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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신중한 리더십이 아쉬운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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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사회부문 기자

“우리 아이를 누명까지 씌워 두 번 죽인 서울메트로에 입사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서울 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모군 어머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김군에게 ‘명예기관사’ 자격을 주고 싶다고 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박 시장은 ‘고인의 꿈이 전동차 기관사였다고 하는데 명예기관사 자격을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본 뒤 즉석에서 “좋은 생각이다. 가족들과 협의해 동의하면 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다음 날인 3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았다. 서울시로부터 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군 어머니는 “몰랐다가 기자에게서 전해 듣고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군 가족 주변에선 “상처를 치유한다며 소금을 뿌린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시장은 독특한 행보로 주목받아 왔다. ‘아름다운가게’ 등의 사회사업을 성공시킨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협동조합·도시농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정에 접목시켜 왔다. 특히 전임 시장들보다 ‘소통’을 앞세웠다. 청사 앞에는 경청하겠다는 의미로 2.5m 크기 귀 모양의 상징 조형물을 세웠다. 2012년에는 은평뉴타운 미분양 해결을 위해 은평구에 ‘현장시장실’을 만들어 문제를 상당 부분 풀어냈다.

하지만 구설에 오른 언행도 적지 않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심야 기자회견’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최근 무악2구역 재개발 중단 명령도 도마에 올라 있다. 지난달 17일 무악2구역 철거현장을 찾은 박 시장은 “손해배상을 당하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는 없도록 하겠다”며 철거 중단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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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페이스북 방송에서 구의역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90% 이상 철거가 진행된 사업이 박 시장의 말 한마디에 ‘올스톱’됐다. 이날 박 시장의 발언 내용은 누구와도 사전 논의 없이 즉석에서 결정된 것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제 철거에 박 시장이 격분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적법 절차로 진행된 사업을 갑자기 중단시키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소송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뒤늦게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서울시장보다 시민운동가로서 박 시장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도 행정을 책임지기보다 대중의 입맛에 맞추고 속을 후련하게 해 주는 이른바 ‘사이다’ 역할에 매몰돼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 시장에게 우호적인 측에서도 “온라인에서의 환호에 취하기보다 불안하게 바라보는 온라인 밖 시민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시장이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이런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성운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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