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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의원 300명에 기자 1747명…정진석 “걸려오는 전화 하루 80통”


기자들에게 포위당한 국회
 

화장실 가요. 화장실! 화장실까지 쫓아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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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는 백브리핑 때마다 회의장 앞 복도는 좁다며 기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넓은 장소로 이동한다. 기자들은 그곳을 ?박지원 존?이라 부른다. 10일 현재 국회를 취재하는 출입기자는 1747명에 달한다. [사진 박가영 기자]


지난 6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귀빈식당 별관에서 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원 구성 협상을 벌였다. 비공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회담장 앞 복도에 취재진 50여 명이 진을 쳤다. 한 시간 뒤인 오후 3시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를 시작으로 새누리당 김도읍,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이 차례로 회담장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때를 놓칠세라 기자들이 우르르 따라가며 협상에 진전이 있는지를 물었다.

온라인 매체 늘며 출입기자 급증
10년 새 3배로…의원 1명당 6명꼴
“보는 눈 많아 국회 투명해지는 효과”


오후 5시30분 세 원내수석이 회의장 문을 열더니 “각자 내부 조율을 거쳐 오후 8시 여기서 다시 만난다”고 밝혔다. 원내수석들이 각 당 원내대표실로 향하자 기자들도 세 그룹으로 흩어졌다. “법 위반 않고 내일(7일) 개원할 수 있겠습니까?” “몇 부 능선을 넘은 거예요?” 국회의사당 복도에서 세 개의 무리로 나뉘어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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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으로 20대 국회에 등원한 의원은 300명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선출 등 의장단 구성을 마친 20대 국회는 13일 개원식을 한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국회의원이 등원하는 순간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대상이 출입기자들이다.

10일 현재 국회를 담당하는 출입기자는 1747명이다. 의원 1명당 평균 6명꼴이다. 10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하면 국회의원은 299명에서 1명이 늘었지만 이들을 취재하는 인력은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회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2007년께부터 정치 분야를 다루는 온라인 매체가 급증한 데다 국회 역할이 점점 커지는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많아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 대상’이 됐다. 방송기자 출신인 더민주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국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취재하는 매체와 종사자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며 “정치인의 말 한마디나 심지어 기침 소리까지 이젠 누군가가 들여다보기 때문에 국회가 더 투명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과거 같으면 부각되지 않고 넘어갈 언행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난 4월 26일 경기도 양평리조트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옆자리에 앉은 박지원 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도 모를 것 같다”고 귀엣말을 했다. 안 대표는 기자가 옆에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이 발언은 즉시 인터넷을 통해 퍼졌고 새누리당에선 “대통령을 조롱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카메라기자들의 망원렌즈에 포착되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고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본회의장 좌석에서 과자를 먹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국회가 속속들이 알려지는 건 좋은데 국회가 희화화되거나 갈등만 부각되는 건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고충을 토로하는 정치인들도 생겨났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하루에 전화가 80통 걸려오는데 도저히 다 받을 수 없으니 언론사마다 한 명씩만 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목포에서 ‘이난영 가요제’에 함께 참석했다가 취재진의 전화가 폭주하자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와 손 대표는 떨어져 앉아 있습니다. 전화 못 받으니 걸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변인만 여덟 차례 지낸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서 마이크를 잡는 방식으로 현안 브리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의원과 기자들의 소통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각 정당은 주요 일정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공지하다가 최근 들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 측 김명진 비서실장은 기자들의 ‘단톡방’(단체채팅방)까지 이용하고 있다. 김 실장은 “수많은 취재진에게 당의 움직임이나 행사, 입장을 효과적으로 알리려면 순식간에 전파되는 수단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단체로 질문을 주고받을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SNS를 통해 일정을 알린다. 지난 7일 밤 더민주 출입기자들의 단톡방에는 ‘문 전 대표가 다음주부터 네팔 일대를 방문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방문 목적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왔다.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식사를 함께할 때면 양해를 얻은 뒤 휴대전화로 기자의 얼굴 사진을 찍어 전화번호를 저장한다. 그래야 많은 기자 중 안면 있는 기자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에서 매일 결정되는 사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며 “국회의원들이 신경 쓰이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최단 시간에 소식이 전해지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원들 스마트폰 보안필름 부착, 배터리 20개 휴대도

국회의원과 기자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 필수품)’도 변했다. 변화의 중심엔 스마트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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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기자의 상징이던 취재수첩과 볼펜. ② 필수 취재 도구가 된 스마트폰. ③ 스마트폰용 고속충전기와
외장 배터리. ④ 취재 현장에 나타난 휴대용 의자.


지난 1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그는 “죄송하지만 제 거는 안 찍혀요”라며 웃었다. 옆에선 화면을 볼 수 없는 보안필름을 부착해서다. 과거에 의원들이 종종 밀담이나 청탁성 대화 등을 보다가 국회 사진기자들에게 찍혀 구설에 오른 뒤 생긴 변화다.

이종걸 전 더민주 원내대표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무려 20개 지니고 다녔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전화를 받기 위해서다. 최근엔 ‘배터리 일체형’ 제품이 많아지면서 외장형 배터리와 고속 충전기가 필수품이 됐다. 스마트폰은 기자들의 상징인 ‘취재수첩과 볼펜’의 자리까지 밀어내고 있다.

‘빅 샷’으로 불리는 의원이 입을 열면 수십 개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의원 얼굴로 향한다. 카메라기자들의 “폰 좀 내려 주세요”라는 고성이 뒤엉킨다. 취재수첩 대신 노트북 컴퓨터가 그 자리를 점령했다. 최근엔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스마트폰에 연결해 쓰는 경우도 많다. ‘손’ 빠른 기자들은 의원 얘기를 실시간으로 카톡창에 받아치기도 한다. 비공개 회의장 앞을 지키는 기자들은 휴대용 낚시 의자를 필수 아이템으로 꼽기도 한다.

박가영 기자 park.ga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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