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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5월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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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심사평
생명의 환희처럼 푸른 녹음의 계절인 오월, 그만큼 이달의 작품들도 풍성했다. 그러나 절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근간으로 삼는 시조운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이나, 지나친 관념어, 한자어에 의존한 작품이 생각보다 많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달의 장원작으로 윤애라의 ‘분홍낮달맞이꽃’을 올린다. 가난과 불구의 몸으로 폐지수레를 미는 할머니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활짝 핀 분홍낮달맞이꽃으로 읽어내는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단연 돋보였다. ‘구르는 녹슨 바큇살’‘휘청대는 허공’‘수없이 꼬꾸라져도’의 역경에도 ‘햇빛’과 ‘웃음’으로 ‘길 하나 내고 있’는 정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히 그려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된 언어선택과 육화된 삶의 진정성이 감동의 폭을 한층 넓혀주었다.

차상으로 뽑힌 김화정의 ‘봄 나무에 기대어’도 녹녹치 않는 역량을 지니고 있는 수작으로 읽힌다. ‘그대’의 상실로 인해 ‘얼음의 감옥’ ‘벼랑 끝’의 절박한 심정의 겨울을 지나 ‘불에 타 헐린 속내’의 사랑의 상처에도 ‘풀씨 다시 돋는’ 봄날, ‘기진한 가지에 물든 이 미친, 기다림’을 고백한다. 종장처리가 돋보였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봄 나무’에 투영하여 형상화한 발상이 흥미로웠으나, 본의가 모호한 비유의 선택은 보다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하로는 윤병석의 ‘모과꽃 핀 봄밤’을 선한다. 역시 ‘그대’와의 이별과 그리움이 주조를 이룬 작품이다. 그대를 보내고 그대를 그리워하는 애틋함이 ‘모과꽃’을 통하여 간절하게 감각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대’라는 말이 짧은 작품 내에서 4번이나 반복되는 것은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이외에도 최승관, 장금석, 전제진의 작품이 끝까지 논의되었다. 정진을 기대한다.

초대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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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도 끝물, 보리누름 철이다. 꿩 한 마리 오름에 올라 목울대를 늘씬하게 뽑는다. ‘꿩, 꿩’, ‘대명천지’의 정수리를 뚫으며 목청을 내지를 때마다 허공도 봄숲도 몸살 난다. ‘오름만 한 고백’이라니, ‘대놓고 대명천지’를 울리는 호기로운 장끼의 한철 구애가 쩌렁하다. ‘갓 쪄낸 쇠머리떡에/ 콩 박히듯’ 뜨끈뜨끈하면서도 절박한 고백을 감당하는 건 정작 온 세상이 아닐까.

짝짓기의 계절, 암컷은 오직 음색으로만 수컷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니, 장끼의 호사스런 몸매며 빛깔도 이즈음만큼은 무색해지는 것이겠다. 팽팽히 장전된 두 음절의 잘 여문 된소리를, 풀 섶 까투리도 온몸이 귀가 되어 기다리고 있을 봄날. 멀고 아득한 그 귀를 저릿하게 물들이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잘 울어야 하는 군웅들의 할거로 오름 숲은 왁자하다.

300개가 넘는 제주 오름은 천하의 고수들이 모여드는 무림으론 그만이리라. 귀 어두운 까투리 한 마리가 게으른 장끼 한 마리의 끝물 울음에 화답하며 마지막으로 푸드득 날아오를 때까지, 오름의 허공은 좀 더 낭자해져도 좋으리라. 좀 더 법석을 떨어도 좋으리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꺼병이들을 품을 날을 생각하면, 때를 놓치랴.

하여 ‘꿩 구워 먹은 자리’는 흔적 없어도, 꿩 날아간 자리는 조만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지 않겠는가. 꿩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것이다. ‘꿩, 꿩’.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자격을 줍니다.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또는 e메일(kim.soojoung@joongang.co.kr)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e메일로 응모할 때도 이름·연락처를 밝혀야 합니다. 02-751-5379.

박명숙 시조시인
심사위원: 이달균·박권숙(대표집필 박권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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