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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더 내고 싶은데 스웨덴어로 번역할 사람 없어”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받았으니 ‘세계 3대’ 문학상 중 남은 건 노벨상뿐이다. 프랑스의 공쿠르상은 자국 내 신인에게 주는 상이어서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작가인 르 클레지오는 2009년 방한 때 ‘노벨상 수상의 조건’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잘 모르겠다. 다만 영어는 물론 스웨덴어로도 여러 작품이 번역돼야 한다. 특히 심사위원들이 스웨덴어 번역을 선호하는 것 같다.”

‘트라난’사 구스타프손 대표
“지금껏 노벨상 받은 작가 가운데
스웨덴어로 번역 안됐던 경우 없어”
윤흥길·이문열·김영하 소설 출간
한강 소설도 작년 번역출간 고려

여기서 번역은 한국어에서 스웨덴어로의 직접 번역을 뜻한다. 가령 영어를 거쳐 스웨덴어로 옮기는 중역(重譯)으로는 아무래도 한글 원문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워서다.

스웨덴에 한국문학은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한국어를 스웨덴어로 직접 옮기는 번역자는 얼마나 될까. 현지 취재,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런 점들을 살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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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한국문학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온 트라난 출판사의 스티르비욘 구스타프손 대표. “좋은 번역이 없으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세계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 노벨문학상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진 신준봉 기자]


스톡홀름 시내의 작은 출판사 트라난의 스티르비욘 구스타프손(76) 대표는 맨부커인터내셔널상 수상 전에 한강 작가를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지난해 가을 한국의 여성 작가들 작품의 출간을 검토할 때 알게 됐고, 읽어야 할 작품 리스트에 포함시켜 뒀었다”고 답했다. 그 작품은 물론 『채식주의자』다. 하지만 뜸을 들이는 사이 “다른 출판사가 판권을 사버렸다”고 했다.

1992년 설립된 트라난 출판사는 아프리카·남아메리카·아시아 문학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왔다. 스웨덴 내 번역소설의 75%를 차지하는 미국과 영국, 다른 주요 언어권인 독일·프랑스·스페인 이외의 언어권 작품을 적극 출간해 자국 문학시장을 풍요롭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중국의 모옌(莫言)이 2012년 노벨상을 받기 전에 그의 작품을 출간했다. 나름의 감식안이 있다는 얘기다.

구스타프손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한국문학의 위치는 초라할 정도다. 영어 소설은 스웨덴에서 한 해 2000권이 번역 출간된다. 한국의 시집·소설책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5권이 나왔다. 트라난은 그 가운데 윤흥길·이문열·김영하 등의 소설을 출간했고, 조세희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올 여름, 이문열의 또 다른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빠르면 올해 안에 출간한다.

구스타프손은 “한국문학은 흥미롭다. 더 많이 소개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뜨거울 뿐 아니라 작은 나라지만 경제가 강하고 문화적으로 풍부해서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학생들의 성과(각종 수상이나 학업 등)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인 고란 말름크비스트가 “우리는 한국문학을 더 번역하고 더 출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하지만 “한국 문학 번역에 보틀넥(병목) 현상이 존재한다”고 했다. 기껏 작품을 골라봐야 번역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구스타프손은 “현재 한국문학을 스웨덴어로 직접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두 세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업 번역가가 아니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벨상 수상작 선정에 있어 스웨덴어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묻자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기준이나 조건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은 작가 가운데 스웨덴어로 작품이 번역되지 않았던 경우는 없다”고 답했다.

번역자를 늘리는 방법은 뭘까. 구스타프손은 “당분간은 인위적으로라도 양성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스웨덴은 유럽의 ‘한국학 메카’ 같은 곳이다. 1968년 스톡홀름대에 첫 한국학 강좌가 개설된 이래 규모가 꾸준히 커졌다. 지금은 3년짜리 한국학 학사, 한국학 중심의 석·박사 과정이 개설돼 있다.

스톡홀름대 연구실에서 만난 한국학과 소냐 호이슬러 교수는 “지난해 봄학기에 한국문학 번역 실습 강좌를 개설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더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시인 6명(정현종·정호승·문정희·함민복·최정례·김광규)의 작품 25편을 스웨덴어로 옮긴 후 마지막에 함민복 시인을 초청해 번역 문장을 가다듬는 프로그램이었다.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스톡홀름대 번역 실습 과정은 한국문학번역원이 예산을 지원했다. 물론 이런 흐름의 반대편에는 정부 예산으로 문학 수출을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도 있어 왔다. 하지만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국 출판도 대산문화재단에서 출판비 일부를 지원한 것이다. 마중물 성격의 지원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 사진=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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