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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경제수도’ 호찌민은 韓 경제 동맹국?…현지서 만난 한국 기업들

어린 시절 TV에서 우리나라 상사맨들의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배경이 베트남으로 기억합니다. 그땐 워낙 인프라가 부족한 시절이라 상사맨들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을 잔치가 있으면 무작정 찾아가서 닭을 잡으며 친분을 쌓는 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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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호찌민 시내. 호찌민=문희철 기자

이런 측면에서 이번 베트남 출장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열정을 새삼 느껴볼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물론 지금같이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마당에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간판을 본다고 감동하는 건 다소 ‘촌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십수년전 기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제 베트남의 경제 수도라고 불리는 호찌민엔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했기에 호찌민이 베트남의 경제 수도가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2014년 기준 호찌민의 경제성장률은 9.6%로 베트남 전체 도시 중 가장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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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베트남 법인 전경. [사진 효성]

호찌민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은 효성입니다. 호찌민 1시간 거리인 연짝공장에서 스판덱스·타이어코드·스틸코드 등 3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효성 사무직 근로자들이 착용하는 파란색과 흰색 모자가 있는데, 이걸 착용하고 호찌민 시내에 가면 대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전체 베트남 수출금액의 1%를 바로 여기 효성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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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스판덱스 공장 물리실험실에서 섬유가 늘어나는 정도를 확인하고 있는 현지 채용 인력. 호찌민=문희철 기자

현지 한국 기업은 베트남에 한국식 비즈니스(K-Biz) 시스템도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효성은 한국 울산공장 시스템을 그대로 베트남에 옮겨 놨더군요.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인 동료애도 전파하고 있습니다. 효성 현지 채용 인력의 이직률은 생산지 2%, 관리직 1.6%에 불과합니다. 애사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베트남에서 기록적으로 낮은 수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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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타이어코드 공장 실험실 벽을 현지 근로자들이 꾸며놓은 모습. 호찌민=문희철 기자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공장 근로자들 중 여성 근로자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효성 스판덱스 공장에는 남성 근로자보다 여성 근로자가 훨씬 많더군요. 베트남은 남성보다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한다고 합니다. 과거 남성들은 전쟁에 참여했었다는 이유로 집앞에서 도박을 한다거나 베트남 커피를 즐기는 경우가 다소 있고, 돈을 번다거나 생계를 꾸리는 건 여성이 담당하던 문화가 있다고 하더군요. 셔터맨을 꿈꾸는 남성들이라면 이민을 고민해보시는 것이 어떨지…. (농담입니다. 이제는 옛날 얘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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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공장에서 근무 중인 여성 현지 근로자. 호찌민=문희철 기자

베트남이 아직 공산국가인지라 경찰(공안)이 뒷돈을 요구하는 일도 공공연히 벌어진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통상 300만 동(약 15만원) 정도를 올려두면 즉각 풀려난다고 하더군요. 외국인이라서 돈이 없다고 하면 친절하게 인근 ATM기기까지 안내해준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

아래 사진과 같이 갈색 옷을 입은 분들이 교통순경입니다.

현지 기업인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과정은 얼마나 어려웠을까 생각해봅니다. 분명 투명하지 않은 절차도 있었고, 황당한 사건도 수없이 벌어졌을 겁니다. 숱한 시련을 뚫고 호찌민 경제를 사실상 움직이는 국내 기업인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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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교통경찰 제복. 호찌민=문희철 기자

하노이에서는 전·현직 대우그룹 임직원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에서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 졸업생을 선발해 동남아 현지에서 무료로 취업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베트남 호치민 하노이문화대학 건물에서 교육에 한창인 GYBM 교실을 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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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우중 사관학교로 불리는 글로벌 YBM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 이곳을 졸업하면 취업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 하노이=문희철 기자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스스럼없이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서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인사 예절이 GYBM의 중요한 교육철학이라고 합니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은 거의 100% 현지에서 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탓입니다. 베트남 GYBM 5기 졸업생은 100명에 불과하지만 90여 개 기업이 최대 10명까지 졸업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GYBM은 설명하더군요.

성강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GYBM 교육팀장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중간관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베트남어를 구사해 현지인을 관리하면서, 한국어·영어가 능통해 본사 직원과 커뮤니케이션할수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GYBM은 동남아에서 중간관리자를 양성하는 인력기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들이 열정적으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 동맹국 수준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 서로 상보적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업인들의 구슬땀이 있기에 향후 양국 협력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호찌민·하노이=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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