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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원조 접근했지만…시진핑·이수용 만남은 20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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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일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을 위해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나와 인민대회당으로 향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기자]


1일 오후 4시10분(현지시간). 북한 국기를 단 검정 승용차가 베이징 천안문광장 옆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갔다. 하루 전날 중국에 온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태운 차량이었다. 이 승용차가 다시 나온 시각은 4시38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면담이 불과 20분 안팎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통역 감안하면 깊은 대화 못한 듯
경색된 북·중관계 풀 계기는 마련
이수용, 김정은 구두 메시지 전달
김정은 방중 희망 의사 포함 가능성
시진핑, 초청 밝혔다는 징후 없어
이, 전날 핵포기 불가 발언 영향인 듯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의전상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 주석과의 만남이 이뤄졌지만 20분 안팎의 시간에 통역을 두고 대화했다는 걸 감안하면 심도 있는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부위원장의 방중이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이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구두 친서(메시지)를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 여기엔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를 수락하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는 징후는 없다. 북·중 관계가 벌어진 근본 원인인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 측이 아무런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는 이날 오전부터 감지됐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있었던 이 부위원장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회담 소식을 전하며 이 부위원장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론을 강조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는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을 이 부위원장이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지난해 12월 미사일 발사 영상 때문에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취소된 전례를 들며 “시 주석과의 면담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중 관계가 지금처럼 악화된 건 시진핑 체제 출범 초기인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시진핑 정권은 중국 역대 지도부보다 더 엄격하게 북핵 불용 원칙을 견지하며 북한과의 고위급 교류를 극도로 제한해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않는 이상 북·중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며 “김정은 방중이 성사되기까지는 너무나 멀고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의 방중이 북·중 정상회담으로는 이어지지 않더라도 꽉 막혀 있던 북·중 관계에 개선의 계기를 만든 것은 틀림없다. 북한이 이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식량 지원을 정식으로 요청하고 중국이 북한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기로 한 점이 이를 입증한다. 북·중 관계가 냉각기를 거쳐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과정에 대북 원조가 뒤따랐던 것은 과거 여러 차례 반복된 패턴이다.

북한 대표단은 시 주석과의 면담을 위해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한 걸 빼면 이틀 동안 줄곧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사이 중국 측과 원조 물량 등을 놓고 실무 협상을 벌인 것으로 관측된다.

북·중 관계 개선에 시동이 걸린 건 지금과 같은 최악의 관계를 방치하는 게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인식이 양측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중국의 지원 없이는 경제발전을 이루기도 어렵고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기도 힘들다. 당대회를 통해 대내적으로 체제 정비를 마무리 지은 뒤 외교 행보에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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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전통 우방 북한을 끌어안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지렛대와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조야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입장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동시에 중·조(북·중) 관계를 중시한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3년 만에 북한 고위층을 만났지만 면담 시간이 20분에 그친 이유를 화 대변인의 말에서 읽을 수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사진=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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