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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더 위험해, 안 위험해? …진짜 통계는 이렇다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한국 여자가 남자보다 범죄 위험에 더 노출돼 있냐, 아니냐’는 것인데요. ‘여성혐오 살인’이냐 ‘묻지마 살인’이냐 나뉘는 시각만큼 전혀 다른 현실 인식이 병존합니다. 그런데 이건 다 통계 탓입니다.
강력범죄 피해자 80% 이상이 여자다"
살인범죄 피해자는 남자가 더 많다"
서로 반대되는 주장 같죠? 하지만 둘 다 정부에서 인증한 사실입니다. 심지어 둘 다 ‘대검찰청 범죄 조사 분석’이라는 하나의 자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일각에서 얘기하듯, 서로 다른 기관이 통계로 장난치는 ‘꼼수’ 같은 게 아니라는 말이죠.

이게 다 통계 탓입니다. 통계를 세밀히 들여다보면, 모순되는 듯한 두 문장이 왜 모두 팩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젊은 남녀 사이에 ‘살해’에 대한 공포 체감도가 왜 다른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죽지 않았는데 ‘살인범죄’?
‘살인범죄=의도를 가지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 라고 생각하셨죠?
하지만 용어에서부터 혼동이 있었습니다. 대검찰청의 살인범죄 통계는 살인 미수·예비·음모·방조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중 피해자가 실제 사망한 경우는 40% 미만이며, 피해자가 다치거나(34%) 신체 피해가 없는 경우(26%)까지 함께 집계됩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살인’과는 다르죠. 피해자가 실제 사망한 범죄만을 다루는 외국 통계와 비교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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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어진 기자]


살인 미수·음모를 모두 포함한 범죄에서 피해자 중 남녀 비율은 56:44, 가해자 중 남녀 비율은 84:16 이었습니다. (대검찰청, 2014 범죄조사분석)
 
참고로 현재 국내 주민등록 기준 성비는 남:녀 = 49.98: 50.02 입니다. 어느 쪽 인구가 많아서 범죄 통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 ‘살인 미수’는 빼고 보면 안돼?
‘살인범죄’ 중 피해자가 실제 사망한 사건 통계만 들여다 봤습니다(경찰청, 2011-2014 범죄통계). 결과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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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어진 기자]

 
미수·음모를 합한 수치는 남성 피해가 더 많지만 실제 살인 피해는 여성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범죄의 성공률(?)이 높다는 뜻이겠지요.
 
- 흉악범죄 통계도 이렇게 해볼까?
치안 당국은 살인·강도·성폭력·방화 등을 ‘강력범죄(흉악)’로 분류해 별도 집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피해자 비율은 앞서 말했듯 80%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에 여성이 압도적이기 때문이고 이를 제외하면 남성 피해가 더 크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접근해 봤습니다. 살인·강도·성폭력·방화 흉악범죄 중에서 피해자의 신체 피해 정도가 ‘사망’인 사건 통계만 합해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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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어진 기자]


  그랬더니 사망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이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 여성 피해는 늘고 있는 걸까?
살해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을 20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흉악범죄인 살인·강도·성폭력·방화로 인한 사망자 중 남녀 비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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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어진 기자]


 20년 전엔 흉악범죄로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사망했는데, 간극이 줄더니 이제는 뒤집힌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이 더 위험할까?
남/녀로만 나누지 말고, 연령별로도 함께 볼까요. 연령별로는 흉악범죄로 인한 사망 통계가 없어서 살인기수(살인범죄 중 실제 사망한 사건)로만 비교해 봤습니다.
연간 남녀 살인 사망자 수는 아래와 같습니다(2011-2013 평균, 경찰청 범죄분석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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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어진 기자]


하지만 이것만으론 제대로 비교가 안 됩니다. 연령 구간별로 인구 수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실제 연령대별 주민등록 인구를 대입해 비율을 계산해 봤습니다. 예를 들어, 7~12세 남성 100만 명 중에 살해당하는 이가 몇 명인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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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위와 같이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16-20세 남성 100만 명 중 살해당하는 이는 1.7명으로 가장 적습니다. 같은 16-20세 여성은 100만 명 중 4.3 명이 살해당하는데, 남녀 간 2.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모든 성별·연령대 중 살해 위험이 가장 높은 건 41-50세 여성으로, 100만 명 중 연간 11.5명이 살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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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어진 기자]


연령별로 살해 위험이 달라지는 데에는 사회 진출 정도나 가정불화 가능성, 학교라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 등 여러 사회적 요인이 작용했을 겁니다.

다만 7-`12세 구간이나 16-20세 구간처럼 같은 연령대 내에서도 남녀 성별에 따라 살해 위험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살인의 공포’에 대한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강남역 살인’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놓고 왜 남성과 여성의 시각이 다른지, 그 중에서도 젊은 층에서 남녀 간 감정 차이가 큰지, 이유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통계였습니다.

*번외 질문 : 한국은 외국보다 여성이 살기 위험한 나라일까?
외국의 살인 피해자 비율은 대개 남성이 더 높습니다. 살해 피해자 중 호주는 63%가 남성(2013, 호주범죄연구소), 캐나다는 74%가 남성(2004-2008, 캐나다 통계청), 미국은 77.4%가 남성(2010, FBI)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만 ‘여성의 안전’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우간다나 소말리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는 살인 피해자 중 남성 비율이 80%를 넘어갑니다(유엔마약범죄사무소). 그렇다고 이런 나라를 ‘여성에게 안전한 나라’라고 볼 수는 없지요.
총기를 허용하는가 아닌가, 여성의 사회진출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범죄율과 사회 안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같은 성별 이외의 사회·경제적 변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나라끼리의 단순 비교는 어려워 보입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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