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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유대학이 대학구조조정 최선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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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서울총장포럼
공유대학 추진단장
전 중앙대 총장

지방의 고등학교에 ‘잡상인과 대학교수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는 말을 들은 지도 10년이 됐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우울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져서 상당수의 지방 대학들이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로 학생 수 부족 상황에 처해 있다. 2003년 일본에서 대학의 첫 폐교 이후 현재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대학 파산 문제가 우리나라에도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이 70%라고 한다. 2015년도 중학교 졸업생 58만7834명 전원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해도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년의 대학 진학자는 41만1483명이다. 대입 정원과 비교해 10만 명 이상 부족하다. 현재 추세라면 2005년도 출생아 43만5031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4년 대학 진학자가 30만 명 미만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입학정원의 절반에 그친다. 정부는 현재 56만 명 선인 대학 입학정원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3단계에 걸쳐서 16만 명 줄여 40만 명 선으로의 조정을 추진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게다가 등록금 의존율이 60%를 상회하고 단과대학이나 학과 수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30% 이상 많은 백화점식 운영 구조에서 등록금 동결은 대학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학생 수 부족과 재정적인 압박, 그리고 많은 영세 학과로 구성된 학문체계 등으로 인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취약하고, 심지어 상당수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이 상황은 해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대학이 고급 지식 전수의 독점적인 위상을 잃어가고 있으며, MOOC와 같은 온라인 교육체계의 세계화로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에도 심각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는 대학 개혁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사회적인 비용의 증가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도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학 구조개혁의 중요한 과제는 일부 경쟁력 없는 대학의 퇴출과 함께 각 대학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절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조개혁법이 국회에서 아직까지 계류되어 있는 등 대학의 구체적인 구조개혁 방안이 추진되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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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학 구조개혁 모형은 각 대학이 경쟁력 있는 학문 단위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 특성화를 하고 여러 대학들이 협력해 상호 보완하는 공유대학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공유대학이란 여러 대학들이 연합해 하나의 느슨한 형태의 연합대학 형식을 갖추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이미 1964년부터 공유대학(Consortium of Universities of the Washington Metropolitan Area) 제도를 도입해 현재 14개 대학이 학점 교류뿐만 아니라 학사와 연구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참여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공유대학 제도는 학점 교류를 비롯한 다양한 공유를 통해 학생 중심의 교육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각 대학은 경쟁력 있는 학과 중심의 특성화가 가능하다. 교수 2~3명이 존재하는 영세 학과들은 4~5개 대학 간 공동운영을 통해 학문 단위 경쟁력 제고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교양, 전공기초 과목 등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들은 MOOC 강의를 공동 개발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 공유대학을 통해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도 학생 수 부족에 따른 대학의 퇴출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교육수준 향상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대학들 사이의 장벽이 낮아지거나 허물어져서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대학 서열화를 희석시켜 공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우리나라 대학의 개혁과 발전방안을 논의해 온 서울총장포럼은 2016년 1월 서울지역 23개 대학 총장과 교무처장들이 모인 가운데 포럼을 열고 학점 공유를 포함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공유대학 제도의 출발을 도모했다. 대학 내 학과들 사이의 정원 조정도 쉽지 않은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에서 서울지역 23개 대학들이 자신의 울타리를 허물고 학점 공유를 비롯한 전반적인 학사 공동운영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는 한국 대학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서울지역에서 성공하면 우리나라를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 공유대학을 만들어 학생 수 부족과 재정적인 압박으로 퇴출되는 대학 수를 최소화하면서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모처럼 23개 대학의 총장들이 함께 추진하고자 하는 공유대학 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

이용구 서울총장포럼 공유대학 추진단장·전 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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