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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돌·폐기물로 집 짓기…사회문제 해결 나선 건축

건축전에서 건축가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난민·환경오염·교통문제·폐기물·지진과 같은 사회 이슈가 차지했다. 28일(현지시간) 개막한 제 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풍경이다.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건축 이론이나 형태를 강조하던, 이른바 ‘작가주의’에서 벗어나 건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올해 건축전의 주제는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 저소득계층을 위한 ‘반쪽 집’으로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총감독을 맡아, 자신이 진두지휘한 본전시의 첫 장부터 이런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과거 베니스의 국영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던 아르세날레에서 열린 본전시의 입구를 100t의 폐기물로 만들었다. 지난해 열린 미술전에서 쓰고 버려진 것들이다. 철제 프레임은 천장이 됐고, 석고보드는 벽으로 재활용됐다.

그는 공식 개막에 앞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질은 가격만으로 그 가치를 정해서 안 된다. 그들을 다루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전시에 참가한 88명의 건축가 중 다수가 건축 자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골몰했다. 각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값싸고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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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시 황금사자상을 받은 파라과이 건축팀의 아치 구조물. 지역에서 생산한 벽돌을 사용했다.


2012년 프리커상을 수상한 중국 건축가 왕슈는 ‘수제 벽돌’과 그 벽돌로 지은 집을 선보였다. 중국 푸양시 인근 마을 재건 공사를 위해 길거리의 잡돌을 모아 분쇄해 만들었다. 인도 ‘스튜디오 뭄바이’는 쇠똥으로 집 만들기에 도전했다. 본전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파라과이 건축팀 ‘가비네테 데 아르키텍투라’도 지역에서 생산한 벽돌로 만든 아치 구조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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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치앙라이 지진 이후 학교 복구 과정을 테마로 한 태국관.


59개국이 참여한 국가관에서도 각국이 마주한 전선을 다양하게 풀어냈다. 스페인관은 경제위기로 짓다 말거나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는 건축물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미완성(unfinished)’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특별언급상을 받은 일본관과 페루관도 각각 경기침체 및 환경 파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했다. 유럽 국가관은 난민을 위한 주거 마련에 골몰했다.

건축가 승효상은 “올해 건축전의 주제는 그간의 경제호황으로 건설에만 집중했던 건축가에게 지금의 사회적인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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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으로 집만들기에 도전한 인도 뭄바이팀.


◆한국의 전선은 ‘용적률’= 전시장 한가운데 모양이 제각각인 건축 모형 36개가 자리잡았다. 벽면에는 각종 수치가 그래픽으로 가득 그려졌다. 인구가 100만에서 1000만명까지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46년, 소득보다 땅값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고, 공사비의 절반이 땅값인 도시 서울의 현상이다. 인구가 많고 밀도가 높은 서울의 특성은 용적률을 최대한 채운 건물을 지어야한다는 건축주의 욕망을 만들었고, 건축가에게 이를 디자인으로도 잘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

한국관 예술감독인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가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으로 주제를 정한 이유다. 김 교수는 “‘용적률 게임’은 세계 도시의 공통현상이나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다”며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도시가 앞으로 겪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집장사의 집’으로 이야기되던 다세대·다가구 건축 시장에 2010년 이후 젊은 건축가들이 뛰어들면서 게임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나름의 해법을 통해 용적률도 채우면서 개성있는 집을 짓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밀라노 카비아스카는 “경제·사회적 현상이 건축의 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라며 “인구밀도가 높고 주거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아틸라아에서도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1980년 시작된 세계 최고 규모의 건축행사. 모태는 1895년 발족한 베니스 비엔날레(미술전)다. 미술전과 건축전이 격년제로 열린다. 올해 건축전은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진행된다.

글·사진 베니스=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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