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민족문제연구소 회보『민족사랑』에 ‘조선총독들이 남긴 오욕의 흔적들- 식민통치자들의 휘호가 새겨진 정초석과 기념비’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은행 정초석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이 연구원에 따르면 1920년대 옛 경성역사를 신축할 당시 사이토 마코토 총독의 글씨를 받아 부착한 서울역 정초석은 글쓴이가 누구인지 알리는 부분은 뭉개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또 서울시립미술관에는 1927년 경성법원청사를 신축하면서 사이토 총독의 글씨로 제작한 정초석이 또렷한 글씨체로 남아 있다.
이밖에 연세대학교 내 수경원 터에는 ‘흥아유신기념탑(興亞維新記念塔)’이라는 조형물이 있는데, 태평양전쟁을 찬양하는 의미를 담아 세운 것이다. 미나미 지로 총독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선통물, 우가키총독 마포배수터널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이 연구원은 “조선 총독의 글씨가 쓰인 정초석 등 조형물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서 “식민시대의 잔재라고 무조건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제가 남긴 흔적도 우리 역사의 일부니 보존은 하되 사람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