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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정글북'의 완벽한 '디지털 정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실사영화 ‘정글북’(원제 The Jungle Book, 6월 9일 개봉, 존 파브로 감독)을 보고 나오면, 그 아름다운 영상에 잠시 멍해진다. 그러다 여러 궁금증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개봉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8억9000달러가 넘는 경이로운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정글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영화에는 어떤 마법이 쓰인 걸까. 존 파브로 감독, 로버트 르가토 시각효과 수퍼바이저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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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글북` 스틸컷]

1894년 출간된 영국 작가 J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을 디즈니가 동명의 애니메이션(볼프강 라이트먼 감독)으로 처음 제작한 것은 1967년. 이어 1994년에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도 나왔다. 같은 원작을 또다시 영화로 만드는 일은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디즈니는 그간 쌓아 온 모든 노하우를 집결해, ‘정글북’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만들어 냈다. 감동과 재치를 녹인 스토리에서부터 ‘마다가스카’ 시리즈(2005~2012)를 거쳐 ‘주토피아’(2월 17일 개봉, 바이런 하워드·리치 무어 감독) 등을 통해 진화한 동물 캐릭터 묘사까지. 디즈니의 정수라 할 만한 것들이 모두 ‘정글북’에 녹아 있다.

오! 놀라워라, 100% CG로 만든 정글의 세계

늑대 락샤(루피타 뇽·목소리 출연)의 품에서 자란 모글리(닐 세티)는, 정글의 모든 동물과 친구인 아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앙심을 품은 호랑이 쉬어칸(이드리스 엘바·목소리 출연)의 위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정글을 떠나게 된다. 그를 보호하는 것은 영리하고 엄격한 멘토인 흑표범 바기라(벤 킹슬리·목소리 출연). 여행 중 바기라와 헤어지게 된 모글리는 뱀 카아(스칼렛 요한슨·목소리 출연)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곰 발루(빌 머레이·목소리 출연)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점점 지혜롭고 용기 있는 소년으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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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글북` 스틸컷]

놀라운 건, 모글리의 모든 친구가 100% CG(컴퓨터 그래픽)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존 파브로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솔직한 감동을 끌어낼 수 있도록, 기술적 한계를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관객이 잠재의식 속에서 가짜로 느낄 만한 모든 요소를 없애겠다는 각오로 작업했다. 우주선이나 수퍼 히어로를 만드는 건 차라리 쉬운 일이다. 상상하면 되니까. 하지만 살아 있는 동물을 CG로 만드는 건, 정말로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시작은 당연히 철저한 자료 조사. “실제 세상에 기반을 둔 ‘포토 리얼’ 영화, 즉 사진처럼 진짜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로버트 르가토 시각효과 수퍼바이저), 이 영화의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리얼리티를 살리는가”였다. 다큐멘터리·사진·책을 참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 전문가의 컨설팅까지 총동원됐다. 표범·호랑이·곰·뱀·늑대 등 70여 종이 넘는 동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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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글북` 스틸컷]

대강의 밑그림을 그리고 본격적인 CG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중요했던 것은 모션 캡처 작업. 내로라하는 시각효과 스튜디오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이 공동으로 설립), 세계적인 디지털 시각효과 스튜디오 웨타(WETA) 등이 참여했다. 모션 캡처 전문 배우들이 동물 캐릭터의 움직임을 연기하면, 시각효과팀은 여기에서 얻은 영상을 바탕으로 발루·바기라·락샤 등의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의 활용이 특히 두드러지는 대목은, 원숭이들이 모글리를 납치하는 장면.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빠르고 경쾌한 움직임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동물 각각의 아주 미묘한 개성을 살리는 건 온전히 시각효과팀 몫이었다.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 등에 참여한 스태프들이 이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호랑이 털이 한 올 한 올 보일 것만 같았던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더 나아가, 근육의 움직임이나 피부의 질감 등을 더 섬세하게 보여 줄 새로운 CG 프로그램까지 개발됐다. 우거진 숲과 흐르는 강물 등 수많은 동물이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정글도 역시 CG다. 실제 정글에서 촬영하고 동물 캐릭터만 CG로 덧붙이는 방식이 아닌, 완전한 ‘디지털 정글’을 구현해 낸 것이다. 제작진은 인도 남부 방갈로르 정글에서 촬영한 10만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이끼·나무껍질·바위·물 등을 수작업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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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글북` 스틸컷]

이제 남은 것은 닐 세티가 등장하는 실사 촬영. ‘정글북’의 대표 이미지라 할 수 있는, 발루와 모글리가 함께 강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은 제작진이 두 개의 거대한 수조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모든 것이 CG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유일무이한 배우였던 닐 세티는 어떻게 감정을 이끌어 냈을까. 비밀은 인형극 공연자에 있었다. 이들이 발루나 쉬어칸을 대신 연기한 덕에, 그의 수월한 감정 연기가 가능했다. “그저 테니스공을 막대기 끝에 끼워, 닐 세티에게 그걸 보면서 연기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미소 짓는 사람을 보며 연기할 때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르가토 시각효과 수퍼바이저의 설명이다.

모든 최첨단 기술이 동원됐지만, ‘정글북’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특히 닐 세티와 발루의 목소리를 연기한 빌 머레이가 보여 준 교감이 따뜻하고 유쾌하다. ‘정글북’은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가장 최신의 기술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사람이 만나 이뤄 낸 성과다. 고전을 뛰어넘는 새로운 클래식의 탄생이다.
 
 '정글북'과 더불어 자란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다
존 파브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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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존 파브로 인스타그램]

‘정글북’의 경이로운 세계를 만든 이는 ‘아이언맨 1·2’(2008·2010) ‘아메리칸 셰프’(2014) 등을 만든 존 파브로(50) 감독이다. 그는 서면으로 보낸 질문지에 겸손하면서도 유쾌한 답을 보내왔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고전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큰 인기를 끈 작품을 실사영화로 만드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정글북’ 연출을 꼭 맡고 싶었던 이유라면.
“어릴 때 J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을 읽으며 가장 크게 감동받은 건, 모글리와 발루 사이의 유대감이었다. 모글리는 항상 떠들썩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말썽꾸러기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덩치 큰 야생 동물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된다. 그런 모글리가 정말 좋았다. 또 디즈니의 열정, 정확히는 앨런 혼 회장의 열정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정글북’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과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기술이 충분히 발전했다며 나를 설득했다.”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싶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성장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오리지널 작품의 아름다운 요소들을 많이 집어넣고 싶었다. 아직까지 대중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음악이라든가 유머, 캐릭터 같은 것들 말이다. 한편으로는 업데이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어린이 관객을 위한 뮤지컬 장르였던 오리지널 버전을 전 연령층 대상의 어드벤처영화, 보다 성숙한 영화로 바꾸고 싶었다.”

실사영화에 그대로 옮겨 오고 싶은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만화경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을 가진 뱀 카아의 모습, 발루의 배 위에 모글리가 앉아 둘이 함께 강물을 떠내려가는 장면. 무엇보다 캐릭터 사이의 우정이 좋았다. 아, 숲속에 도사리고 앉아서 소년을 지켜보던 호랑이의 모습도! 이야기보다 더 강렬한 건 이미지였고, 그 영화와 더불어 자란 우리 세대를 위해 그런 이미지도 이 영화에 살려 냈다.”

목소리 출연진이 쟁쟁하다. 목소리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관객에게 인공적인 느낌을 준다.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캐릭터에 인간미와 감동을 불어넣어 줄 배우들이 필요했다. 다행히 처음에 원한 대로 잘 나왔다.”

‘정글북’은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한 영화로 알려졌다. 이들을 한데 모으기 어렵지 않았나.
“첫 번째 영입 대상은 바로 로버트 르가토였다. 그는 시각효과 수퍼바이저로서 탁월한 기록을 가진 사람이다. ‘타이타닉’(1997,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휴고’(2011,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데다 ‘아바타’(2009,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작업했으니까. 그를 중심으로 ‘라이프 오브 파이’(2013, 이안 감독) ‘그래비티’(2013, 알폰소 쿠아론 감독) 등에 참여한 이들이 모였다. 이들과 함께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계획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쉬어칸의 위협이 시작된 후 정글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모글리가 자기를 길러 준 엄마 늑대 락샤에게 빗속에서 이별을 고하는 장면. 이별하면서 둘이 이마를 맞대는데, 그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엄청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추방당하듯 떠나는 모글리의 상심도 와 닿고. 시각효과로 만든 장면임에도 닐 세티와 락샤의 목소리를 연기한 루피타 뇽을 통해, 우리는 그들 사이의 따뜻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가장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오래된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시대를 관통해 울림을 전하는 메시지와 마주하게 된다. 두려움이나 소외감을 극복하는 것, 소속감을 느끼며 삶에 적응하는 것, 아이가 성년이 되어 가는 것 등. 이러한 것은 시대 변화와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정글북’을 비롯해 내가 만든 영화들에 등장하는 주제 역시 ‘개인 vs 집단’ 그리고 ‘믿음 vs 두려움’에 관한 것이다. 물론 ‘아이언맨’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CG의 진화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로버트 르가토 시각효과 수퍼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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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바타` 스틸컷]

‘정글북’의 시각효과 수퍼바이저 로버트 르가토(60)는, 할리우드의 여러 명감독이 탐내는 시각효과의 장인이다. ‘타이타닉’‘아바타’ 외에도 수없이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CG로 자연과 동물을 그린 영화는 꽤 있었다.
‘정글북’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은데. “다른 영화와 차별화하고 싶었던 부분이라면, 정말 진짜처럼 만들고 싶었다. 과장하거나 의인화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간결하지만 어려운 문제다. 사실적인 정글의 배경을 만든 덕에, 동물의 디자인에 부린 기교를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었다.”

정글을 만든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면.
“물론 ‘정글북’은 CG로 제작한 영화지만, 과거의 모든 경험이 없었다면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진화와 같다.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애쓰기 때문에, 과거의 기술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는 식이다. 더 중요한 건, 참고할 만한 사진과 영상을 가능한 한 모두 찾는 거다. 이를 엄청나게 조합한다. 시나리오의 모든 장면마다 나오는 각각의 특정 움직임을 일일이 찾고 분류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실제 광원을 모방해 자동적으로 장면을 구현하는 기술인 ‘광선추적법(Ray Tracing)’ 등도 쓰였다.”

가장 작업하기 힘든 장면은 무엇이었나.
“모든 장면이 힘들었지만, 특히 비가 내리는 장면을 완벽하게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쉬어칸이 영화에 처음 등장한 장면이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 섞여 있다.”

원숭이들이 모글리를 납치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인데.
“애니메이션 촬영과 실사 촬영의 상호 작용이 완벽해야 했던 장면이다. 닐 세티가 모션 캡처 연기자 수십 명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졌다. 그에게는 재미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그걸 아주 매끄럽게 보이도록 작업한 웨타 스튜디오에게는 악몽과도 같았을 거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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