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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쉬움 남긴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71년 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투하한 원폭(原爆)으로 숨진 5명 중 한 명이 한국인이었다. 20여만 명에 달한 전체 희생자의 약 20%가 징용이나 징병 등으로 현지에 가 있던 조선인이었다. 일본의 폭압적 식민 통치와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 탓에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원폭 피해자가 된 이들이야말로 가장 억울한 희생자들이다.

미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어제 히로시마에 간 버락 오바마는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고인들을 추모했다. 그러나 거기서 불과 150m 거리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는 따로 찾지 않았다. 현장 연설에서 “우리는 생명을 빼앗긴 죄 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선 안 된다”고 하면서 ‘수만 명의 한국인’을 언급했을 뿐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바라는 그의 염원이 좀 더 진정성을 가지려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무고하게 희생된 한국인들의 넋을 위로했어야 한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했고, 그 덕에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재임 기간 중 미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별로 줄지 않았다. 여전히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노벨상이 무색하게 그는 30년 동안 무려 1조 달러를 들여 핵무기를 현대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란과 달리 북한의 핵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우리는 그의 히로시마 방문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밝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히로시마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그가 일본에서 밝힌 것은 주요 7개국(G7) 정상 선언에 담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한다”는 원론적 입장 표명이 전부였다. 미국 핵무기가 한국인들에게 남긴 상처와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일본과의 역사적 화해에 방점을 찍은 그의 히로시마 방문이 우리에게 아쉬움을 남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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