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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다 인형’ 산 당신, 착한 일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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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문정동의 한 상점에서는 손님 30여 명이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주부 곽보선(45)씨도 주방용품 코너에 서서 물건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곽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이곳에 꼭 들른다. 주로 아이들 옷이나 생필품 등을 사는데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목요일] ‘착한 소비’ 권하는 NPO


| 밀알복지재단 잡화점 굿윌스토어
기부품 팔아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이곳은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잡화점 굿윌스토어다. 서울 송파·도봉, 경기도 구리, 전북 전주 등의 지역에 지점을 갖춘 굿윌스토어는 의류·가전제품·주방용품·식료품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한다. 모두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부받은 것이다. 물건을 팔아 얻은 수익은 종업원들의 월급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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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굿윌스토어 송파점의 손만석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의 전체 종업원 170명 중 109명이 중증장애인이다. 소비자들의 물품 구매가 사회취약계층인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는 형태다. 5년 전 처음 문을 연 굿윌스토어 송파점은 지난해 13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소비’의 사전적인 정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자 또는 용역을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가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신발 한 켤레, 물 한 병, 옷 한 벌을 사는 것이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돕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여러 비영리단체(NPO)에서는 기부의 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착한 소비’를 독려하고 있다. 굿윌스토어처럼 NPO가 매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기업과 연계해 기부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 홀트아동복지회 ‘캥거루스토어’
물품 판매 수익금으로 미혼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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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홀트아동복지회의 캥거루스토어. [사진 각 단체]


홀트아동복지회가 운영하는 ‘캥거루스토어’는 물품 판매 수익금을 미혼모 지원에 쓰고 있다.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미혼모다. 지난달 24일 오후 방문한 서울 합정동 캥거루스토어에서는 손님 두 명이 아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매대는 개인이 기증한 중고 의류부터 기업이 기증한 새 상품까지 고루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네 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강형윤(36)씨는 “최근 아이를 낳은 동생을 위해 아기 옷 한 벌 사주려고 왔는데 이것을 1만5000원에 샀다”며 손에 들고 있던 아기 한복을 보여줬다. 1000원에 아기 젖꼭지를 구입한 최은경(36)씨도 “아이 혼자 키우는 거 정말 쉬운 일 아니다. 여기서 물건을 사면 사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이 캥거루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20~30명의 손님이 온다. 매출은 매월 400만~500만원 정도다. 주로 아이를 키우는 주부 손님이 많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김혜연(27)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재단에서 더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게끔 교육비를 지원해줘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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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네이버스 기부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향초 세트. [사진 각 단체]


굿네이버스는 온라인 쇼핑몰 ‘기부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볼펜·다이어리·책갈피 등 디자인 문구류부터 자체 제작한 티셔츠, 공정무역 커피 원두 등을 판매해 수익금 전체를 굿네이버스 국내외 사업비로 사용하고 있다. 사이트에 어떤 물품의 판매 수익이 굿네이버스의 어떤 사업에 쓰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기부스토어 외에도 굿네이버스는 2009년부터 ‘굿바이(GOOD_BUY)’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의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하면 수익금 일부가 자동으로 기부되는 방식이다. 유제품 제조업체 정식품, 스포츠용품 브랜드 던롭스포츠코리아, 유아용품 기업 세피앙 등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정식품은 7년간 두유 베지밀 패키지에 굿바이 캠페인 로고를 삽입해 매년 1000만원 이상 기부하고 있다.

| 초록우산, 무연고 아동 도우려
유아용품 DIY ‘품다’ 키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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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재료로 구성된 DIY 상품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품다’ 키트. [사진 각 단체]


비슷한 형식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달 20일부터 한화갤러리아와 제휴해 유아용품을 직접 만들기(DIY) 재료인 ‘품다’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이 키트는 한화갤러리아의 인터넷 쇼핑몰인 갤러리아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인형과 모자 세트, 인형과 턱받이 세트는 2만5000원, 인형과 속싸개 세트는 3만원이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DIY 상품이지만 바느질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고 모두 오가닉 소재다”고 말했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무연고 아동의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에 사용된다. DIY 상품을 완성해 물품 자체를 다시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 CJ, 생수 1병 팔면 200원씩 기부
기업들 대의 명분 찾는 ‘코즈마케팅’


기업에서는 착한 소비가 ‘코즈마케팅’의 일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코즈(cause)는 ‘대의’ ‘명분’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익을 앞세운 마케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판매 제품을 공익 활동과 연결시키는 것이 코즈마케팅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코즈마케팅은 KOTRA가 꼽은 2016년 세계 트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업 중 세계 최초로 코즈마케팅을 한 회사는 미국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였다. 1984년 뉴욕시가 ‘자유의 여신상’ 보수 공사를 할 때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5개월간 사람들이 처음 카드를 만들 때 1달러, 카드를 쓸 때마다 1센트씩 자유의 여신상 공사 비용으로 지원했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다른 한 켤레가 개발도상국 아동에게 기부되는 ‘원 포 원(One for One)’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린 탐스슈즈도 대표적인 코즈마케팅 사례다.
 
▶[함께하는 목요일] 더 보기
① “드라마서 업둥이 키우니 팬들 박수…고민 끝에 진짜 좋은 일 하기로 했지”
② 썸도 있고 펀도 있는 ‘쇼타임’ … 놀이가 된 기부
③ “얼굴도 모르는 난민 챙기러 경찰서 수십번 가…24시간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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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에서는 CJ제일제당이 2012년부터 판매한 생수 ‘미네워터(사진)’에 이를 도입했다. 미네워터 생수병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는데 생수를 사는 순간 CJ제일제당이 50원을 기부하고 소비자들이 QR코드를 스캔하면 150원이 더 기부된다. 기부금은 유니세프에 전달돼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사업에 쓰인다.

국산 커피 브랜드인 할리스커피는 2014년부터 국제열대우림동맹(RFA) 인증마크가 찍힌 콜롬비아 원두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 인증마크는 자연을 보호하고 노동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농가에 주어지는 마크다. 할리스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은 저절로 노동자 권익 향상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의 도움을 받으며 기업이 커 온 만큼 이를 사회에 일정 부분 되돌려주자는 취지다.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이런 마케팅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 오블리주(Easy Oblige)

온라인 후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접속, 상품 구매 등 비교적 손쉬운 방식의 기부를 의미한다.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귀족의 도덕적 의무’라는 뜻을 지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일반인으로 폭을 넓힌다는 뜻도 담고 있다.

홍상지·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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