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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납 비리에 30년 전 침낭에서 떨며 자는 병사들

엊그제 발표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군납 비리가 군 장병들이 사용하고 있는 침낭 품질과 마찬가지로 30년 전에 비해 하나도 나아진 게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1000억원대 군용 침낭 시장을 놓고 전·현직 군 고위 간부들이 업체들과 유착해 진흙탕 싸움을 벌였고,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도 금품을 받고 입맛에 맞게 납품 계약을 맺는 불법을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군납 비리는 우리 군 안팎의 고질병이다. 끝 모르고 터져 나오는 것은 물론 전투기에서부터 잠수함, 함정, 방탄복, 전투화, 수통, 고춧가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종류 불문이다. 이번엔 침낭으로, 품목 하나 더 보탠 데 불과하지만 업자들의 농간에 육사 출신의 엘리트 장교들이 놀아났다는 사실이 더욱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자신이 관계된 업체의 제품이 채택되도록 상부에 수차례 허위보고까지 했다고 하니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군 기강이 허탈할 따름이다.

그 과정에서 민간에는 값싸고 질 좋은 침낭이 넘쳐나는데도 병영에서는 ‘따뜻하지도 않고 무겁기만 한’ 30년 전 품질의 제품을 더욱 비싼 값에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 사리사욕에 눈먼 ‘군피아’가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우고 있을 때 장병들은 침낭 무게로 비지땀을 흘리고 정작 침낭을 사용하면서는 추위에 떨어야 했던 것이다. 2003년부터 10년간 병영생활관 개선 명목으로 6조8000억원을 쓴 국방부가 2조6000억원을 추가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비슷한 이유 탓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침낭 비리가 수조원대 방산 비리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 혈세는 샐 대로 새고 장병들의 고통은 커지는 현실에서 결코 강군(强軍)을 기약할 수 없다. 검찰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비리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군 역시 예비역 전관예우로 인한 유착 비리를 근절하고 비리 업체들이 다시는 군납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엄격히 조치하는 등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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