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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이 만난 사람] 퇴임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반기문·원희룡·유승민·안철수라면 도와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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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전 의장은 “아쉬웠던 것은 소명으로서의 정치보다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보다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어쨌든 한 번 더 해봐야 되겠다며 주중이든 주말이든 지역구만 다니는 행태가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넥타이를 풀고 바다색 와이셔츠를 둥둥 걷었다. 정의화(68) 전 국회의장은 늘 정장 차림이다. 의원들에게도 넥타이와 배지 착용을 요구했다. 그런데 8일 만난 그는 임기를 마친 뒤 자연인으로 돌아간 느낌을 즐기는 듯했다.

어떤 직위 목표 안 두고 하늘에 맡겨
새누리 무능·나태해져 떠날 생각

이원집정부제·중대선거구제로
대통령 당선 뒤 1년 내 개헌해야

퇴임 직전 발족한 여의도 ‘새 한국의 비전’ 사무실은 좁고, 아직 정리가 안 돼 있다. 칸막이를 친 회의실 벽에 급하게 현수막을 붙였다. ‘새 한국의 비전’이란 글씨와 동그란 로고를 새겼다. 4분의 3 정도 크기의 고리 모양에 녹색- 파랑- 빨강이 이어진다. 그는 “3당의 상징색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주장한 ‘빅텐트’를 상징하는 모양이다.

“6월 한 달은 준비단계에 있고요, 우선 어젠다를 정리해서, 여기서 라운드 테이블로 세미나를 하고, 책도 만들려고 합니다. 연구원장을 맡은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사표 내고 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할 겁니다. 또 시민교육 아카데미를 하려고 해요. 정경학숙 식으로 석 달 코스 20명 정도씩 일종의 최고위과정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중도세력의 빅텐트’다, ‘새 정치 마중물’이다 하셨는데 추상적입니다.
“싱크탱크하고 정치적인 행동하고는 다르게 봐줘야 합니다. 이걸 같이 묶어서 보니까 정의화가 이것을 이용해서 뭘 하려고 한다고 오해합니다. 신뢰가 충만한 건강한 사회, 공정한 사회, 그것을 위해서는 탈이념적으로, 초당파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되겠다,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말하는 게 ‘빅텐트’고요. 정치적으로는 앞으로 정당을 만들지, 정치결사체를 만들지, 아니면 혼자 목소리를 낼지 모르지만 중도 보수,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그런 정당이나 정치 이념 쪽으로 가겠죠.”
‘새 한국의 비전’은 싱크탱크고, 그 이후 정치행보는 별개로 보라는 말씀이죠.
“그렇죠.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대통령 출마 이전에 연구원을 하나 만들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런 것하고 결부하니까 ‘아, 정의화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 저러는 거 아니냐’ 하고 보는 거죠. 그건 아닙니다. 여생에 어떤 직위를 목표로 두고 싶진 않습니다. 그것은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손학규 전 대표는 참여 안 한다더라’고 말했는데.
“내가 참여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죠. 5·18 행사에서 손 전 대표를 만나 반갑다고 악수 한 번 한 게 다예요.”
정치 행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저도 20년 동안 지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7월부터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현재로는 딱히 어떻게 하겠다는 그림이 나와 있지 않은데, 기존의 정당? 그건 돈이 많이 들잖아요. 내가 병원 팔아서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불가능한 것이고. 저는 기존과 같은 정당은 아예 생각이 없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은 정당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대표자를 뽑아놨는데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이 가서 딴짓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반 정도라도 직접민주주의적인 그런 시스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부산 중·동구에서 15대부터 19대까지 내리 5선을 했다.
올 초까지도 총선에 출마하려 하셨는데.
“아닙니다. 그건 오해인데요. 내가 출마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해 11월 정도입니다. 내 지역구가 나뉠 위기여서 그게 기정사실이 될까 봐 발표를 미뤄 놓은 겁니다. 광주의 상당히 중요한 그룹들이 저한테 출마를 종용했을 때는 고민했어요. 내가 아무리 명예시민이지만 그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이 그 지역 대표가 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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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전 의장은 “아쉬웠던 것은 소명으로서의 정치보다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보다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어쨌든 한 번 더 해봐야 되겠다며 주중이든 주말이든 지역구만 다니는 행태가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그는 “역대 의장들이 원하면 비례대표를 줘서라도 국회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게감 때문이라면 국회의장을 돌아가며 할 게 아니라 정말 존경받는 분이 더 오래 하면 어떠냐고 묻자 취임 초기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국회의장이 되니 청와대 비서실장(그때는 김기춘)이 국회 사무총장을 추천할 생각을 하더라고요. 제가 그분이 추천한 분 대신 박형준 사무총장을 임명한 건 국회를 좀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죠. 물론 추천한 그분도 훌륭한 분이었어요. 인간적으로도 가깝고, 선수(選數)도 저하고 같고…. 그때 ‘(개혁을 하려면) 최소한 3~4년은 해야지 짧아’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2년쯤 되니까요, 아, 힘들더라고요. 야, 2년이면 충분하다….”

정 전 의장 휴대전화로 ‘대표최고위원 김무성’ 명의로 새누리당에 복당됐다는 문자가 왔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입당 서식에 직접 사인을 안 해도 되는 건지 확인하라고 비서에게 지시해 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여튼 내 의지는 새누리당은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탈당합니까.
“새누리당이 우리가 그동안 공을 들여 왔던 그런 보수정당으로서의 능력이나 생동감을 잃어버렸어요. 이번 공천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함을 봤고요. 굉장히 무능하고 나태해진 그런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내가 들어가서 과연 치료해낼 수 있는가. 내가 들어간다 하면 상임고문 정도 될 거예요. 당 지도부가 결정하면 멍하니 보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네 이놈!’ 하는 수준이죠. 저는 그런 걸 하려고 정치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19대 국회가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의장을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평가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국회도 조금씩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아쉬웠던 것은 소명으로서 정치보다는 국회의원직을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국회의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느낌을 받은 거예요. 다음 세대보다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는, 어쨌든 한 번 더 해봐야 되겠다, 지역구밖에 믿을 게 없다, 그래서 주중이든 주말이든 지역구를 다니는… 그런 게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중심제라는 승자독식 구도 때문 아닌가요.
“저는 개헌을 해야 된다고 보고요. 대통령이 당선되면 1년 내로 개헌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 권한을 좀 더 준다 하더라고 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게 맞습니다. 이젠 소선거구제보다는 중대선거구제로 가서 다당제로 가야 합니다. 다당제가 되면 연정 안 할 수 없고 협치(協治)를 안 할 수 없는 거죠. 그 속에서 우린 통합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 시대 최대의 화두는 통합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있으면 그분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다음 대통령이 자기 임기를 다 날리고 초반에 하겠습니까.
“그게 문젠데…. 정치가 갈수록 더 나빠지는 게 포퓰리즘 때문입니다. 대통령 선거 때 복지 포퓰리즘, 국회의원 선거 때 복지 포퓰리즘, 국가적으로 굉장한 부담이 돼요. 선거를 하나로 합해야 합니다. 이제는 한 사람이 뛰어나서 나라를 끌고 가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그룹으로 해야 합니다. ‘서태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도 있어야 합니다. 그중에서 청와대 수석도 할 것이고, 장관도 할 것이고, 그렇게 가야 합니다.”
뜻이 맞는 사람 있으면 대통령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후보가 지금 있습니까.
“개개인들은 다 훌륭하잖아요? 3선 정도 경험을 한 사람이면 대통령 자격은 다 있다고 봐요. 제가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나 그런 사람을 지원할 순 없다고 봐요. 제가 몸담았던 보수 쪽, 중도를 생각한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의원, 그런 사람… 그 다음에 중간지대로 본다면 안철수 같은 경우. 안철수 의원은 아직까지 경륜이 더 쌓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대표는 상당히 영혼이 맑은 사람이거든요. 정치판은 호락호락해선 안 돼요. 그런 분들이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을 하죠.”
지원에 무게를 두시는 거네요.
“나는 부족하기 때문에 의장 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 도움을 받았는지 몰라요. 그 덕분이지 내가 개뿔 뛰어나고 잘해서 박수 받고 끝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경외과 의사 …의사당서 쓰러진 권익현·김용갑 전 의원 응급처치해줘

정 전 의장은 경남 창원군(현재 진해시)에서 중학교 교장이던 정윤호씨의 둘째로 태어났다. 포은 정몽주의 20대손이다. 그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부산중·고, 부산대 시절에는 반 대항, 과 대항 야구선수로 뛰었고, 대학 시절 합기도를 하다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진에 빠져 전국대회 입상도 했다.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어 수익금을 모두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신경외과 의사다. 그의 형도 신경외과 의사다. 그래서 그는 정형외과를 원했지만 장모의 권유로 전공을 바꿨다. 부산의 봉생신경외과가 처가다. 직원 60명이던 것을 그가 맡아 900명 규모의 종합병원(봉생병원)으로 키웠다.

국회의사당에서 쓰러진 권익현·김용갑 전 의원, 중남미 순방 중 비행기에서 여자아이를 응급처치해 줬다. 2012년 장준하 선생의 유골 사진을 보고 트위터에 “선생의 두개골이 신경외과 전문의인 내게 외치고 있는 듯하다. 타살이라고!”라고 올렸다. 그는 당내에서 “대통령 선거를 석 달 앞두고 무슨 짓이냐”는 비난을 받았지만 “의사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 때 처음 출마를 생각했다. 5공 실세였던 민정당 허삼수 후보를 찾아갔다. “동구에 살지도 않는 노무현이 왜 나오느냐”며 출마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출마하지는 않았다. 노 후보가 당선됐다. 14대는 허삼수 후보가 당선됐고, 15대에 김영삼 전 대통령 공천을 받은 정 전 의장이 내리 5선(選)을 했다. 허 전 의원은 정 전 의장의 초·중·고 10년 선배다.

김진국 대기자 kim.jinkook@joongang.co.kr
정리=박가영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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