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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미리 응답하라, 불 붙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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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정치국제부문 차장

4·13 총선 때 경기 북부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을 8일 만났다. 소속 정당이 원내 1당이 돼 국회의장까지 차지했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선거운동 과정을 소개하던 그는 “지역구에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대형마트나 아웃렛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지만 ‘동네 장사’를 해온 영세 상인들은 터전을 잃고 있다는 걱정이었다. 폐업 점포의 집기를 사들이는 한 업체 관계자는 “가게를 차렸다가 6개월도 안 돼 문을 닫는 이들이 허다하다. 요즘은 취업이 어려워서인지 젊은이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뛰어들었다 망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자영업자만 미래가 불안한 게 아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나 10억원이 넘는 대치동 30평형대 아파트 전셋값에 놀라는 사이 다른 소식이 전해진다. 2017~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1990년대 이후 최대인 70만 가구에 달해 미분양이나 집값 하락 등 부작용에 대비하라는 경고다.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가 낸 빚이거나 주택담보대출이니 ‘시한 폭탄’의 시계가 돌아가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자녀라도 제대로 교육시키자며 사교육비를 쏟아 붓는 이들에게 허탈한 소식은 또 들려온다. 서울 한 사립대의 로스쿨이 출신 학부를 단계별로 나눠 입시서류심사 때 점수를 달리 줬다는 보도에 “로스쿨이 결혼정보회사냐”는 분통이 쏟아진다. 지방 일반고를 나와 서울 주요 대학에 진학했던 시절은 추억 속에만 남았고,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의 입시 독식은 심해지고 있다. 배경이 없으면 패자부활전을 할 수 없다는 인식도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이런 요인이 겹치면서 한국 사회에는 불만이 쌓여 간다. 어느 순간, 어느 사건, 어느 갈등이 도화선에 불을 붙일지 모른다. 그렇게 불길이 타오르면 쉽게 잡힐 것 같지도 않다. 꽃다운 19세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구의역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붙인 애도의 포스트잇은 이해할 수 없는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한 대중의 하소연을 담고 있다. ‘아가, 라면 먹지 말고 고깃국에 밥 한 그릇 말아 먹어라’며 미역국과 쌀밥을 가져다 놓은 시민이, ‘비정규직은 혼자 와서 죽었고 정규직은 셋이 와서 포스트잇을 뗀다’는 글귀를 남긴 이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4·13 총선에서 성난 민심을 확인한 정치권이 미리 응답해야 한다. 총선 패배 이후에도 상시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면 대선 주자군부터 서둘러 담론을 꺼냈으면 한다. 밀려오는 불안 요소를 해결할 대안을 지금부터 각 정당이나 전문가들과 논의해 드러내기 시작하라는 얘기다. 민생TF를 가동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아침 정책워크숍을 이어가는 국민의당, 그리고 당을 추스르고 있는 새누리당도 앞다퉈 관련 법안을 처리하며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불이 붙는 것을 늦출 수 있고 집권에도 성공할 수 있다. 타버리고 난 잿더미를 재건하는 일은 정권을 잡아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성탁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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