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영화 땜시 마이 떴제” 주말 곡성 인구보다 많은 4만 명 찾아


세상 속으로 영화 곡성(哭聲) 덕보는 전남 곡성(谷城)
 
기사 이미지

전남 곡성의 섬진강.


“영화 땜시 우리 곡성이 마이 떴다드마. 광주에 있는 딸내미한테도 엄마 가게 나온다고 연락왔당게.”(황순임·62)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이 관객 500만을 돌파하면서 영화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전라남도 곡성군이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KTX를 타고 2시간10분 만에 곡성역에 도착했다. 역 앞 기차마을에선 세계장미축제가 한창이었다. 대구에서 온 김주희(31)씨는 “영화를 보고 인터넷으로 곡성을 검색하다 축제를 한다는 얘길 듣고 놀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장을 방문한 사람은 1만3000여 명. 지난 주말에는 곡성 인구(3만 명)보다 많은 하루 4만여 명이 다녀갔다. 박광천 곡성군청 홍보팀장은 “평일에는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영화 촬영을 한 곳이 어디에 있느냐는 문의 전화도 많다”고 전했다.
 
기사 이미지

정육점 실제 모습(左), 정육점 장면(右).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곡성(哭聲)’은 지역과는 관련 없는 가상의 이야기를 다뤘다. 오해를 막기 위해 곡성(谷城)군과 한자도 달리했다. 하지만 곡성 내 25곳에서 촬영을 했을 정도로 영화 속에는 곡성의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곡성 읍내에서도 경찰서와 파출소, 식당 등 곳곳에서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영화 땜시 왔소?”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김재선(68)씨가 말을 건넸다. “2년 전에 정육점 간판을 달드만 영화 찍는다고 하더라고. 까묵고 있었는디 요새 테레비, 신문에서 하도 곡성 얘길 하니께 반갑제.”

| 개봉 전엔 “군 이미지 나빠진다” 항의
유근기 군수 “역발상 해야” 주민 설득

 
기사 이미지

외지인 집.


읍내에서 차를 타고 30분쯤 달려 산속 깊숙이 들어가자 폐가가 보였다. 영화 속에서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살았던 집이다. 촬영이 끝나고 인적이 끊어진 탓에 집 앞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한 마을 주민은 “(집 주변에) 피도 막 있고 긍께 주민들끼리 보기 좀 거시기하다고 걱정했제”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사 이미지

영화 속 장면(이십세기폭스 제공)과 실제 촬영지 모습(1). 외지인의 집으로 묘사된 전남 곡성군 연반리의 폐가(2).


영화가 처음부터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던 건 아니다. 신정화 곡성군청 문화예술팀장은 “개봉이 가까워지면서 ‘이렇게 흉측한 영화를 곡성에서 찍었다고 하면 군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매일 수십 통씩 걸려왔다”고 말했다. 곡성이란 제목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항의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지역 신문에 기고된 한 편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는 계기가 마련됐다. 유근기(54) 곡성군수가 쓴 ‘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 이야기’란 글이다. 그는 기고에서 “역발상을 통해 곡성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남는 장사”라며 “오히려 곡성군의 봄날을 경험한다면 영화와는 완벽한 대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유 군수를 영화의 첫 장면을 찍었던 섬진강 변에서 만났다.

| 흥행하자 “촬영지 어디냐” 문의 쇄도
장미축제 평일 방문객 두 배로 늘어

 
기사 이미지

유근기 곡성군수는 영화 ‘곡성’ 촬영지인 전남 곡성군 섬진강 변에 앉아 “영화와 달리 실제 곡성에 오면 외할머니댁 같이 포근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화를 본 소감은.
“두 시간 반 동안 영화에 푹 빠져서 봤다. 우리 지역이 많이 나오니까 찾는 재미도 있더라. 대부분이 15분간의 주술의식 장면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지만 나는 종구와 딸 효진이 섬진강 변에서 오카리나를 불며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기사 이미지

영화의 초반부에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낚시를 하는 장면.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미끼’를 던진다.

 
실제 곡성군은 영화 곡성과 어떻게 다른가.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날카롭지 않은 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연환경, 시골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곡성이다. 광주지방검찰청에서 전남 지역을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범죄 없는 마을’을 선정했는데 60% 이상이 곡성에 있는 마을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종구의 직업이 경찰인데 실제론 경찰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순박하다.”
 
기사 이미지

종구(곽도원)가 딸 효진(김환희)에게 머리핀을 선물한 곡성군 능파리 청림문구사(3,4)

 
기사 이미지

실제 청림문구사.

 
군 이미지가 나빠질 거란 걱정은 안 했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거 아니냐, 농산물이 팔리지 않으면 어쩌느냐고 걱정하는 분이 많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다. ‘ 잘하면 돈 안 들이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말 제작사 측에서 찾아왔길래 (지명을) 쓰라고 했다. 영화 ‘해운대’를 보고 해운대에 매일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를 지역 홍보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무조건 활용해야 한다.”
 
| 유 군수 “실제로는 범죄 없는 마을”
주민 “곡성 오는 사람 많아졌으면”
군내에 극장 한 곳 없어 상영회 열기로

 
기사 이미지

종구 일행이 탄 차량이 사고가 난 곡성군 구성~신풍 간 도로(5,6).


그가 기고문을 올린 것도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절박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유 군수는 “고령화로 인해 매달 신생아 15명이 태어나는 반면 34명이 사망하는 실정”이라며 “2014년 7월 부임 뒤부터 강력한 귀농 정책을 펴 지난해 681명이 곡성으로 들어왔는데도 인구는 오히려 60명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 곡성에 온 사람들은 외할머니댁에 온 것처럼 포근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영화를 계기로 올해 곡성 인구가 단 한 명이라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실제 곡성군 구성~신풍 간 도로.


군은 제작사 측과 협의해 조만간 주민 상영회를 열 계획이다. 곡성 내에 극장이 없어 영화를 못 본 주민들을 위해서다. 광주까지 가서 영화를 봤다는 강정숙(62)씨는 “바깥에선 구례·남원은 알아도 곡성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여. 영화 때문에 진짜 곡성이 어떤 곳인가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아지믄 좋겄소”라고 말했다.
 
[S BOX] 영화 제목으로 지명 내세우는 까닭은

‘밀양·해운대·경주·파주’.

지명을 제목으로 내세운 한국 영화들이 요즘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영화에 현실성을 더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2007년 개봉한 ‘밀양’은 실제 경남 밀양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남편을 잃은 여주인공(전도연)이 아들과 함께 새 출발을 하러 가는 곳이 남편 고향인 밀양이다. 당시 전도연씨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밀양 관광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해운대’도 지명 덕을 본 대표적인 영화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2009년 여름 개봉했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광안대교·사직구장 등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고 1000만 명 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영화 ‘경주’는 경주에 온 베이징대 교수(박해일)가 찻집 주인(신민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문단지, 고분릉 등 경주의 주요 관광지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찍었다.

전남·곡성=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