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현장에서] 끝없는 계파 싸움…한밤 취중 충돌 우려 당일치기 워크숍

기사 이미지

【과천=뉴시스】전신 기자 =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0일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정책워크숍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소속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계파 청산”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특강 듣고 기념사진 찍고 영화 관람
의원들은 상임위 배분에만 관심
당 혁신, 계파 갈등 해소, 복당 문제
또 싸울까봐 현안으로 안 올려

정진석 원내대표 등은 10일 오후 9시20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20대 국회 첫 정책 워크숍을 마친 뒤 계파 청산 대국민 선언문을 낭독했다. 의원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은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것이다.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결과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외쳤다.

워크숍의 시작도 계파 청산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워크숍 시작을 알리면서 “계파 문제는 이제 정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또다시 계파 타령을 하면 당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1시간 동안의 워크숍에서 새누리당은 시작할 때와 끝날 때를 제외하고는 계파 청산이나 혁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줬다. 정 원내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혁신과 통합을 강조하며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알맹이였다. 오전 스케줄은 특강(노동개혁 등)을 듣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게 다였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새누리당 당직자에게 “총선에 참패한 당의 첫 의원 워크숍이 너무 헐렁한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속사정을 들려줬다.

“원래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밤 중 취중에 의원들 간 충돌이 우려되는 데다, 이틀을 채울 만한 커리큘럼도 마땅치 않다는 의견에 밀려 ‘당일치기’로 바꿨다.”

수면 위 모습과 달리 충돌까지 우려할 정도로 계파 간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이란 얘기였다. 실제로 의원들은 워크숍장에서도 주류(친박) ‘최경환-홍문종-이장우’, 비주류(비박) ‘김무성-이혜훈-김성태’ 등 계파별로 삼삼오오 모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의원들 사이에서 오가는 얘기도 당 혁신보다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와 국회 상임위 배분 문제에 집중됐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은 “최경환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는 얘기가 오늘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다”고 전했다.

오후 들어 특강(20대 국회와 대선전략)과 주요 정책 법안 설명 뒤 1시간30분 동안 비공개로 분임(8개) 토론에 들어갔다. 16개 상임위(예결특위, 윤리특위 제외)를 2개씩 묶은 다음 의원들이 지망하는 상임위가 있는 회의실로 들어가 관련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염불(정책)보다 젯밥(상임위 배분)이었다.

상임위원장을 노리는 3선급 후보군은 상임위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등 자신이 적임자임을 동료 의원들에게 홍보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초·재선 의원들도 ‘인기 상임위’에 들어가기 위해 원내 지도부가 있는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등 분임토론 내내 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어수선함이 가시기도 전에 일정은 영화 관람(태양 아래)→양성평등교육→‘계파 청산 선언문’ 낭독으로 끝이 났다.

당 혁신도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고,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는 시간이 없었다. 당직자들은 기자들에게 “당이 자꾸 싸우는 모습이 언론에 나가는 게 부담돼 아예 복당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자리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는 ‘이상한 변명’만 되풀이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당 자리까지 내줄 정도로 말 그대로 대패(大敗)했다. 이날 워크숍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의원들이 모여 당 재건과 혁신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11시간 내내 워크숍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한숨과 낙담, 그리고 회한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4월 13일 밤과 4월 14일 아침의 충격을 새누리당 사람들은 깡그리 망각했다는 점이다.

오후 9시30분쯤 남은 의원들(122명 중 73명)은 이날 하루 종일 입고 있던 빨간색 단체복을 벗어던지며 서둘러 강당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벗어던진 단체복엔 ‘새롭게 혁신’이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과천=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