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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박 중독 10대들, 밑천 구하려 중고품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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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김모(15)군은 지난 2월 중고품 거래 인터넷 사이트에 ‘빅뱅 콘서트 막콘(마지막 콘서트) 스탠딩 B구역 2연석 양도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자 김군은 “25만원을 선입금하면 티켓을 보내주겠다”며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김군이 제시한 계좌번호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의 것이었다. 김군은 입금된 돈만큼 도박 포인트로 돌려받았다. 콘서트 티켓은 애초에 없었다. 도박 밑천 마련을 위해 벌인 사기 행각이었다. 김군은 이런 수법으로 일주일 동안 9명을 속여 280만원을 도박 사이트 계좌로 입금하게 했다. 피해자의 신고로 김군은 지난달 대구 동부경찰서 경찰관에게 체포돼 소년보호시설로 보내졌다.

김군처럼 도박 밑천을 구하기 위해 중고 거래 사기 범행을 벌이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손모(19)군은 중고 신발을 70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리고 선금 50만원을 도박 사이트 계좌로 입금하게 한 혐의로 지난 3월 경찰에 구속됐다. 또 이모(17)군은 ‘엑소’의 콘서트 티켓을 판다며 11만원을 도박 사이트 계좌로 보내도록 해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돈이나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도박을 위해 사기를 벌였다.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도박 밑천을 마련해야 할 만큼 도박에 빠져 있었다는 의미다. 서울 광진구의 고교에 다니는 양모(18)군은 “어디까지 중독인진 모르겠지만 매일 스포츠도박에 베팅하고 도박을 위해 스포츠 경기를 챙겨보는 애들이 한 반에 4~5명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업시간에도 몇 천원에서 몇 만원까지 베팅을 하고 해외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 일도 잦다고 한다. 게임을 하듯 일상적으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15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재학 중인 중·고교 학생 중 약 3만 명이 시급한 개입이 필요한 수준의 도박중독 문제를 갖고 있는 ‘문제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센터는 약간의 중독성을 보이는 그 아래 단계의 ‘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은 12만 명가량 있다고 추산했다. 또 2014년 김성봉 제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 제주 지역 고교생 675명 중 92%가 한 가지 이상의 도박 행동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10대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자주 노출돼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고 지적한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개인방송·게임 등에서 도박 사이트 광고를 계속 접하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빈도가 너무 잦다. 또 친구들과 함께하는 탈선에는 죄책감을 덜 느끼는 ‘또래 문화’ 등이 작용해 청소년 스스로 도박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 학교에서의 교육과 상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윤정민·서준석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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