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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노인 환자의 몸 상태 속속들이 아는 동네병원 주치의 필요”

|대한가정의학회 ‘노인건강’ 전문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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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참석자들이 노인의학·1차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건강 백세시대다. 오래 사는 것만큼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나이가 들면 몸이 노쇠하고 만성질환은 하나둘 늘어간다. 이런 문제가 서로 얽혀 또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노인 환자에겐 여러 조건을 고려한 종합적인 진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의학’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이다. 중앙일보와 대한가정의학회는 지난 22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백세시대를 맞아 노인의학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한국의 고령화 현상 어떻게 봐야 하나.
윤종률(이하 윤)=고령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2020년이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생)가 노인(65세 이상)으로 접어들어 노인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다. 이들은 대부분 노후대책이 제대로 안 돼 있다. 노인의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강재헌(이하 강)=다른 나라는 국민 평균수명이 10년에 1년씩 느는데 우리나라는 2~3년에 1년씩 올라간다. 엄청난 국가 의료비 부담이 예상된다.
노인은 의학적으로 일반 성인과 다르다던데.
조비룡(이하 조)=노인은 기본적으로 앓는 병이 많고 적응력이 떨어진다. 부작용 가능성은 크면서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힘들다. 질환도 보통 2~6가지나 된다. 질환별로 전문의를 찾아간다. 한 명의 의사가 노인 환자를 포괄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윤=소아는 자랄수록 건강의 동반자가 점점 필요없어지지만 노인은 반대다. 노인에게 건강 동반자로서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노인 환자, 포괄적 진료 필수
 
노인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양윤준(이하 양)=고혈압과 전립선 질환이 있는 환자를 보자. 전립선 약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혈압약까지 먹으면 혈압이 확 떨어져 어지럼증이나 저혈압이 올 수 있다.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가 먹는 약을 의사가 일일이 챙겨봐야 문제를 알 수 있다.

조=고혈압·당뇨병 환자가 관절염으로 시술을 받거나 약을 먹으면 혈압·혈당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수치를 낮추는 데 급급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한 의사가 보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이덕철(이하 이)=동감한다. 노인은 완치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환자를 전체적으로 보는 진료가 필요하다. 노인에게 1차의료가 중요한 이유다.

윤=흔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가 세분화되면서 시야가 좁아졌다. 숲을 봐야 한다. ‘포괄건강평가’라고 한다. 현실에서는 의사들이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부분이다.
요즘 의학계에서 ‘노쇠’라는 말이 중요하게 거론되는데.
양=노쇠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이=노쇠는 동반 질환이 많거나 관리가 안 됐을 때 더 빨리 온다. 건강 증진 차원에서 근육량·생활습관·동반 질환 같은 노쇠 관련 요인을 주치의가 잘 관리해 줬을 때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의료비도 절감된다.

|미·유럽 노인의학 전문의 육성
 
다른 나라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유럽은 노인의학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 노인의학 전문의를 두고 있다. 미국은 가정의학과·내과를 중심으로 전문의가 끝난 뒤 세부 전문의로 양성한다. 노인을 잘 아는 의료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는 의미다.

양=노인환자 진료는 일반환자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미국은 ‘PCMH(patient centered medical home)’라고 해서 환자 중심으로 의사·간호사·영양사·운동처방사가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주도 지역 의사회를 중심으로 노인환자를 교육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병수=우리나라도 이런 지원이 필요하다. 고혈압·당뇨병·관절염이 있는 75세 할머니 환자가 있었다. 질환별로 세 군데 병원에 다녔다. 어느 날부터 환자가 오지 않아 방문해 보니 무릎이 너무 아파 거동을 제대로 못하더라. 안 되겠다 싶어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열심히 가르쳐 드리고 일일이 확인하고 챙겼다. 한 달 정도 지나니 걷게 되고 동네 평상에 앉아 사람들과 얘기도 하시더라. 그때 노인은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의료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노인의료에서 특히 1차의료가 중요한데.
강=1차의료가 중요한 이유는 노인환자는 여러 진료과의 문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1차의료 의사는 환자를 보고 치료자·조정자 역할을 한다. 먼저 환자에게 모든 처방전을 갖고 오도록 해 약 가짓수를 줄이는 것부터 한다. 약 하나 빼주는 것만으로 치료가 되기도 한다.
 
|가정의학회, 노인주치의 양성
 
가정의학회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양=1차의료 의사는 환자 접근성이 높아야 하고, 환자를 포괄적으로 보면서 지속적으로 주치의처럼 돌봐야 한다.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보내는 조정 역할도 해야 한다. 가정의학회에서는 5~6년 전부터 노인주치의 과정을 개설해 이런 부분을 교육하고 있다. 가정의학과 의사라면 노인 포괄평가를 할 수 있도록 전문의 시험과 수련 규정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혹자는 동네마다 각과 의원이 있고 환자가 두루 다니면 포괄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한 의사가 환자의 가족력·과거력·생활습관을 고려해 진료하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포괄성의 가치와 의미를 알아야 한다.
 
노인의료·1차의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데.
강=간암의 최고 권위자라고 해서 최고의 1차진료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환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주는 1차의료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이=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1차의료와 노인의학의 가치를 공유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노인의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합당한 방법은 노인 주치의라는 데 공감한다.

양=제일 잘못된 인식은 1차의료는 어느 의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1차의료에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1차의료가 발전해야 의료비용도 줄어들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면서 1차의료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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