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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도마뱀 76마리 폐사, 파충류 무덤 된 함평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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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도마뱀 등이 전시된 전남 함평군 양서·파충류 생태공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정육면체 형태로 제작된 전시공간 안에 든 동물을 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함평군의 양서·파충류 공원이 문을 연 지 1년6개월 만에 70마리가 넘는 뱀과 도마뱀 등이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함평군의 ‘함평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동물 현황’에 따르면 2014년 10월 생태공원이 개관한 무렵부터 지난달까지 총 76마리의 동물이 죽었다. 금액으로는 6000만원에 달한다.

폐사한 동물은 그린아나콘다·가분바이퍼·돼지코뱀·서부방울뱀·세일핀도마뱀 등 30여 종이다. 대부분 국내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종들이다. 함평군은 전문 업체를 통해 동물들을 수입한 뒤 전시하고 있다. 앞서 2011년 8월로 예정됐던 생태공원 개장이 늦어지면서 이구아나 등 41마리의 동물이 폐사하기도 했다.

이 생태공원은 함평군 신광면 가덕리에 연면적 2673㎡ 크기로 들어섰다. 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에는 90여 종 700여 마리의 뱀과 도마뱀·거북 등이 전시돼 있다.

생태공원 개관 이후 죽은 뱀과 도마뱀 중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보호되는 동물도 포함돼 있다. 국제적 멸종 위기종 2급인 킹코브라와 수마트라 왕도마뱀 등 14종 30마리다.

함평군은 폐사 원인으로 환경 부적응과 거식증·피부암·영역 다툼 등을 꼽았다. 또 “폐사를 막기 위해 사육사들이 수시로 뱀과 도마뱀 등을 살펴보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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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도마뱀 사체가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2층 전시 공간 뒤편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이곳에 근무 중인 전문 사육사는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직원 7명은 시설관리 같은 일반 업무만 본다. 수의사가 없는 탓에 동물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 광주광역시의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동물이 아닌 관람객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전시환경이 폐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각 전시 시설이 개별 종의 크기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아파트처럼 같은 면적의 정육면체 형태의 전시 공간 등에서 서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곳에서는 작게는 가로·세로·높이가 60~70㎝에 불과한 공간에 몸길이 1m가 넘는 뱀이 전시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본 설비인 자동 습도 조절 장치 등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어떤 양서·파충류를 전시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분석 없이 생태공원의 규모나 시설을 먼저 결정하고 동물들을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갑자기 서식 환경이 바뀐데다가 몸에 맞지 않는 전시공간에 들어간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죽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제때 처리하지 않고 장기간 냉동고에 보관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받는다. 함평군은 뱀과 도마뱀 사체를 비닐봉지에 담은 뒤 전시공간 뒤쪽에 놓인 냉동고에 넣어둔 상태다. 길게는 죽은 지 1년이 넘은 동물 사체도 있다. 함평군 김강남 문화관광체육과장은 “개장 초기여서 많이 죽은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생태공원의 전시 환경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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