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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잘못된 관행 고치겠다” 정책 판단에 칼 겨눈 검찰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문제를 되짚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공적 자금이 들어간 회사를 살리는 게 이번 수사의 목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명줄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전격 수사로 완전히 문 닫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검찰 고위 관계자가 9일 내놓은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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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는 ‘큰 집은 죽지 않는다’는 바둑 용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대기업 파산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의미로 주로 쓰였다. 하지만 영업 적자가 이어져도 정부가 나중엔 도와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대기업들의 안일한 기대는 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무너졌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첫 수사 성패는 ‘대마(대우조선해양)’에 얼마나 칼날을 제대로 들이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은 이전부터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대우그룹 해체(2000년)와 조선업계 불황(2015년)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총 7조1000억원이 들어갔다. 이는 방만 경영과 부실 감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일단 단순히 경영진 비리·기업 분식회계를 단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과정과 경위까지 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건에서의 대마불사는 두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정부가 조선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감안해 대우조선해양의 환부(患部)를 도려내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엔 공적 자금 투입이란 정책적 판단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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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위기에 처한 공기업 등이 정책 당국의 판단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아 사업을 계속 추진하다 결국 실패한 사례는 적지 않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이 대표적이다. 2003년 카드대란으로 외환은행이 위기에 처하자 당시 재정 당국은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했다. 이후 론스타가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려 하자 국부 유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은 당시 의사 결정에 관여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검찰은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위기를 축소 보고했다”며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6년의 법적 공방 끝에 법원은 “정책 판단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가 극도로 악화된 재무구조의 위험성을 알고도 무의미한 지원을 해 줬다면 ‘악의적 대마불사’에 해당돼 배임 혐의 등의 적용이 가능하다. 또 정·관계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사적인 관계를 맺거나 대가성 금품이 오갔다면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특별수사단은 정책 판단의 경로를 따지면서 이런 범죄의 단서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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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회계 부정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공적 지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개입한 모든 인물을 겨냥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등 경영진은 물론이고 딜로이트 안진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공모를 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관련자들의 로비가 정책 결정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배경이 이번 수사의 정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지주 회장은 “당시 4조2000억원 추가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기동 특별수사단장은 2009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일 때 대우조선해양의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을 맡아 회사 간부 5명을 기소한 인연이 있다.

오이석·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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