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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 있는 일제 조선총독 글씨 새긴 정초석

민족문제연구소는 7일 한국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 서울시내 일부 건축물에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건축물들의 정초석(머릿돌)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 총독을 지낸 일본인들이 글씨를 새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민족문제연구소 회보『민족사랑』에 ‘조선총독들이 남긴 오욕의 흔적들- 식민통치자들의 휘호가 새겨진 정초석과 기념비’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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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정초석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대표적인 사례는 이토 히로부미가 쓴 한국은행 본점의 정초석이다. 이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서울 중구에 있는 이 건물은 원래 제일은행 한국총지점의 용도로 착공됐다가 한국은행으로 바뀌었다”며 “1909년 7월 13일 기사를 보면 이날 행사에는 한국 통감의 자리에서 막 물러난 이토가 참석해 직접 정초석을 설치했다고 나온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1920년대 옛 경성역사를 신축할 당시 사이토 마코토 총독의 글씨를 받아 부착한 서울역 정초석은 글쓴이가 누구인지 알리는 부분은 뭉개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또 서울시립미술관에는 1927년 경성법원청사를 신축하면서 사이토 총독의 글씨로 제작한 정초석이 또렷한 글씨체로 남아 있다.

이밖에 연세대학교 내 수경원 터에는 ‘흥아유신기념탑(興亞維新記念塔)’이라는 조형물이 있는데, 태평양전쟁을 찬양하는 의미를 담아 세운 것이다. 미나미 지로 총독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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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통물, 우가키총독 마포배수터널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또 서울 마포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진입로에 설치된 ‘선통물(善通物)’이라는 표시석도 이같은 조형물 중 하나다. 이 표시석은 이곳에 옛 물길인 선통물천(善通物川)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 연구원은 “표시석에 글씨를 적은 사람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 총독이었던 우가키 가즈시게이지만 이런 설명은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조선 총독의 글씨가 쓰인 정초석 등 조형물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서 “식민시대의 잔재라고 무조건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제가 남긴 흔적도 우리 역사의 일부니 보존은 하되 사람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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