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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 쉽게 제도적 지원을

사람산업을 살리자 ① 벙커에 빠진 골프산업 <상>

충북 청주에 있는 회원제 골프장 이븐데일CC는 경영진과 회원 간 소송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애초 골프장 지분을 100% 보유한 K사는 회원 입회보증금 694억원과 금융권 대출 270억원만으로 골프장을 지었다.

그런데 개장을 앞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가뜩이나 내장객은 줄었는데 그린피를 할인받는 회원만 골프장을 찾으니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 회원이 낸 입회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시한도 돌아왔다.

궁지에 몰린 K사는 회생안을 냈다. 회원의 입회보증금을 11%만 현금으로 돌려주고 32%는 상환전환우선주로, 나머지 57%는 무상소각한 뒤 대중제(퍼블릭)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면서 50억원을 출자해 별도 회사를 만든 뒤 이 회사가 대중제로 전환하는 골프장을 인수하도록 했다. K사는 두 차례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낸 끝에 올 2월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금융권 대출은 10년 뒤 모두 갚겠다고 해 채권은행의 지지를 이끌어낸 덕분이었다.

그러자 회원들이 반발했다. 회원들은 “경영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할 기존 경영진이 700억원에 달하는 회원권 채무를 탕감받고 겨우 50억원을 출자해 새 골프장을 인수하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사 대표는 “경영에 실패했다고 두 손 놓고 떠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회원들은 회생 절차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고 했지만 기각된 후 재항고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회원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골프장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란 판단에서였다.

| 기업회생 진행 중인 골프장 20여 곳
일부 업주, 입회금 탕감 받고 재인수
골프장·회원 분쟁 곳곳서 벌어져


전국의 회원제 골프장이 처한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2000년대 중반 회원권 값이 폭등하자 너도나도 회원 입회금과 은행 대출로 골프장을 지었다. 회원권을 비싸게 팔기 위해 그린피를 내지 않는 회원제 명문 골프장을 내세웠다. 시세차익 기대에 개인도 입회금 보호장치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회원권을 샀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자 경영난에 빠졌다. 기존 경영진은 골프장의 채권 우선변제 순서가 세금-금융채권-회원 입회보증금이란 점을 이용했다. 회원 입회금을 대폭 탕감받는 회생안을 앞다퉈 냈다.

법원도 회원의 권리보다는 골프장 경영정상화를 앞세웠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법원이 골프장 안성Q의 회생계획을 인가한 데 반발해 일부 회원들이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회원들은 입회보증금의 17%만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골프장 구조조정을 놓고 “회원은 희생하고 골프장은 회생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골프장과 회원 간 분쟁이 장기화해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정상화를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골프장만 20여 곳에 이른다. 회원제 골프장 중 절반이 자본잠식 상태인 걸 감안하면 앞으로 분쟁은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다간 회원제 골프장의 부실만 점점 더 쌓여 산업이 붕괴하다시피 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골프산업이 무너지면 5만 명의 일자리는 물론 중소기업 생태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일본, 회원제 부실 방치해 산업 붕괴
회원이 주주로 참여하는 것도 대안


이를 막자면 이번 기회에 특별법을 만들어 회원제 골프장들이 신속하게 대중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제 전환 때 회원 반발을 줄이기 위해 입회보증금 변제율을 높이고 정부가 특별융자를 통해 돈줄을 풀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중제 전환을 위한 회원 동의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대신 경영에 실패한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지키면서 채무만 탕감받는 수단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는 막아야 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부실 골프장의 경영진은 회생 신청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원CC나 경주신라CC·파미힐스CC처럼 회원이 주주로 참여하는 회생안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남수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골프산업 환경이 크게 바뀌었는데 관련 법과 제도는 이런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다”며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제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과 자금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윤·함승민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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