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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다시 한계에 가로막힌 반등

summary |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신흥국 통화가 강세가 된 게 경기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연초 이후 두 달간 공포심 때문에 하락했던 부분이 메워지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 당연히 저가 메리트가 상승 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데, 가격이 오를수록 반등의 힘도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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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2000선에서 상승이 멈춘 후 벌써 두 달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반등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인데 시장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저점·고점 모두 확인... 美 달러·금리 향방이 변수 될 듯

지난 두 달 사이 유가가 저점에서 85% 올랐다. 여전히 최고점의 3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가격은 그렇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높은 곳에서 매수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배럴당 20달러 대에서 매수한 사람도 있다. 가격은 가장 최근에 매입한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장기적으로 유가가 30~40달러 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상승만으로도 반등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코스피 지수 2000선에서 떨어져 제자리걸음

브라질 헤알화가 15% 절상됐다. 다른 신흥국 통화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10% 넘게 올랐다. 환율이 강세가 되자 신흥국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미국보다 유럽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더 높다. 유럽이 선진국 중 경제가 제일 나은 지역으로 올라서고 있는 만큼 조만간 신흥국 경제가 나아질 걸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일부 낙관론에도 신흥국 통화가 지금보다 더 절상되기는 어렵다. 더 올라가려면 실제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신흥국 통화가 강세가 된 게 경기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연초 이후 두 달간 공포심 때문에 하락했던 부분이 메워지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 당연히 저가 메리트가 상승 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데, 가격이 오를수록 반등의 힘도 떨어지게 된다.

주가가 지난 몇 년 동안 유지해왔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위기설 등으로 주가, 원자재 가격, 환율 등이 요동을 칠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이 정책을 내놓고, 그 힘으로 일정 기간 가격이 안정을 유지하는 형태다. 2월은 주가를 비롯해 유가, 신흥국 통화의 바닥이 어디인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모든 게 최악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지난 두 달은 반대로 이들의 고점이 어디인지를 시험하는 기간이었다. 이제 위 아래 모두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주가는 당분간 확인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시장이 변한다면 두 가지 요인 때문일 것이다. 우선 미국이 금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상도 인하도 모두 걸리는 구석이 있다. 연초 이후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폭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그래서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없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런 배경에는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미국 경기지표는 체감적인 낙관론에도 계속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선행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경제지표의 흐름이 뚜렷이 하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예측치를 통해 볼 수 있다. 2016년 미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주요 예측기관들의 컨센서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관되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 1월에 형성된 컨센서스는 2.4%로 지난해 대비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금 금년 성장률 컨센서스는 2.0%에 머물고 있다. 발표되는 경제 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하는지를 보여주는 Economic Surprise Index 역시 일부 등락에도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다. 실제치가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4월 이후 반락 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양호한 체감경기로 인해 금융시장에 별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과 소비 지표를 중심으로 매우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져 제조업 부분의 부진은 사소한 불협화음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만일 6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이는 시장 전망과 배치되는 정책이므로 주가 하락을 촉발할 것이다. 환율의 안정 구조도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금리를 동결하면 당장에는 문제가 될 부분이 없어지겠지만 숙제가 뒤로 넘어갔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6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고 현실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매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외국인은 프로그램 비차익 거래를 통해 시장에 참여해왔다. 상승이 제한적일거란 생각 때문에 직접 매수보다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지금 제일 부담되는 부분은 환율이다. 주가가 좁은 폭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까지 약세가 될 경우 투자를 늘리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가 1130원대에서 멈췄다. 이 선이 지난 1년 사이 최저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추가 하락이 쉽지 않아 보인다. 원화가 이 선 밑으로 내려가려면 달러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뒤로 미뤄지고, 1분기 성장률이 0.5%로 예상에 못 미쳤지만 이 사실만으로 달러가 약세로 전환됐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미국 기준금리 변동이 장기 달러 강세의 추세를 좌우하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장기 데이터를 보면 미 금리 인상이 반드시 달러 강세를 수반하진 않는다. 발생 횟수로 보면 달러 강세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시기에 달러가 강세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처럼 3년 이상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장기 달러 강세 국면만을 한정해 보더라도 추세적인 달러 강세 기간 중에 금리를 인하됐던 경우가 인상됐던 경우보다 많았다. 이는 달러의 추세적인 강세가 단순히 명목 금리차에 의한 자금의 이동만을 반영하기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동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도 강화되면 건설·철강주 조정 불가피

4월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에서 재상승함으로써 이 선이 강한 지지선이란 사실이 확인된 셈이 된다. 외국인들에게는 주가보다 환율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지난 두 달 간 주가는 50포인트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크게 잡아봐야 변동 폭이 3%이며 변동 폭이 갑자기 커질 것 같지도 않다. 환율의 변동폭이 주가 변동폭보다 커졌는데 이런 움직임 때문에 외국인들은 주가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외국인이 매도를 늘려 대응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인 매도는 시장보다 종목에 더 영향을 미친다. 건설·철강 등 낙폭 과대주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난 두 달 간 이들 종목이 바닥에서 50% 가까이 상승한 건 신흥국 통화가 강세로 전환한 것과 비슷한 논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 부도가 나지 않는 한 더 이상 하락할 곳이 없다는 방어적 생각이 그것이었다. 주가가 상승해 이제 더 이상 저가 메리트를 내세울 수 없게 됐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또 다른 상승 동력이 필요한데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오히려 해당 종목이 외국인 매도의 상위를 차지하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중소형주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가격이 너무 높고, 작년 급등 이후 새로운 상승 논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에 강한 상승이 나올 수 있지만 연속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당분간 시장과 종목 모두 소강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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