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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어민이 바다를 지키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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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지난 8일 오전 3시40분쯤 강원도 고성군 간성 동방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함정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배 한 척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하고 있다는 어민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해군 1함대 소속 함정은 육지에서 동쪽으로 125㎞ 떨어진 해상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한 해군은 ‘의심 선박’을 오전 7시10분 NLL 이북으로 돌려보냈다. 5t짜리 목선에 타고 있던 북한 선원들이 항로를 착각해 남하한 것이었다. 북한 어선은 NLL을 넘어 20㎞ 넘게 남하해 있었다.

궁금증이 생긴다. 북한 어선이 이렇게 남하하는 동안 해군은 뭘 한 걸까. 어민 신고가 없었다면 해군은 깜깜이였을 것이다.

해군 측은 “육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육상 레이더로는 잡지 못하고, 나무로 만든 목선이어서 함정에서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동해가 너무 넓어 해군만으로 감시가 어려워 어민들의 협조를 얻고 있다”고도 했다. 맞는 얘기일 수 있다. 넓은 바다를 함정 몇 척이 감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해군은 사고 발생이나 잠수함 발견 등의 유사시를 대비해 어선들과 통신망을 유지하고 있다. 감시에 어려움이 있다고 목선이 20㎞ 이상 넘어오는 걸 모르고 있었음을 정당화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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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에 추방된 목선이 단순한 항로 착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도발 전에 항상 ‘노크’를 한다. 해군 대비 태세를 떠본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 때도 그랬다. 몇 차례 휴전선을 넘으며 긴장시키다 조용해진 뒤 작전에 나섰다.

2014년 4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해군은 한국군에서 가장 비싼 무기체계를 갖고 있다. 7600t급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서애류성룡함 등으로 각각 9150억원이다. 1000㎞까지 감시가 가능한 SPY-1D 레이더를 탑재해 ‘신의 방패’로 불린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쏠 때마다 가장 먼저 탐지하는 해군의 천리안 구실을 한다.

하지만 해군은 정작 앞마당에선 깜깜이였다. 1996년엔 강원도 정동진에 북한 잠수함이 좌초해 있는 사실도 몰랐다. 나중에 주민 신고로 알았다. 2년 뒤 꽁치잡이 그물에 북한 잠수함이 걸린 일이 있었다. 그 역시 사후에야 알아차렸다. 급기야 2010년엔 천안함이 앞바다에서 폭침을 당했다.

마침 사흘 전 서해 연평도 인근에선 어민들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한 이례적인 사건이 있었다. 서해상에선 중국 어선을, 동해상에선 북한 어선을 어민들이 막은 것이다.

그래서 한국 바다는 어민들이 지킨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돌고 있다. 어민이 바다를 지키는 나라라면 해군은 부끄러워야 한다.

정 용 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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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