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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벼랑 끝 STX조선해양, 법원이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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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IMF(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는기라. 회사가 경쟁력이 생겨야 한 척이라도 수주를 할 낀데.”

2일 경남 창원시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현장직원 A씨가 착잡한 표정으로 99만㎡(30만 평) 조선소 부지를 내려다봤다. A씨는 대동조선(STX조선해양의 전신) 시절부터 이곳에서 20년째 생산직으로 일해왔다. A씨 앞에는 조선소의 상징인 1500t ‘골리앗 크레인’이 우뚝 서 있었다. 그 아래로 노란 작업모를 쓴 인부들이 분주히 오갔다. 바로 옆 선각 공장에서는 쾅, 쾅, 거대한 금속성이 울려 퍼졌다. 인부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STX 직원들은 “당장 내년부터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수주 잔량은 55척이다. 올해 들어선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절벽 위에 서 있는 직원들의 시선은 이날 서울에서 내려온 김정만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 재판장 등 판사 3명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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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크레인’ 주변에 선박 건조용 자재들이 쌓여 있는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사진 이유정 기자]

회사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기업회생(옛 법정관리) 신청을 냈고 일주일 만에 판사들이 현장 실사를 위해 진해조선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판사들은 “회생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조금이라도 건전할 때 빨리 들어왔어야 하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재판부는 비공개 심문에서 현재 회사 상황과 회생 계획 등을 보고받고 저가(低價) 수주로 경영 악화를 초래하게 된 이유와 책임 소재 등을 물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올해 말까지 정리해고 등으로 전체 인력을 50% 줄이고, 올해 임금 10% 삭감 등의 긴축 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작 STX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불참했다. 산업은행 측은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를 댔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지난달 31일 “채권단이 3년간 4조4000억원을 투입하며 회생 신청의 적기를 놓쳤다”며 채권단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에 대한 항의성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STX조선해양은 2013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까지 매년 수천억원대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정규직 직원을 대거 정리해고했지만 소용없었다.

회생 절차는 법률로 보장하는 채무 탕감 제도다.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다. 하지만 동양그룹·STX팬오션·웅진홀딩스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없이 곧바로 회생 절차에 착수해 빠르게 경영이 안정됐다. STX조선해양 회생 신청이 늦은 건 사실이다. 지금 중요한 건 재판의 속도다. 키는 법원이 쥐고 있다.

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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