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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에 대한 한국의 걱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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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전 미국연방하원의원

올 2월 초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의 첫 대결 결과만 보고는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이기리라고 아무도 상상조차 못했었다. 3월 1일 수퍼 화요일에 자기 지역구인 텍사스에서 완승을 한 크루즈는 “막말의 트럼프는 전혀 가망 없는 조커”라고 빈정거렸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에게 참패한 루비오는 결국 경선에서 하차했고 트럼프는 뉴욕에서 완승을 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5월 3일 인디애나주에서 참패한 크루즈는 경선을 포기했고 오하이오 주지사인 케이식까지 기권하면서 하루아침에 트럼프 혼자만 남은 싱거운 경선으로 변해버렸다.

반면 민주당 경선에서는 힐러리에게 패배한 샌더스가 끝까지 버티면서 놀랍게도 예상 못한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힐러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늘어남에 따라 샌더스가 버틸수록 결국 많은 샌더스의 표는 트럼프에게 모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데도 공화당 골수파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는 부적절하다며 6월 18일 전당대회에서 담판을 짓거나 제3의 후보를 내세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상승하는 트럼프의 기세에 눌려 이제는 다들 꼬리를 내린 것 같다.

트럼프 돌풍은 미국인들이 거물 정치인들의 ‘자기들끼리의 정치’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때가 묻지 않은 기업인, 자기 생각을 서슴지 않고 밝히는 트럼프에게 매력과 신뢰감을 갖게 된 것이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미디어들이 몰려들어 그를 공격할 때마다 그의 인기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는 메시지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다니는 트럼프에겐 또 새로운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바로 ‘애국 마케팅’이다. 코카콜라는 병에 커다란 글씨로 “나는 미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적었다. 시카고에서 멕시코로 공장을 옮긴 나비스코에 분노한 트럼프가 “오레오 쿠키를 절대 사먹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나비스코는 큰 글씨로 봉지에 ‘Proudly made in U.S.A.(미국에서 자랑스럽게 만들어졌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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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를 뒤엎고 미국의 45번째 대통령은 트럼프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트럼프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그가 최근에 “김정은과 만나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오바마 정부 8년간 계속됐던 ‘핵 포기 없이는 결코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는 정책을 뒤집어 놓는 얘기다. 그동안 북한의 핵 기술은 더욱 진전되었고 그 위협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자기가 늘 자랑해 왔던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 김정은과 단독으로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한미군 비용 부담이다. 2만8500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한국을 지키고 있으며, 군함과 전투기를 보내 합동훈련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서로 공평하게 부담하자는 이야기다.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한국은 현재 내는 부담 금액이면 충분해 보인다”고 했다. 내 생각엔 결국 돈 문제인데, 기업인 출신 트럼프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 조목조목 따지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셋째는 미국의 엄청난 무역적자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이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 한국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지난해만 해도 300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지금 미국 시장에 떠돌아다니는 상품들은 거의 40%가 중국산이다. 자그마치 4조8020억 달러의 무역에서 3000억 달러의 적자를 낸 것이며,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트럼프에 대한 공포심을 버려야 한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다. 공화당 정책은 단 한 번도 한국을 배반한 적이 없다. 공화당의 어느 누구도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미국의 유일하게 자랑스러운 성공 케이스다. 6·25전쟁에 수만 명의 젊은 목숨을 희생시킨, 피로 맺은 동맹국이다. 사소한 이해관계로 인한 오해와 마찰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미국인들은 근본적으로 한국을 좋아한다. 그것은 우리가 미국에 가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북한은 불안해 보인다.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 북한이 붕괴되면 김정은은 중국을 불러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내란 진압을 내세워 수만 명의 중국군이 북한에 주둔할 수도 있다. 중국은 김정은이 몰락한 뒤에도 계속 남아 결국 북한을 중국의 영토로 만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막으려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넘기는 것도 중국이 비토권을 쥐고 있는 한 무의미해 보인다. 우리의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다. 어느 때보다도 외교가 중요한 시기다. 최근 한 신문을 보니 이번 대한민국 국회에 외교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큰 걱정이다.

김창준 전 미국연방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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