국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독립으로 이어져 영국 해체에 이를 수 있다”고 호소한 일도 있다.

반면 쓰레기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로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된 제임스 다이슨 경은 “영국은 EU 밖에서 더 많은 부(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오래전부터 잔류를 호소했다. 1992년 영국이 유럽환율 매커니즘(ERM)에서 탈퇴하는 계기가 된 ‘검은 수요일’의 파운드 투매 사태를 주도한 장본인인 조지 소로스는 “이번엔 영국이 EU에 잔류해야하고 또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잔류 진영의 ‘라인업’이 더 화려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만 탈퇴를 찬성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러나 반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캐머런 총리가 잔류를 주장하면 주장할 수록 잔류 여론엔 좋지 않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다. 영국의 시사주간인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도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반감이란 토양 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령 잔류 진영이 이기더라도 여진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정애 런던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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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