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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게리 넬 CEO ‘한국인이 한국인을 위해 만든’ 콘텐트 늘리겠다

『총·균·쇠』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와 영화 ‘타이타닉’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NGS)의 ‘전속 탐험가(explorer-in-residence)’ 경력이 있다. 2018년 창립 130주년을 맞게 될 NGS는 잡지·TV채널·단행본·디지털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탐험과 학술 연구 후원에 사용한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500여 개 프로젝트에 1200억원 이상의 연구지원금을 줬다. 후원하는 분야는 모험, 고대 세계, 동물, 환경, 사회·문화, 우주, 사진·영화다. 침팬지 생태를 연구한 영국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과 탄자니아에서 호모 하빌리스 등 원시인류 화석을 발굴한 영국의 인류학자·고고학자 루이스 리키(1903~72)도 1만2000건이 넘는 NGS의 연구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북극점을 발견한 로버트 피어리, 마추픽추 잉카유적을 발굴한 하이럼 빙엄, 타이태닉호를 발견한 로버트 밸러드도 NGS 탐험가였다.

NGS는 세계 최대 과학·학술 비영리 재단이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NGM)와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은 영리 기업인 내셔널지오그래픽파트너스(National Geographic Partners) 소속이다. 이 영리 기업 지분의 73%를 21세기폭스가, 27%를 NGS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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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넬 NGS 사장·CEO가 지난달 30일 본사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넬 CEO는 과학·탐험 지원 같은 NGS의 비영리 활동을 총괄한다. 또 영리 부문인 내셔널지오그래픽파트너스의 이사장으로서 TV·인쇄·디지털 콘텐트도 관리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최근 NGS의 게리 넬(Gary Knell)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30일 ‘세계 로타리 서울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넬 CEO는 어린이 프로 ‘세서미 스트리트’를 만드는 세서미워크숍 CEO, 미국 공영방송사인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 CEO를 거친 뒤 2014년부터 NGS CEO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7월 7일 NGS는 한국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 재단’(대표 이재철)을 설립했다.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인 과학자·탐험가·환경보존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과학·탐사 연구를 후원하기 위해서다. 이 재단은 인류학·고고학·생물학·지질학·해양학·지리학·고생물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탐사·탐험·환경보전 프로젝트를 중점 지원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에는 “미국인들은 이사 갈 때 성경책과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만은 꼭 챙긴다”는 오랜 명성이 있다. 디지털시대에 NGS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논설위원실 대회의실에서 게리 넬 CEO를 인터뷰했다.
 
세서미워크숍·NPR·NGS에서 일했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무엇이 가장 큰 도전인가.
“도전의 성격이 각기 달랐지만 공통분모는 교육이었다. 매체는 학생·어른을 위해 선생님 역할을 한다. 매체 환경의 단절적인 변화가 이들 매체에 공통된 도전이다. 모든 부모는 자신보다 자식이 더 잘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녀 교육에 투자한다. 매체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NGS는 학년별 지리 학습방법을 만들어 선생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키즈(National Geographic Kids)’는 미국에서 첫째가는 어린이 잡지다.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 비디오·채널·디지털 등의 매체에서 어린이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리 지식은 취업 위해서라도 필수 

미국은 ‘지리적 문해력(geographic literacy)’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
“미국과 세계의 지리적 능력(competency)을 높이는 것도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목표다. 사람들이 지리에 대해 많이 알아야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상호 의존이 확대된 글로벌 경제에서는 당장 일자리를 얻는데도 지리가 필요하다. 한국은 어떤 나라고 중국은 어떤 나라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지난해 NGS가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21세기폭스사와 함께 영리 회사를 설립해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일부 독자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듯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의 경우 우리는 폭스사와 18년간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우리 관계는 매우 생산적이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더 큰 규모로 합작사업을 키우기 위해 내셔널지오그래픽파트너스를 만들었다. 이전보다 규모가 커지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여러 매체 간 통합도 강화됐다. 채널·잡지·단행본·디지털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같은 렌즈(lense)로 같은 목소리를 낸다. 독자들 기대에 더 크게 부응할 것이다. 기존의 편집 가이드라인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편집국장도 같은 사람이다. 잡지·TV채널에서 나오는 수입(지난해의 경우 6억 달러)의 27%를 탐사·연구에 지원하는 모델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매달 나오는 연대기적인 역사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수백만 명이 수십 년 동안 우리 잡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 둔다. 예컨대 1960년의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알아보려면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를 보면 된다. 아주 괜찮은 역사의 스냅사진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는 글이 굉장히 어려웠다. 보다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좀 더 쉬운 문체로 바꿀 생각은 없는가.
“원래 우리 잡지는 과학저널에 가까웠다. 지금은 아니다. 대중을 위해 과학을 다룬다. 기후변화나 멸종위기종, 야생동물 밀매, 해양 오염 등은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문제들이다. 그런 사안들과 관련해 우리만큼 많은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도 없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전 세계 판매부수는 매월 900만 부다. 그중 미국은 400만 부다. 디지털로는 더 많은 독자와 만난다. 우리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4900만 명다. ‘덜 지적인(dumb down)’ 방향으로 문체나 내용을 바꿀 생각은 없다.”
지난해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 재단’을 서울에 만들었다.
“아시아 지역 연구자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 지원 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에 고대 이집트·마야·아즈텍 관련 기사는 자주 나오는데 한국 관련 기사는 대략 10년에 한 번꼴로 실린다.
“우리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 재단’을 한국에 설립한 이유는 보다 많은 한국 과학자와 탐험가를 후원하기 위해서다. ‘한국인이 한국인에 대해 한국인을 위해 만든’ 콘텐트를 더 많이 개발하고자 한다.”
일부 독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에 자연이나 야생이 아니라 사회과학적 내용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
“지리에는 진짜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우리 협회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지리를 ‘세상과 세상 안에 있는 모든 것(the world and all that is in it)’으로 이해했다. 폭이 넓은 정의(定義)다. 그래서 당연히 사회과학도 포함된다.

우리는 지리를 4개의 렌즈를 통해 본다. 첫째는 살아 있는 우리 행성 지구다. 이 렌즈로 기후변화나 해양 오염 문제를 본다. 둘째 렌즈는 절멸위기종(critical species)이다. 야생과 생물 다양성을 다룬다. 셋째는 휴먼 스토리다. 고고학·인류학적인 콘텐트다. 넷째는 뉴프런티어다. 현대 과학의 활용, 고고학 발굴 현장, 의학, 우주 등을 다룬다.”
미국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중도파·좌파·우파 중에서 어느 쪽에 가깝다고 인식되는가.
“우리는 초당파(non-partisan)다. 우리는 과학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과학을 다룬다. 미국에서는 기후변화, 유전자변형생물(GMO), 예방접종 안전성 등의 문제를 두고 ‘대(對)과학전쟁(war on science)’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 입장이 없지만 정치적 이슈들과 부딪치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믿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물은 NGS를 좌파로 간주하지 않을까.
“트럼프가 우리를 직접 거명한 적은 없다. 아마도 그 또한 우리 독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모두 우리 독자다. 우리 팬들은 양쪽에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슈들에 대해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게 하는 거다.”

한국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활동에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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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넬 CEO는 지난달 30일 인터뷰에 앞서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넬 CEO는 과학·학술·매체·콘텐트 등 분야에서 양사의 아시아 지역 협력을 제안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NGS의 전 세계 시청자·독자는 7억5000만 명이다. 해외에서 NGS가 일종의 ‘문화 제국주의’ 세력으로 이해되는 일은 없는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잡지의 경우 우리는 40개 해외판을 발행한다. 아랍, 라틴아메리카 등 전 세계를 위해 콘텐트를 생산한다. 문화 제국주의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이유는 각국의 파트너 덕분이다. 세계의 여러 국가·문화에서 어떤 것이 적절하고 적절하지 않은지, 또 무엇을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파트너들이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일반인들이 떠올리는 NGS 탐사 후원의 스타로는 제인 구달, 루이스 리키가 있다.
“NGS에 ‘명예의 전당’ 같은 게 있다면 그분들이 헌액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차세대 스타들도 육성해야 한다. NGS는 만 18~25세 젊은 청년들에게 청년 탐험가 연구지원금을 준다. 지금 초·중·고나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중에도 분명 미래의 구달과 리키가 있다. NGS에는 다음 세대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전 지구적 탐사 영웅, 새로운 스타가 많다. 예컨대 올해 TED상을 받은 위성고고학자 세라 파캑은 인공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고고학 유적지를 발견한다. 도굴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엔릭 살라는 외딴 해양 지역을 탐사한 결과를 발표해 해양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NGS의 모토는 ‘영감을 주고, 실증하고, 가르친다(inspire, illuminate, teach)’이다. 구체적으로는 무슨 뜻인가.
“우리의 원래 모토는 ‘지리적 지식의 증진과 확산을 위하여(to increase and diffuse geographic knowledge)’였다. 지금 모토의 의미는 이렇다. 탐사·과학 활동 지원을 통해 영감을 주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실증하며, 교실의 안과 밖에서 가르친다. 우리의 미션은 변하지 않는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내셔널(National)’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잡지는 19세기 말에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이제 막 부상하기 시작한 신생국이었다. 우리 잡지는 원래 미국인이 미국이라는 나라, 국가 특히 미국의 서부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세계로 눈을 돌린 다음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브랜드는 계속 유지하게 됐다.”
한국 독자들에게 강조할 게 있다면.
“우리는 한국에서 활동을 확대했다. 한국은 기술혁신·창의성·교육·예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나라다. NGS가 활동하는 데 완벽한 환경이다. 우리는 한국의 파트너들과 함께 한국에 포커스를 둔 활동으로 세상에 좋은 변화를 가져오고자 한다.”
 
게리 넬 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났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정치학 학사)와 로욜라 로스쿨(JD)에서 공부했다. 2000~2011년 세서미워크숍 최고경영자(CEO), 2011~2013년 내셔널퍼블릭라디오 CEO를 거쳐 2014년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CEO로 일하고 있다. 1981년 킴 라슨과 결혼해 자식 4명을 뒀다.

글=김환영 논설위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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