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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김영란법 공청회가 허전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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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논설위원

김영란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중에 개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든 느낌이다. 대학교수와 공무원을 비롯해 수산업·농축산업·화훼업·외식업·중소기업을 대표한 관계자들이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자리였다. 300명 정원의 행사장은 이미 30분 전에 일반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일부는 잔뜩 벼르고 나온 표정이었다. 소소한 언쟁과 고성도 있었다.

공청회의 초점은 “식비(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비(10만원)의 상한가액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모아졌다. 김영란법에 사립학교 법인과 언론사 임직원 등이 포함된 것을 둘러싼 위헌 논란은 뒷전으로 밀렸다. 솔직히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시행령을 지지하는 측은 “법 시행으로 고가의 선물시장이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곡된 내수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법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는 역설의 논리를 폈다. 일부는 부패고리를 없애고, 국제사회에서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선 강력한 법 시행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농축산업을 대표해 나온 인사는 “한우 선물세트의 99%는 5만원 이상이며, 추석과 설에 8300억원어치가 소비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산업도 양대 명절에 1조8000억원어치의 선물이 팔리는 점을 고려할 때 법 시행으로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관련 업종에 예외조항을 두거나 법시행을 늦춰 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였다.

이 같은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국민권익위가 외부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행령이 선물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1% 안팎이라고 한다. 영향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2014년 기준으로 9조3000여억원에 이르는 기업 접대비 중 음성적 자금 지출을 양성화할 경우 오히려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소비는 심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용역조사 결과가 실물경제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 설득력을 가졌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론과 ‘생존의 문제’라는 현실론이 대결구도를 형성하면서 공청회는 허공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선 핵심이 빠졌다. 시행령이 아닌 법 자체의 문제점 말이다.

법과 제도를 집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형평성일 것이다. 불평등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누가 신뢰를 하겠나. 정치인과 정당인, 시민단체 종사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예외조항에 대해선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은 부정청탁을 받아도 ‘공익목적의 고충을 전달받았다’는 명목으로 법 적용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국회의원의 경우 국가공무원에 해당돼 어떤 식으로든 금품은 받아선 안 된다. 즉 3만원 이상 식사를 대접받아서도 안 되고, 5만원 이상 선물이나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아선 안 된다. 국회의원이 제외됐다는 것은 부정청탁에 한정된 것이다.) 아예 금품수수 금지 대상에서 빠진 정당인과 시민단체에 대한 얘기도 없었다.

민간영역의 비리도 따지지 못했다. 9조원대의 접대비가 공직사회에만 집중될까. 법조계 원로의 주장. “수사를 하다 보면 공직비리는 반드시 민간영역과 연결돼 있다. 민간 부문의 부패가 더 심한 것으로 생각한다.” 대기업 갑질이 휠씬 심하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변호사업계 등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는 한 시행령은 9월 28일부터 시행될 것이다. 이 때문에 그 이전에라도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법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빠지고…. 이래서야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공청회가 끝날 때 사회자는 “이 법의 근본적 취지는 고위직의 비리를 제어하기 위한 것인데 애매한 분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생활에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삿대질을 한 꼴이 됐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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