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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사이트] 누리과정 갈등 해결책 제시하지 못한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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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또 그거야.” 듣기만 하면 짜증부터 나는 이슈가 몇 개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끝없는 도발, 새누리당의 비박·친박 싸움이 그런 류에 속한다. 이 못지 않게 짜증지수가 높은 게 누리과정이다. 정부와 지방교육청의 싸움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교육청들이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았다. ‘보육 대란’이 언제라도 폭발할지 몰라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24일 17개 교육청의 예산 편성 실태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엄정함을 떠올리며 뭔가 속 시원한 해결책을 기대했는데, 결과가 영 아니다. 오히려 논란만 더 심화시켰다. 5월 이상 고온의 불쾌지수가 더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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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교육부 손 들어줘
누리과정은 다른 말로 ‘3~5세 무상보육·무상교육’이라 불린다. 어린이집에서 돌보면 무상보육, 유치원이면 무상교육이다. 신체운동·의사소통·자연탐구 등 5개 영역의 표준프로그램으로 유아 발달을 돕는 과정이다. 여기에 드는 4조원 가량의 돈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교육부·복지부와 일선 교육청이 3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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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부담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일 뿐더러 돈이 없어 편성할 방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청이 담당하는 게 합법적이며 교육청이 형편이 되는데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고 맞선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헌법과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서울·경기 등 9개 교육청은 전액 편성할 여력이 있고, 인천·광주는 일부 편성 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교육청은 역시 반발
예상대로 교육청은 강하게 반발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교육청 예산은 정부가 편성할 수 없다”며 “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을 교육청에 떠넘기듯 고친 시행령은 명백한 상위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정치 감사”라며 가세했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6일 재정전략협의회 회의에서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에 있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안 재발의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교육청에 내려주는 교부금에 꼬리표를 달아서 빼도 박지도 못하게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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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혼란 여전
국민 입장에서는 돈 주머니가 중앙정부건 지방교육청이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거나 저거나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돈인데 왜 싸우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머리를 맞대서 해법을 찾으면 될 것인데, 그게 왜 안 될까. 잡음이 나는 데는 서울·경기 등 소위 ‘진보교육감’ 지역이다. 대구·경북·대전·울산 등 ‘보수 교육감’ 지역은 이미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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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은 정략적 접근, 교육부는 변화 둔감
진보 교육감들이 편성을 거부하는 이면에는 ‘당파적 배경’이 있다. 이들이 “2012년 박근혜 후보 공약이니 현 정부가 책임져라”고 압박하는 것도 모양새가 사납다. 당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0~5세 무상보육을 공약했다. 게다가 대선 직후 여야가 공통 공약을 최우선적으로 정책화하자며 무상보육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듬해 바로 시행했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진보 교육감들이 이렇게 나올까.

교육부이 일선 교육청을 몰아붙이는 것도 무책임해 보인다. 2012년 누리과정을 발표할 때 중앙정부·지자체 부담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재원을 돌리겠다고 발표한 것은 교육부 말이 맞다. 순차적으로 교부금으로 이전해 지난해 전액 교부금 몫이 됐다. 그런데 이 교부금은 내국세 세입과 연동돼 있다. 내국세의 20.27%이다. 2010년 이후 이 비율에 변동이 없다. 2012년까지만 해도 세수가 증가세였기에 문제 없었지만 세월호 사고 여파와 경기침체 등으로 세입이 줄어들기도 했다. 교육청 예산에서 누리과정 비용을 왕창 떼고 나면 쓸 돈이 별로 없다. 화장실·냉난방 등의 시설 개선, 창의성 교육 등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 교육청이 돈을 엉뚱한 데 쓰고서 여유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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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총선에서 야 3당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정부가 부담하는 것을 공약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물론 이 공약보고 국민이 표를 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3당이 힘을 합하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런 상황까지 가면 더 심한 충돌을 피할 길이 없다. 무상보육은 정치권에서 저지른 일이다. 나라 살림은 거들떠보지 않고 득표만 계산했다. 그래 놓고 정부-교육청이 싸우도록 방관하고 있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정략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교부금 올리되 누리과정 편성 강제해야
대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비율을 일부 올리되 교육청으로 가는 예산에 누리과정 꼬리표를 확실히 달아서 더 이상 군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출산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마당에 교육 투자를 마냥 늘릴 수는 없다. 무한정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내국세 비율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야당 주장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보내지 말고 종전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같이 매칭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게 차선책이다. 지방교육청으로 보내서 교육청이 집행하는 것이나 중앙정부·지자체가 직접 집행하는 것이나 차이가 없다면 종전 방식으로 되돌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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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상보육을 비롯한 복지에 돈이 끝없이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아 둔화하면서 세금도 생각보다 덜 걷히고 있다. 복지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식으로든 증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나라 앞날을 위해 차분히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현 정부의 ‘지출 합리화, 지하경제 양성화’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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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