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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과잉범죄 만드는 선거법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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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놓고 힐러리를 밀고 있다. 틈만 나면 트럼프 공격인데 얼마 전엔 “트럼프가 내 뒤를 잇진 않을 것”이라고 대못을 쳤다. 우리 식으론 현직 대통령의 대선 개입이고, 미국 논리론 개인적 견해다. 다만 오바마가 힐러리 유세지원차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탔다면 이용료를 내야 한다. 개인 일에 세금을 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우린 많이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겉으론 선거에 엄정 중립이다. 총선 대패에도 현기환 정무수석이 유임된 논리다. 하지만 청와대가 한 걸음 떨어져 있었다고 믿는 국민을 찾긴 어렵다. 배신의 정치로 시작해 진박 감별로 끝난 게 4·13 선거다. 선거 한 달 전엔 진박 후보로 물갈이된 대구를 박 대통령이 직접 찾았다.

첫걸음 20대 국회, 당선자만 절반 가까이 수사받아
지킬 수 있는 법이어야 ‘최악 국회’ 악순환 끊는다


우리 국회와 미국 의회도 비슷한 차이가 있다. 내세우는 명분이나 말만으론 우리 쪽이 무오류에 무결점 정치다. 그런데 들먹이는 정치인이나 듣는 유권자가 그 말을 액면대로 믿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으레 지키지 못할 걸 알면서 약속하고 나중엔 지켰다고 우겨댄다. 대표적인 게 선거법이다. 19대 국회는 각종 범죄로 금배지를 뗀 의원이 23명으로 역대 최고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의원직 상실자가 지난 100년간 평균 2~3 명이니 기록적인 숫자다. 별로 한 일이 없어 18대보다 괜찮았다는 비아냥까지 듣는데 한 일이 많았던 셈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파렴치도 있지만 주종은 선거 관련 범죄다.

딱한 건 첫걸음을 뗀 새 국회가 19대의 최고 기록을 깰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선거 직후 검찰이 입건한 선거사범은 당선인만 104명으로 지역구 당선인(253명)의 40%다. 40~50명까지 당선무효가 될 수 있다니 꽤 쑥스러운 수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보선 비용이야 그렇다 치자. 절반 가까운 당선인이 수사를 받는다면 국회의원 임명권자는 유권자가 아니다. 사실상 검사와 판사님들이다. 법을 어겨도 감방에 안 가는 기술을 갖추는 게 정치인의 조건이란 말까지 나돌 정도다.

물론 유권자에게도 조금은 책임이 있다.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걷도록 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 뽑아놓은 건 우리들 자신이다. 막걸리에 고무신 선거였더라도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 투표는 공적 행위다. 공무를 집행하는 공정한 마음가짐이 바탕이다. 하지만 선거 현장에선 혈연·학연·지연의 사적 인연이 우선이다. 사적 감정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했으니 최선의 후보보다 관운 좋은 사람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 놓곤 돌아서서 흉보고 조롱하기 바빴다.

법을 어긴 게 뭐 잘했다는 건 물론 아니다. 선거사범 없는 풍토를 만들어 보자는 거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신기록이 경신된 건 현실에 뒤떨어진 선거법의 탓도 크기 때문이다. 돈은 묶고 말은 풀자는 게 개정 선거법이지만 현장에선 말도 묶고 유권자와의 접촉도 묶어버렸다는 불평이 더 큰 법이다. 취지야 좋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사전 규제와 사후 처벌로 ‘선관위도 헷갈린다’는 악명을 차곡차곡 쌓았다. 코미디언이 후보자 지지 발언 때 개그를 하면 불법 기부행위란다. 어떤 예비 후보는 홍보 피켓이 무거워 잠시 땅에 내려놨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주의조치를 받았다. 홍보물은 몸에 직접 붙이라는 게 규정이다. 선거사무소에서 김밥을 내줄 때 이쑤시개는 되고 젓가락은 불법이란 건 또 무슨 소린지.

OECD 국가 중 우리처럼 선거운동의 기간, 방법, 운동원 자격을 내리 규제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모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특별한 규제가 없다. 규제가 암 덩어리란 대통령 말대로면 우리 선거법은 발암물질이다. 그런데도 우리만 유아독존인 건 거대 양당의 기득권 때문이다. 물론 의원들이 만든 법이다. 자신들조차 안 지키면 엄격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법에 걸려도 우리처럼 관 뚜껑 열고 나와 부활하는 물렁물렁한 정치를 선진국에선 찾기 힘들다. 그러나 지킬 수 있는 법이 우선이다. 좋은 선거는 선거법 위반자를 양산하려는 게 아니다. 좋은 후보를 찾자는 거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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