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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200억 벌어줘도 주력 아니면 정리…쉽지않은 ‘뺄셈 경영’


2016 퍼스트펭귄 ⑥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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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은 “불필요한 데 투자하는 일을 줄이는 ‘뺄셈 경영’으로 리스크를 줄여 반도체 불황을 극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에도 선전 중인 강소기업이 있다. 1998년 자본금 2억5800만원으로 설립된 바른전자다. 김태섭(51) 바른전자 회장은 이 회사 창업자는 아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투자자로서 바른전자를 지켜보다가 2010년 인수해 회장에 취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 바른전자도 위기에 처하자 김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김 회장은 “바른전자가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취급했기에 눈앞의 위기보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인수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도, 김 회장에게도 좋은 만남이었다. 곧 스마트폰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이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8년 600억원대였던 바른전자 매출은 최근 3년 꾸준히 2000억원을 넘었다. 특히 지난해는 수출액만 1770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한 사상 최대치였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80%에 이른다. 기술력으로 글로벌 거래처들을 사로잡았다.

경쟁국인 대만의 경쟁사들이 80%대의 수율(일정량의 제품을 만들었을 때 불량품을 제외한 정상 제품의 비율)을 기록할 동안 바른전자의 수율은 96%를 웃돌았다. 100여 명의 우수한 연구·개발(R&D) 전문 인력이 거래처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자유로이 설계·변경한다.

바른전자는 설립 초기 전체 매출의 90%가 삼성전자에서 발생할 만큼 특정 거래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바른전자 같은 후공정(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전공정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를 사온 뒤, 낱개로 잘라 포장해 거래처에 납품) 업체들은 특성상 획일화된 매출선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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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변동에 삼성이 생산 물량을 줄이면서 바른전자도 2년간 적자가 났습니다. 삼성만 믿고 장비 투자를 과하게 한 게 패착이었죠.”

당시의 교훈이 미래를 바꿨다. 부침이 많은 반도체 업종에서 살아남으려면 탄탄한 거래처라도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됐다. 리스크 관리와 해외 시장 개척은 필수였다.

김 회장은 “2009년만 해도 미주의 거래처 두 곳이 갖는 매출 비중이 80%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거래처가 한 군데도 없게끔 비중을 조절했다”고 말했다. 수출선 다변화도 꾀했다. 그 결과 미주 50%, 아시아 30%, 유럽·아프리카 20%로 수출선이 다변화했다.

| 다방 DJ→PC 조립→기업 CEO
가능성 보고 낸드플래시사 인수
스마트폰 시대 열려 매출 3배로


바른전자는 2014년부터는 ‘골드플래시’란 이름의 자체 브랜드 범용직렬버스(USB) 메모리도 만들어 팔고 있다. 자체 브랜드의 메모리를 만들어 파는 기업은 그간 국내 후공정 업체 가운데는 없었다. 삼성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10곳이 채 안 된다.

김 회장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제품을 자체적으로 설계·개발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걸 어필함으로써 해외에서 신뢰를 쌓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평범한 대학생이던 1988년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유행하던 음악다방에서 DJ로 일하면서 자금을 모았다. 서울 용산과 청계천 일대에서 파는 부품을 사다가 PC를 조립해 팔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연매출 400만원으로 출발한 그의 기업은 소프트웨어(SW)를 다루면서 사업이 커졌고, 가능성을 본 ‘벤처 1세대’ 정보기술(IT) 기업 KDC정보통신(1972년 설립)의 투자를 받아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후 김 회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03년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 매출 정체되자 주변 사업 정리
부채비율 확 낮춰 새 동력 마련
계열사 수 집착 않고 전문성 확보


그렇게 30년 가까이 경영을 하면서 김 회장이 갖게 된 경영 철학은 ‘뺄셈 경영’이다.

“과거엔 ‘덧셈’을 잘해야 좋은 경영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열사든 장비든 하나하나 늘리는 데 집착했죠. 하지만 덧셈만 했다가는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무너지게 된단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김 회장은 ‘뺄셈’의 경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그는 2014년 바른전자의 매출이 정체되자, 2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던 반도체 솔루션사업 부문을 지난해 정리했다. 비주력 부문의 과감한 구조조정 속에 2013년 359%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엔 111%로 낮출 수 있었다. 특정 매출선의 비중을 줄여 더 나은 결과를 얻은 것도 이 같은 ‘뺄셈 경영’의 결과물이다.

바른전자는 최근 두 가지 승부수를 더 던졌다. 하나는 중국으로의 본격 진출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중국 장쑤성에 신공장을 짓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선 제품을 고용량·고품질로 만드는 R&D와 마케팅에 집중하고, 중국에선 자재의 현지화와 가격 경쟁력 강화로 급속히 팽창 중인 중국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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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신성장 동력의 육성이다. 2014년 ‘비콘’이란 단말기를 개발하면서 뛰어든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대표적이다. IoT 분야에 뛰어든 것 또한 반도체 후공정 업계에서 바른전자가 처음이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매출선 다변화로 리스크를 관리했듯, 사업 다각화로 또 한 번 리스크를 줄이면서 반도체 불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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