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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미스터 홈즈'로 돌아온 영화음악계의 거장 카터 버웰

어쩌면 이렇게 가슴 밑바닥까지 구석구석 훑으며 옴짝달싹 못하게 하느냔 말이다. 올해 초 개봉한 ‘캐롤’(2월 4일 개봉, 토드 헤인즈 감독)을 본 관객이라면,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테레즈(루니 마라)의 사랑을 더 애잔하게 만들던 영화 속 음악을 기억할 것이다. 몽환적이면서도 비장하고, 그래서 더 슬프게 들렸던 음악. 최근 개봉한 ‘미스터 홈즈’(5월 26일 개봉, 빌 콘돈 감독)를 보며 그런 기분을 또 느꼈다면, 당신은 카터 버웰(62)에 빠진 게 분명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캐롤’을 비롯해 ‘헤일, 시저!’(3월 24일 개봉, 에단 코엔·조엘 코엔 감독) ‘아노말리사’(3월 30일 개봉, 찰리 카우프먼·듀크 존슨 감독)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5월 12일 개봉, 제이슨 베이트먼 감독) ‘미스터 홈즈’까지 무려 5편의 작품에 이름을 올린 영화음악계의 거장. 마성의 음악을 만드는 그는 대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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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BS NEWS 화면 캡쳐]

‘캐롤’이 올해 초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때다. 미국 영화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이 소식을 크게 보도하며 이렇게 썼다. “영화음악계의 전설적인 작곡가 카터 버웰이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고. 그가 ‘전설적임’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는 확신과, 유난히 상복 없는 이 아티스트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나는 일종의 헌사랄까. 비록 한 세대 앞선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캐롤’은 버웰의 30년 내공이 보통 사람의 것과 맥을 달리함을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그의 음악을 관통하는 것은 장엄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다. 최근작만 봐도 그렇다. 버웰의 세계는 두 여인의 사랑을 담은 ‘캐롤’의 관능, 지독한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년 남성을 그린 ‘아노말리사’의 멜랑콜리함, 기억을 잃어 가는 늙은 탐정의 이야기인 ‘미스터 홈즈’의 미스터리함을 모두 아우른다. 물론 색깔은 각각 다르지만 그의 인장은 선명하다. 그는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등 클래식한 악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선보인다. 여기에 전자 음악을 자유자재로 얹힌다.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가운데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
 
버웰이 이 세계에 발을 디딘 건 1984년 ‘분노의 저격자’(조엘 코엔 감독)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흥미로운 건, 그가 처음부터 음악만 파고든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학교 재학 시절 애니메이션과 전자 음악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하버드 전자 음악 스튜디오, 뉴욕 공과대학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가 전자 음악을 능숙하게 다루고 색다른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런 경험 덕일 터다.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컴퓨터와 씨름하는 중간중간 유명 밴드들과의 협업을 계속해 왔던 버웰은 ‘분노의 저격자’ 이후 조엘 코엔 감독과 ‘아리조나 유괴 사건’(1987) ‘밀러스 크로싱’(1990) 등을 연이어 작업하며 본격적으로 영화음악가의 길을 걷는다.

특히 조엘·에단 코엔 형제 감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최근작 ‘헤일, 시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한 이들은 할리우드의 소문난 단짝이다. 물론 그의 음악 세례를 받은 연출자는 코엔 형제 감독뿐 아니다. 토드 헤인즈(벨벳 골드마인), 빌 콘돈(갓 앤 몬스터), 스티븐 프리어스(하이 로 컨트리), 데이비드 O 러셀(쓰리 킹즈), 마틴 맥도나(킬러들의 도시) 등 수많은 감독이 그와 함께 작업했다. 주로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연출자와 일해 왔던 그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트와일라잇’(2008, 캐서린 하드윅 감독)을 통해서다.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리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 영화의 판타지를 표현하는 데 버웰은 최적임자였다. 시리즈 4·5편인 ‘브레이킹 던 Part1·2’(2011·2012, 빌 콘돈 감독)의 음악도 그의 솜씨다.
 
버웰의 강점은 영화의 주제와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꿰뚫고 있다는 것.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영화음악”이라 말하는 그는 등장인물 각각의 성격에 따라 악기를 섬세히 배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경이 되는 시대의 공기를 환기시키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가령 ‘캐롤’에서 그는 “캐롤의 성격을 부각하기 위해 보통 ‘쿨’하다 여기는 악기인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사용”했고, 빌리 홀리데이의 ‘이지 리빙(Easy Living)’과 슈 톰슨의 ‘유 빌롱 투 미(You Belong to Me)’ 등 1950년대 음악도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아노말리사’의 경우 원작 연극의 기본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 공연에서 썼던 테마를 영화에 그대로 썼다. “‘캐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표현 요소는 바로 카터 버웰의 음악이다.”(스크린 데일리) “‘아노말리사’에 쓰인 버웰의 묘한 매력이 있는 음악은, 이 영화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우울한 정서에 관객이 부드럽게 스미도록 한다”(인디와이어) 등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작품마다 이토록 상찬이 넘치는데도 그에겐 이상하리만큼 상복이 별로 없었다. 30년 넘게 활동한 그가 받은 상은 시카고비평가협회상(파고), LA비평가협회상(아노말리사) 정도. 그러나 카터 버웰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잘 해내지 못해 늘 음악 스튜디오에 있다”는 그는 쉼 없이 작업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 있다. “내가 아무리 환상적인 음악을 만든다 해도, 그것이 영화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내게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큰 행운을 가진 사람이다.” 부디, 버웰의 행운이 계속되기를.
 
l 카터 버웰의 최신작 5
♬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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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골드마인’(1998)과 TV 드라마 ‘밀드레드 피어스’(2011, HBO)로 함께 작업했던 토드 헤인즈 감독과 카터 버웰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동성애가 금기시됐던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두 여인의 사랑을 담은 영화로, 개봉 당시 음악·미술·의상 등 세세한 요소가 모두 화제를 모았다. 오프닝 시퀀스의 ‘오프닝(Opening)’을 비롯해 ‘택시(Taxi)’ ‘더 레터(The Letter)’ 등의 곡이 두 여인을 따라가며 감정을 증폭시킨다. 주악기는 베이스·하프·피아노·클라리넷으로, 전체 곡을 완성하는 데 8주가 걸렸다고 한다. 에디 피셔, 빌리 홀리데이 등 50년대 뮤지션의 곡도 여럿이다.
 
♬ 미스터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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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버웰은 ‘갓 앤 몬스터’ 이후 빌 콘돈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했지만 “‘미스터 홈즈’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기억을 잃어 가면서도 글을 쓰며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셜록 홈즈(이안 맥켈런) 캐릭터는 마침내 버웰을 매료시켰다. 이 영화의 OST는 최근 어떤 작품에서보다도 미스터리하고 오묘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특히 홈즈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미스터 홈즈(Mr. Holmes)’가 그렇다. 현악기를 기본으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쓰였다. 몇몇 곡에서는 일본의 전통 피리인 샤쿠하치가 쓰여 묘한 매력을 더한다.
 
♬ 헤일, 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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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 도중 사라진 무비 스타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을 둘러싼 소동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1950년대 할리우드에 바치는 연서와도 같은 작품이다. 당시 TV의 대중적인 보급, 냉전으로 강화된 검열 등으로 위축되던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관객을 끌기 위해 블록버스터, 뮤지컬영화 등에 열정을 쏟았다. ‘헤일, 시저!’는 그런 상황을 유머러스하고 화려하게 그린다. 버웰은 “이 영화 속 영화들은 영웅 서사극·서부극·수중 발레극·뮤지컬 등 장르가 아주 다양했다. 각각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납치 미스터리’라는 전체 이야기 안에 자연스레 녹이는 일이 내게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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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예술가로 유명했던 부모 칼렙(크리스토퍼 월켄)과 카미유(메리앤 프런켓) 밑에서 자란 애니(니콜 키드먼)와 백스터(제이슨 베이트먼)가 성인이 된 후 다시 부모와 함께 살게 되며 겪는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칼렙과 카미유가 1970년대에 활동한 아티스트라는 점을 감안해, 버웰은 1970년대 재즈와 팝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바이올린·첼로·하프 등 현악기의 소리가 두드러지는 OST는 “버웰이 ‘캐롤’과는 또 다른, 깊이 있는 감성으로 돌아왔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평을 받았다.
 
♬ 아노말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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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카우프먼과 버웰의 인연은 카우프먼이 각본을 쓴 ‘존 말코비치 되기’(1999,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서 시작됐다. 역시 카우프먼이 각본을 쓴 ‘어댑테이션’(2002, 스파이크 존즈 감독)도 함께한 두 사람의 협업은 카우프먼이 직접 연출에 나선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로 이어졌다. 버웰은 실내악 앙상블에 다양한 효과음을 더해 중년의 마이클(데이비드 튤리스)이 겪는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특히 그의 우울과 혼란을 그린 ‘프레골리 엘리베이터(Fregoli Elevator)’, 새로운 사랑을 느낄 때 흘러나오는 ‘리사 인 히스 룸(Lisa in His Room)’ 등이 귀에 콕 박힌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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