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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 입맛에 맞는 사이트만 찾아 편향 심화…‘정보의 바다’ 아닌 ‘골목길’ 된 인터넷

예전엔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불렀다.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모이고 있으니 이제는 바다가 아니라 우주라 불러야 할 정도다. 하지만 그 많은 인터넷 사이트 중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은 몇 개나 될까.

사람들은 대부분 익숙한 몇 개 사이트만 찾아다닌다. ‘즐겨찾기’ 해 둔 사이트가 많다 해도 자주 찾는 것은 아니다. 요즘엔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마저 점점 줄어든다. 인터넷은 우주가 아니라 자주 다니는 골목길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카메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패션 좋아하는 사람은 패션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인다. 여자는 여자가 많은 여초 사이트에, 남자는 남자가 많은 남초 사이트에 모인다.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은 『사회적 원자』(2010)라는 책에서 토머스 셸링이라는 학자의 흑백분리 실험을 사례로 들었다. 인종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소수가 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흑인과 백인이 지역별로 끼리끼리 모여 살더라는 것이다. 어쩌면 사소한 동기와 선호가 우리 사회를 크게 갈라놓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기호나 취미와 달리 정치·사회적 입장에 따라 나뉜 사이트는 끼리끼리 성향이 심해지면 사회적 갈등을 낳기도 한다. 추종하는 정파의 뉴스만 찾아보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 사회적 관점에 맞는 글만 읽기 때문이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은 점점 더 심해진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사실로 음모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통계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신호와 소음』(2014)에서 “정보의 양이 많다고 해서 유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음을 걸러내지 못하고 편향된 정보가 쌓일수록 편견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은 급기야 혐오와 저주에 빠지기도 한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파, 여성 또는 남성에 대한 미움으로 불타오른다. 이를 뒷받침하는 그럴 듯한 가짜 증거와 이유를 찾아낸다. 가수 타블로에게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했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는 대법원까지 간 재판 끝에 최종 유죄를 받았지만 아직도 일부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움이나 의혹을 멈추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경우 비극이 된다.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쇠구슬과 압력밥솥 폭탄으로 3명의 행인을 죽이고 수백 명을 다치게 한 테러범은 차르나예프 형제였다. 이들은 테러단체와 접촉한 적도 없고 사주를 받지도 않았다. 그저 인터넷의 특정 사이트에서 스스로 무슬림의 극단적 교리를 받아들이고 자신들만의 성전(聖戰)을 벌였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근처 건물에서 스물셋 꽃다운 나이의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흉악범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 어쩌면 나 또는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 사건으로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희생자를 추모하고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 엉뚱하게 남녀를 갈라 세우고 극단적 혐오를 일으키는 일부 주장이 나타났다. 그에 흥분한 대응 주장이 또 나타났고 갈등은 싸움이 됐고 혼란은 더 커졌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너무나 넓고 성기지만 빠트림이 없다”는 노자의 말씀이다. 골목길 인터넷에서 편을 갈라 싸우는 데 머무르지 말고 우주 같은 인터넷으로 시야를 넓혀 보자. 다른 생각을 읽어보고 다른 입장을 배려해보자. 세상의 많은 문제는 작은 ‘나’를 벗어나야 해결되기 시작한다.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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