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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왜 서울메트로에 똑같은 비극이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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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사회부문 기자

“용역업체 직원 안전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이행해 안전한 지하철이 되도록 하겠다.”(지난해 8월 말)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지난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는 정비업체 직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입장들이다. 시간의 격차는 9개월이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지난해 8월 29일 오후 7시25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조모(당시 29세)씨가 숨졌고, 지난 28일 오후 5시57분쯤엔 구의역에서 정비업체 직원 김모(19)씨가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다 희생됐다. 피해자만 다를 뿐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용역업체 직원이 혼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는 ‘사실’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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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사고로 숨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 [뉴시스]


판박이 해명 사례는 더 있다. 2013년 1월 19일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심모(38)씨가 열차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을 때도 서울메트로는 같은 얘기를 했다. 이쯤 되면 흔히 쓰는 ‘삼진 아웃’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하다. 하지만 매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 반복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서울메트로는 세 차례 모두 “작업자가 보고 절차나 근무 매뉴얼 등을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자신들은 규정을 만들어 놓고 충분히 교육했지만 결국 당사자들이 지키지 않아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남역 사고 이후에 안전수칙을 강화했고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협력업체에 얘기도 했다.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메트로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다”고 한 지 1년도 채 안 돼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식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라 관리가 어렵다는 핑계는 식상하다.

현장 정비사들은 “직접적으로 ‘작업자 안전보다 신속한 수리를 우선시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실재한다면 조성 책임은 ‘밥줄’과 ‘목줄’을 쥔 서울메트로 아니냐”고 지적한다.

지금은 서울메트로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참회해야 할 때다. 작업자들이 ‘죽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든 원인을 찾아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번에도 재발방지 대책 운운하며 진정성 없는 말로 넘어가게 놔둔다면 감독기관인 서울시가 직무 유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윤정민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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