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현장에서] 20대 국회 ‘1호 법안’ 밤새워 자리 경쟁…19대서 폐기된 법안 9809건 기억해야

기사 이미지

더민주 박정,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의 보좌진이 20대 국회 1·2호 법안을 내기 위해 개원 하루 전인 29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701호는 국회 의안과 의안접수센터다. 29일 오후 2시, 701호 정문 바로 옆 복도에 돗자리와 박스를 깔고 앉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커피·과자 등에 침낭도 보였다. 30일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복도를 점령한 이들은 20대 국회 ‘1호 법안’ 접수를 꾀하는 두 의원실 보좌진이었다.

‘1호 법안’ 접수는 결국 더불어민주당 박정(초선·파주을) 당선자의 차지였다. 보좌관이 전날 오전 9시부터 나와 일찌감치 자리를 맡은 결과다. 의원실 직원 9명은 2~3명씩 교대하며 복도를 지켰다. 30일 오전까지 사흘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침낭까지 갖다놨다.

박 의원이 낼 1호 법안은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란 긴 이름이었다. 파주를 ‘통일경제특별시’로 지정하고 여기에 ‘평화경제특별구역’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2호 법안을 준비한 보좌진도 함께 대기 중이었다. 새누리당 배덕광(재선·부산 해운대을) 의원실에서 나온 이들이었다. 배 의원이 준비한 법안은 ‘빅데이터의 이용 및 산업 진흥 등에 관한 법률’.

이날 오전 9시 국회로 나왔으나 이미 박 당선자 측 보좌진이 자리를 선점해 아쉬움을 삼켰다. 배 의원실 이준우 보좌관은 “빅데이터 활용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는데도 19대 국회에선 다른 법안에 밀렸다”며 “상징적으로 1호 법안을 노렸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1호 법안의 주목 효과와 상징성 때문에 ‘의안과’ 앞 자리 쟁탈전은 4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19대 국회 땐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당시 김 의원실 보좌진은 사흘 밤을 새웠다. 18대 국회 1호 법안은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었다. 두 법안은 모두 입법에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나 ‘아날로그적’인 풍경이다. 한 보좌관은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전자정부와 마찬가지로 국회도 법안 발의와 접수 단계부터 온라인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의 시작에서 벌어진 아날로그적인 자리 경쟁과 얼마 전 19대 국회 끝자락에서 집계된 폐기 법률안 수가 ‘오버랩’됐다.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에 접수된 1만7822건의 법안 가운데 지난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아 폐기된 법안은 9809건이었다. 폐기된 법안이 절반이 넘지만 본회의를 나서는 의원들 표정에는 별로 아쉽다거나 부끄러워하는 빛이 없었다.

이날 3당 원내대변인들은 “19대 국회가 민생을 외면한 점에 깊은 반성을 하고 20대 국회엔 새롭게 거듭나겠다”(새누리당 김명연), “서민경제 활성화, 청년일자리 창출 등에 최선을 다할 것”(더민주 기동민), “그 어느 때보다 생산적이고 품격 있는 국회가 되도록 앞장설 것”(국민의당 이용호)이란 다짐을 내놨다.

이런 다짐이 과연 20대 국회 마지막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19대에선 ‘1호’에는 모두가 주목했지만 ‘마지막’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글=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