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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파스타·빵…명란, 더 이상 반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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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가 어떻게 변화해 왔고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20년 현장 전문가의 시선으로 점검합니다.

[맛있는 월요일] 한국의 명품 식재료 ⑨ 일본서 꽃피운 우리 음식 명란젓

명란 작업은 12월 러시아 해역에서 시작해 이듬해 5월 부산 감천항에서 끝난다. 겨울에 알을 품은 명태가 러시아에서 잡히면 선상에서 알을 분리해 냉동시킨다. 냉동된 명태 알 전량은 4월에서 5월 사이 감천항에서 경매에 부친다.

명란 생산량의 90%가 소비되는 일본 후쿠오카에도 많은 항구가 있다. 그럼에도 삐걱대는 러·일 관계와 식료품 구입 편의 등을 이유로 부산에서 명태 알 경매를 한다. 때가 되면 일본 명란 업체들도 경매를 위해 부산으로 모인다. 어쩌면 어류의 회귀본능에 힘입어 명란젓의 고향으로 찾아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일본 최대 명란업체 ‘후쿠야’제품
일제강점기 부산서 먹던 젓갈이 원조


명란은 우리 동해에서 시작해 일본으로 건너간 저장식품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에서 수산물 가공을 하는 근로자에게 노임 대신 생선 부속물을 주곤 했다. 근로자들은 노임으로 받은 명란으로 젓갈을 담가 고춧가루를 뿌려 먹었다.

조선인이 먹는 명란젓을 맛본 일본인이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일본으로 돌아가 부산에서 먹었던 명란을 재현해 ‘가라시 멘타이코(辛子 明太子·매운 명란)’란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그 조그만 상점의 이름이 ‘후쿠야’였다. 현재 일본 최대의 명란 업체다. 후쿠야 홈페이지를 보면 자사의 명란이 부산에서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

저염 명란젓 개발로 수산물 명인이 된 장석준(덕화푸드) 명인은 ‘알알이 터지는 맛’으로 명란 맛을 정의한다. 명란 한 쌍에는 알이 50만~100만 개가 있다. 선홍색 명란을 보면 갓 지은 쌀밥이 연상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끈한 밥에 명란을 얹고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반찬으로 그보다 좋을 수 없다.

여기서 잠깐. 명란에 참기름 한 방울은 신의 한 수다. 고소한 향을 더하는 것 외에 숨은 효과가 있다. 참기름은 명란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다.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 성분을 만나면 쉽게 소화·흡수된다. 오일이 들어가는 명란 파스타나 마요네즈에 버무려 만드는 명란 바게트도 같은 맥락의 메뉴다.

| 최상품 1kg 20만원, 쇠고기보다 비싸
알 터져 싸게 파는 것도 맛 차이 없어


명란 가격은 다른 젓갈보다 비싸다. 선물용 명란은 1㎏ 가격이 20만원을 호가한다. 최상급 쇠고기 1++ 등급 1㎏이 백화점에서 13만~15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비싼지 감이 온다.

모든 명란이 비싼 것은 아니다. 명란은 크기·모양에 따라 가격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 난다. 크기가 크고 모양이 예쁜 선물용 명란이 최고로 비싸다. 반면 가공 과정 중에 명란이 터진 것이나 알의 성숙도가 조금 지난 것들은 1만원짜리 두어 장이면 살 수 있다. 그렇다고 가격 차이가 맛 차이를 나타내는 척도는 아니다. 선물용이냐 아니냐의 용도 차이가 더 큰 영향을 준다.

명란은 가격을 떠나 ‘짜다’는 인식이 강해 반찬이란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 그래서 즐기는 방식도 밥 위에 명란을 조금 올려 먹는 게 거의 유일했다. 전통적인 명란의 생산 방법은 명태 알을 세척한 다음 물기를 빼고 소금 간을 한다. 소금의 양은 전체 중량의 15% 정도로 한다. 이는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의 생산 방법으로 소금의 양이 많아질수록 저장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엔 조미와 냉동기술의 발전으로 명란의 염도가 4% 정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시중의 상온에서 판매되는 명란 중엔 보존료(保存料)가 들어간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 명란은 냉동 상태로 유통되기에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명란의 색은 살구색이거나 옅은 갈색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란의 색은 붉은빛이 강하게 도는 선홍색이다.

명란을 조미할 때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과 조금 더 붉은색을 내기 위해 파프리카 색소, 홍국적색소 등도 사용한다. 선홍빛이 살구색보다는 식욕을 돋운다는 생각에서다. 최근에는 색소를 넣지 않은 명란 고유의 색인 살구색 명란도 많이 유통된다. 명란의 염도와 색도가 낮아지면서 식재료로서의 본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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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구이


예전보다 덜 짠 명란으로 파스타·우동·바게트 등 다양한 요리가 시도되고 있다. 서울 서교동의 이탈리아 주점 ‘몽로’(박찬일 셰프)는 명란으로 파스타와 구이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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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 때 청양고추를 조금 넣고 불을 끈 채 프라이팬의 잔열을 이용해 명란을 면과 소스에 버무려 낸다. 살짝 익은 명란의 고소함과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의 깨끗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마지막에 혀끝을 살짝 자극하는 청양고추의 매운맛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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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바게트


리치몬드제과점에서는 제빵 명장과 명란 명장이 만나 만든 별미가 있다. 명란 바게트다. 바게트를 만든 뒤 명란 크림을 넣어 다시 굽는 것으로 폭신한 빵과 짭조름한 명란이 만나 중독성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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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우동


정호영 셰프의 ‘우동카덴’(서울 연희동)에서 빠지지 않는 인기 메뉴가 명란 우동이다. 우동 국물에 전분과 계란을 풀어 걸쭉한 국물을 내고 그 위에 명란을 올려 내거나 명란과 함께 버터를 곁들여 면에 비벼 먹는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명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밥이 다 된 뒤 푸기 전에 명란을 올려 밥솥의 온도로 살짝 쪄 먹는 것을 즐긴다. 간편하면서도 명란의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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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라면


라면을 끓일 때도 넣는다. 필자가 집에서 먹는 명란은 가격이 저렴해 껍질이 없는 명란이라 라면에 미리 넣으면 알이 다 흩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끓여서 먹기 직전에 넣는데 반숙 명란이 완숙된 것보다 맛도 더 좋다. 가끔은 명란과 밥,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김에 싸 먹기도 한다. 김치찌개에 넣으면 알탕 맛 김치찌개가 된다.

| 냉동·조미기술 좋아지며 짠맛 줄어
바게트·우동?라면 다양한 요리로 진화


명란은 우리 것이었지만 꽃은 일본에서 피웠다. 일본이 꽃을 피울 때 우리는 전쟁을 겪었고 먹고살기에 급급했다. 미식은커녕 끼니를 걱정하다 보니 명태를 잡아도 외화벌이를 위해 반(半)가공한 명란을 일본에 수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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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식재료 연구가 ‘여행자의 식탁’ 대표)

지금 일본에는 튜브에 든 명란 소스 등 많은 제품이 나와 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반찬 순위에서 명란은 늘 상위권이다. 명란 관련 상점·음식점이 집적한 ‘명란 타운’까지 생길 정도다. 우리도 최근 들어 일본에 완제품을 수출할 정도로 조미기술이 발전했다. 조미와 저염기술을 발전시킨 생산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명란은 더 이상 짜기만 한 밥반찬이 아니다. 비싼 것은 한없이 비싸지만 찾아보면 충분히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다. 일상에서 라면에, 밥에, 찌개에 넣고 명란을 즐겨 보자. 변화무쌍한 식재료를 일찌감치 개발한 우리 조상의 지혜에 탄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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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상식 러시아와 알래스카산 명란만 유통 … 방사능 위험 없어

일본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일본 홋카이도산 명태의 경우 한국 수출 물량이 급감했을 정도다. 반면 명란은 국내에 수입되는 전량이 러시아와 알래스카 해역에서 작업된 것이다. 정부 검사 외에도 각 기업에서 무작위로 연간 수차례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검출 사례는 없다.

글·사진=김진영(식재료 연구가 ‘여행자의 식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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