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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지금 왜 ‘유토피아’인가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토머스 모어(그림)의 『유토피아』가 출판된 지 올해로 500년입니다. 전 세계에서 이를 기념하는 학술·문화 행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엔 연세대에서 '낙원에 대한 기억,혹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란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렸더군요. 공유경제에 기반한 민주주의,평화롭고 평등한 이상사회를 그린『유토피아』에 쏠리는 열기는 팍팍해져가는 삶의 현실에 대한 역설입니다.'절망사회 신드롬'이 짙어지는 현실의 투영이기도 하죠.500년전 모어가 이 책을 쓸 당시의 영국처럼 말입니다.? 정치가이자 대법관·변호사를 지낸 모어는 외교관 시절이던 1516년 『유토피아』를 출판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엔클로저(enclosure)가 한창이었습니다. 지주들이 곡물을 수확하던 농토를 목장으로 바꾸거나 황무지에 울타리를 치고 양들을 방목,양모 생산에 열을 올리던 엔클로저 움직임이 경쟁적으로 벌어졌는데,이로 인해 지주들은 더 부자가 된 반면 농민들은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잃고 부랑자나 도둑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사회 혼란이 극에 달했습니다. ? 모어의 문제 의식은 "도둑질을 하면 사형에 처하는데도 왜 도둑질이 근본적으로 근절되지 않을까"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사유재산제와 이로인한 양극화,부조리한 정치(왕정)와 부패가 영국을 모순으로 가득찬 사회로 만든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합니다. 책 내용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 "농민들은 일을 간절히 원하지만 아무도 일을 주지 않는다.농작물 재배를 위해 많은 일손을 필요로 했던 농경지들이 이제 목장으로 변해 양을 돌보는 목동 한 사람만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양이 많아져도 값이 내리지 않는다. 몇명 부자들이 모든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원하는 값을 받을 때까지 양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소수의 탐욕스런 사람들이 양모산업을 국가적 재난으로 만들었다. 식량값이 올라가자 일꾼들은 농장에서 내쫒겨 거지나 도둑이 됐다."?? 당시 영국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되던 과정에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전통산업인 농업보다 모직산업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고,농민은 해체돼 도시 근로자·빈민로 편입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대적인 실업은 가정의 해체와 이로 인한 극심한 혼란,사회 불안을 야기합니다.


? #이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정보산업·신지식기반 산업 위주로의 재편 과정에서 '일자리 없는 성장'이 이어지는 요즘의 '글로벌 저성장' 구조와 닮았습니다. 전통적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신규 직종의 취업길은 '낙타 바늘구멍'이라 성인이 돼서도 부모품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족' 문제는 한 두 국가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전지구적 과제가 됐습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성인(18~34세) 이 돼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의 비율(32.1%)이 결혼·동거로 독립가구를 꾸린 청년비율보다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캥거루족이 독립족을 앞지른 건 미국에서 이 조사를 시작한지 130여년 만에 처음이라는 군요. 우리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4월 청년실업률이 10.9%로 조사됐고,서울에 사는 미혼 남녀(25~34세) 10명 중 6명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출처 : 중앙포토] 토머스 모어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유토피아』는 영국 사회의 변혁을 꿈꾸며 쓴 의도된 상상도입니다. 이상사회의 청사진의 대부분은,예컨대 모든 국민이 하루 6시간씩 노동하고 노동생산물을 공유한다는,일종의 원시 공산주의 모형은 이미 실패한 실험으로 판가름났지만 말입니다.또 ▶2년동안 단 한벌의 옷에 만족해야 하고 ▶10년마다 한번씩 추첨으로 집을 바꾸고 ▶새벽에 공개 강의를 듣고 ▶술집같은 건 아예 없으며 ▶허락없이 자기 구역을 벗어나면 탈주자로 간주돼 처벌받는다는 등의 내용도 허황된 공상에 가깝다고 할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왕정이 지배하던 16세기,국민의 대표를 선거로 뽑자는 민주주의적 정치체제에 대한 발상을 내놓고 '국민 행복'의 실현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점에서 토머스 모어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인문주의자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다시 『유토피아』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극심한 계층 갈등과 양극화로 인해 '분노사회'로 치닫고 있는 지금,시대를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을 갖춘 리더십의 출현을 갈망하는 건 저 혼자만의 소망은 아닌듯 싶습니다.


?#엊그제 나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 발언으로 차기 대선 판도가 출렁대고 있습니다. 신중한 성격의 반 총장이 "내년 1월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할지 결심하겠다"고까지 말한 건 이렇다할 차기 주자가 없는 여권의 무주공산 지형과 여권 주류의 지원,TK+충청 연합 필승론,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야권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등을 계산에 넣은 '여론 떠보기' 란 분석입니다.? 과연 이런 정치공학적 구도가 승리를 담보할수 있을까요. 정치공학적 득실 계산보다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500년전 토머스 모어가 제기했던 그 물음말입니다.?'왜 가진 자가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차지하게 되는가?'


? 이번주 중앙SUNDAY는 반 총장의 측근이 말하는 '대선주자 반기문의 경쟁력'을 집중 취재했습니다.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경색되는 여야 관계-상시 청문회법,과연 위헌인가'? '조선업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는 정성립 대우해양조선 사장의 직격 인터뷰' ' 男心 유혹하는 백화점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 등 흥미로운 기사들이 준비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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