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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동해 최북단…구리 그물 안에서 연어가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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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봉포항에서 5㎞ 떨어진 곳에 있는 동해STF의 연어 양식장. 올 가을 첫 연어 출하를 앞둔 이 곳에선 동합금 어망과 스마트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친환경 양식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먼 바다(외해) 연어 양식장이다. [사진 동해STF]


나는 연어입니다.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다, 다시 민물로 돌아와 죽는다는 바로 그 연어입니다. 나는 차가운 물에서만 삽니다. 그래서 빙하가 녹아내린 노르웨이 인근 북해산 연어가 유명하지요. 여러분이 국내에서 횟감, 통조림이나 구이로 맛 본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입니다(참고로 연어는 자연산보다 양식을 더 쳐줍니다. 연어가 힘들게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과정에서 몸이 많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냉장·냉동 상태로 비행기로 들여옵니다.

노르웨이·미국도 못한 외해 양식
동해STF, 10년 시도 끝에 성공
LS니꼬동이 공급한 동합금 어망
항균성 높고 해조류도 안 붙어


나는 좀 다릅니다. 2014년 10월 캐나다 밴쿠버의 강에서 알로 태어났습니다. 수산업체인 동해STF가 수정란 1개에 200원을 치르고 저를 샀습니다. 비행기에 실려와 도착한 곳은 강원도 양양의 연어 치어 양식장. 설악산 계곡물을 채워놓은 양식장에서 곧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1년쯤 지났을까. 300g까지 자란 나와 친구들은 트럭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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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곳은 강원도 고성 봉포항에서 5㎞ 떨어진 가두리 양식장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연어의 먼 바다(외해·外海) 양식에 성공한 곳이라고 했습니다. 연어 양식 세계 1위인 노르웨이조차 가까운 바다(내해·內海) 양식을 할 뿐입니다.

그럼 왜 굳이 먼 바다 깊은 곳에서 양식을 할까. 가까운 바다에서 양식을 하면 먼 바다보다 자연재해나 환경 오염에 취약합니다. 어민 반대도 심합니다. 하지만 먼 바다 양식은 이런 단점이 없습니다. 김성욱 동해STF 이사는 “노르웨이는 물론이고 미국도 먼 바다 양식 기술 확보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10년 넘게 연구한 끝에 지난해 5월 연어 가두리 시험 양식에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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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STF 직원이 26일 이 곳에서 연어를 잡아 올렸다. 연어는 수정란 1개를 200원에 사들여 키운 뒤 1㎏당 1만5000원에 파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사진 동해STF]


양식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양식장에 들어와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LS니꼬동제련이 공급한 지름 32m, 높이 12m 짜리 원통형 ‘동(銅)합금 어망’ 입니다. 보통 양식 어망은 나일론 소재인데 제가 사는 집은 구리로 만들었습니다. 태풍은 물론 종종 동해를 지나는 고래나 상어도 그물을 끊을 수 없습니다. 구리 자체의 항균성 때문에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도 들러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류 흐름이 원활하기 때문에 내가 죽을 확률(폐사율)도 적습니다. 김 이사는 “구리 어망은 6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나일론 어망에 비해 교체 주기(10년)가 길다. 초기 투자 비용이 나일론 어망에 비해 4배 이상 비싸지만 항생제 사용이 적고 어망 교체 비용도 들지 않아 양식 5년만 지나면 효율이 더 높다”고 설명합니다.

구리 어망은 ‘한국의 구리왕’으로 불리던 고(故) 구자명(1952~2014)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숙원이었습니다. 그는 전선·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가전 제품에 쓰이는 구리의 활용처를 넓히는 데 주력했던 인물이었습니다. 2011년부터 경남 통영 욕지도의 참돔 양식장을 시작으로 제주 일대, 동해안으로 구리 어망 양식을 확대해 온 결실이 이 곳 고성의 연어 양식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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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올린 연어를 갑판에 펼쳐놓고 직원들이 검사하고 있다. [사진 동해STF]


‘스마트 양식’ 기법도 저를 쑥쑥 자라게 한 비결입니다. 동해STF는 바다 표면으로부터 6m·22m·28m 지점에 센서를 달았습니다. 이 센서로 산소량과 수온을 실시간 체크합니다. 산소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더워지는 여름이면 내가 사는 어망을 차가운 바다 깊숙히 끌어내리는 식입니다.

먹혀야 할 처지가 슬프지만 이렇게 자란 제 살이 더 단단하고 맛도 좋은 게 당연한 일일 겁니다. 지난 26일 오후 이곳에서 갓 잡아올린 제 친구를 횟감으로 시식한 기자는 “ 담백·고소하고 느끼하지 않아 연어의 장점만 살렸다”고 평했습니다.

수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요. 세계 연어 시장 규모는 60조원에 달합니다. 노르웨이는 연어 양식으로만 한 해 6조원을 법니다. 한국이 지난해 수입한 노르웨이 연어는 1만3285t에 달합니다. 2014년 수입량(9325t)보다 42.4%가 늘었습니다. 중국의 연어 수입이 급증하면서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200원에 한국에 건너온 저는 1㎏당 1만5000원에 팔립니다. 저는 2.8㎏까지 자랐습니다. 올 가을 여러분의 식탁에 오를 날을 기다리며 이만 줄입니다.

고성=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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