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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옷날 나눠 먹던 ‘산나물 떡’… 더위 물리치는 보양식이죠

| 이달의 맛 여행  <6월> 강원도 정선 수리취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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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취 찹쌀떡과 수리취 인절미.



엿새 뒤면 단오(端午)다. 음력으로 오월 초닷새다. 우리 조상은 단오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로 여겼다. 설날에 가래떡을 뽑아 떡국을 끓이고 추석에 달을 본 따 송편을 빚듯이, 단오에도 시절(時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단오를 대표하는 음식이 ‘수리취’라는 산나물을 넣고 찐 ‘수리취떡’이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에도 ‘단옷날 수리취를 뜯어 떡을 해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산나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여름을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했던 것이다. 흥겨웠던 단오의 기억이 희미해진 요즘에도 강원도 정선에서는 수리취떡의 전통이 남아 있다. 단옷날 온 마을 사람이 함께 떡을 나누고 서로 건강을 빌었던 옛 시절의 미덕이 수리취떡에 깃들어 있다.



단옷날 잔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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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오일장, 수리취·곤드레 등 산나물을 살 수 있다.


강원도 정선은 두메산골이다. 면적 1219㎢에 이르는 정선 땅의 86%가 가파른 산지다. 정선 주민이 찬거리를 산에서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4월에는 두릅·오가피순·곰취 등을 따서 된장에 무쳤고, 5월에는 곤드레를 채취해 밥에 넣어 쪄먹었다. 6월 곯는 배를 채웠던 양식이 수리취다. 수리취는 ‘취’와 비슷한 산나물로 배수가 잘되는 산비탈에서 많이 자란다. 정선에서는 5월부터 8월까지 산자락마다 군락을 이룬 수리취를 흔히 볼 수 있다. 정선에서 나고 자랐다면 누구나 수리취 뜯으러 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정선읍에서 만난 최숙녀(58)씨도 마찬가지다.

“수리취 잎 뒷면은 하얀 솜털로 덮였어요. 바람이 불면 산 중간 중간에 허연 잎이 나부꼈죠. ‘저곳에 수리취가 있구나’ 하고 동네 친구들이랑 산에 올라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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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취를 수확하는 장면. 수리취는 오뉴월에 거둔 것이 가장 여리고 향이 좋다.



산에서 채취한 수리취는 줄기가 억세 나물로 무쳐 먹기 어려웠다. 그래서 떡의 빛깔과 향을 돋우는 재료가 됐다. 수리취를 푹 삶아 으깬 뒤 쌀가루와 섞어 버무렸다. 정선 주민이 수리취를 ‘떡취’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도 수리취를 으레 떡 재료라고 여겼던 데서 비롯됐다. 정선 주민은 수리취떡을 밥처럼 먹었는데, 이 흔하디 흔한 떡이 별식이나 특식으로 취급받는 날이 있었다. 바로 단옷날이다. 정선군의 문화해설사 이홍련(62)씨는 “단옷날 아침이면 만나는 사람마다 ‘취떡 먹었느냐’는 말로 안부 인사를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예부터 강릉에서는 성대하게 단오를 쇴습니다.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 된 데는 다 까닭이 있지요. 강릉과 이웃한 정선도 단오제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두 고장에는 단옷날 수리취떡을 나눠 먹는 풍속이 전해져 옵니다. 여름 산나물로 음식을 해 먹으면 여름을 건강히 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여름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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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취 인절미.

최근에는 정선에 수리취떡을 판매하는 ‘떡 카페’가 여럿 문을 열었다. 수리취떡이 정선에서 꼭 맛봐야 하는 별미로 소문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정선군 종합관광안내소 맞은편에 있는 ‘천년취떡’은 지난해 개장한 떡 카페다. 지척에 정선오일장이 있어 장 구경을 마친 여행객이 떡을 맛보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고 한다. 심재후(47) 대표는 50년쯤 전부터 방앗간을 한 어머니 함옥자(68)씨를 이어 수리취떡을 만들고 있다.

“여름철에는 쑥을 넣어 떡을 만들면 하루 만에 다 쉬어버려요. 수리취로 만든 떡은 그런데 사흘이 지나도 끄떡없어요. 아마도 우리 조상이 수리취가 열에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단옷날 수리취떡을 먹어야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었던 이유가 여기 있는거죠.”

심 대표가 “여름 보양식”이라며 수리취떡을 권했다. 찹쌀과 수리취를 일대일 비율로 섞어 소금으로만 간을 했다는 수리취 인절미는 담백하면서도 구수했다. 수리취떡에 팥 앙금을 넣은 수리취 찹쌀떡은 향긋하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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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문양을 찍은 수리취떡.

지금 정선에선 예닐곱 업체가 수리취떡을 만든다. 떡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기계로 떡을 빚고 있다. 정선읍에 손으로 떡을 빚는 방앗간도 10여 곳 남아 있다. 업체나 방앗간이나 지금은 밭에서 재배한 수리취를 쓴다. 옛날에는 산에서 뜯어왔지만 입산금지 구역이 늘어나면서 야생 수리취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선에는 3만5000㎡에 이르는 수리취 밭이 있다. 마침 첫 수확을 앞둔 수리취 밭을 찾아갔다. 해발 400m 위에 있는 정선군 화암면 김경래(51)씨의 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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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앙금을 넣은 수리취 찹쌀떡.

“수리취는 겨우내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다가 5월부터 잎을 틔워요. 그때부터 8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수리취를 수확하는데, 단오 전후 오뉴월에 딴 수리취 향이 가장 좋습니다.”

인부 열댓 명이 밭에 들어가 어른 얼굴만하게 자란 수리취 잎을 한 잎 두 잎 툭툭 땄다. 싱그러운 수리취 향이 금세 밭에 퍼졌다. 수리취떡을 베어 물었을 때 입에 감겼던 그 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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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강원도 정선군청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거리다. 정선의 대표 관광명소인 정선오일장과 화암동굴 주변에 수리취떡을 파는 카페 서너 곳이 있다. 정선읍에 있는 카페 ‘천년취떡(033-563-5013)’에서 수리취떡 시식과 구입이 가능하다. 정선 수리취떡은 지역 특산물 온라인 장터인 농마드(nongmard.com)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수리취떡 1.8㎏ 2만8000원 3.3㎏ 4만원. 무료 배송. 02-210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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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마드는 ‘농부 마음을 드립니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온라인 생산자 실명제 쇼핑몰입니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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