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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보석, 예술·장인정신·기술 복합 산물이죠

| ‘반클리프 아펠’ 싱가포르 전시회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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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한 에메랄드 원석(사진 왼쪽)과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로 장식한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예술과 과학은 언뜻 생각하면 이질적이다.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보석과 객관적 입증의 학문인 과학은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보석은 그 자체가 과학이다. 다이아몬드·사파이어·루비·에메랄드 같은 보석은 자연 상태에서 무기적으로 형성된 광물이다. 땅 속, 해안, 해저, 운석, 심지어 대기 속에도 존재하는 광물 중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진귀한 것이 바로 보석이다. 여기에 예술적 영감과 장인의 기술이 더해지면 보석은 예술과 과학을 한 몸에 품게 된다. 이를 보여주는 아트 전시회가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 보석·시계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이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싱가포르 ‘예술과 과학 박물관’과 함께 여는 ‘보석의 예술과 과학’ 전시회다. 오는 8월 14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지난달 22일 싱가포르 도심의 호텔·컨벤션센터인 마리나 베이 샌즈에 있는 ‘예술과 과학 박물관’. 박물관 이름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보석의 예술과 과학’ 전시회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반클리프 아펠이 지난 110년 동안 창조한 주얼리 컬렉션 가운데 430여 점과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광물 원석 250여 점을 함께 선보인 전시회다. 보석 광물과 세공·디자인 기술의 만남이다. 2011년 개관한 최신식 싱가포르 박물관은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테마로 한 곳이어서 반클리프 아펠은 세계 여러 도시 주요 박물관 가운데 주저 없이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보석의 탄생부터 주얼리 완제품까지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96캐럿짜리 옐로 다이아몬드

전시장 안에 들어서니 부리에 옐로 다이아몬드를 물고 날아가는 화려한 새 모양의 보석 클립(브로치)이 관람객을 맞았다. 어른 엄지 손가락보다 큰 옐로 다이아몬드는 96.62 캐럿 상당이다. 다이아몬드· 에메랄드·사파이어를 세공한 이 클립은 전시회 상징물이다. 놀랄만한 크기의 옐로 다이아몬드가 전시회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다이아몬드는 1930년대 폴란드 오페라 가수인 가나 왈스카가 목걸이 펜던트로 착용했던 것이다. 71년 소더비 경매를 거쳐 72년 지금의 모습으로 디자인이 바뀌었다. 부위별로 해체하면 세 개의 액세서리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주얼리다. 날개 부분은 한 쌍의 귀걸이로, 옐로 다이아몬드는 펜던트로 착용할 수 있다.



지구 과학과 보석의 만남

7개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은 지구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전시 기획자는 “지구는 운석 충돌, 지각 변동, 화산 활동 등 지질학적 활동으로 변화해왔는데 이를 통해 생성된 광물 중 일부는 크기와 컬러, 투명도가 뛰어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보석이 됐다. 따라서 보석은 지구의 생산성과 인간의 감각적 지각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광물학자들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보석 형성 과정의 일부를 밝혀냈다. 이 가운데 7가지 중요한 원칙을 추려내 전시 테마로 삼았다. 바로 압력, 온도, 이동, 물, 공기, 생명, 변성 작용이다. 7개의 키워드에 따라 전시실이 구성됐다. 반클리프 아펠도 주얼리 400여 점을 7개의 테마로 분류했다. 쿠튀르, 추상적 개념, 외부로부터의 영향, 귀한 오브제, 자연, 발레리나와 요정, 우상 등 브랜드의 DNA를 나타내는 키워드다. 다만, 광물 형성 과정의 7개 키워드와 반클리프 아펠의 7개 테마를 1대1로 정확하게 연결짓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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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아펠의 ‘보석의 예술과 과학’ 전시회에는 광물 원석과 주얼리가 나란히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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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둘러보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



지구가 만들어낸 원석

유리로 된 진열장 안에는 막 광산에서 캐온 듯한 거친 느낌의 광물 원석과 정교한 디자인의 주얼리 제품이 짝을 이뤄 놓여 있었다. 돌덩어리 수준인 원석과 섬세한 주얼리 완성품 사이에는 가공 단계별로 다양한 모양의 원석이 촘촘히 자리를 채웠다. 예를 들어 ‘산소’라는 테마의 전시실에는 초록색과 흰색이 회오리 문양으로 섞인 말라카이트 원석과 이를 정교하게 세공한 네 잎 클로버 모양의 ‘알함브라’ 컬렉션 목걸이가 진열됐다. 말라카이트는 산화된 형태의 구리로 인해 초록빛을 갖게 된 보석이다. 산화를 일으키는 ‘산소’의 작용 덕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산소’ 테마로 분류한 것이다.

‘압력’으로 명명된 전시실에서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페리도트 원석을 볼 수 있었다. 탄소 원자로 구성된 다이아몬드는 지구 표면에서 150㎞ 깊이에서 만들어지는 압력의 산물이다. 압력이 작용해 독보적인 강도와 경이로운 빛을 뿜어내는 보석이 된다.

쿼츠(quartz·수정)는 ‘온도’가 빚어낸 예술이다. 마그마에서 결정화할 수 있는 다양한 광물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다. 어른이 두 팔로 감싸 안을 수 없을 만큼 큰 쿼츠 암석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무게가 약 800㎏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려 40억 년 전에 생성됐다고 한다. 광물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이동’이라는 특징이다. 원소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서 쌓이고 모이게 되는데, 금과 토파즈, 에메랄드는 이동을 통해 특정 장소에 쌓여 더 큰 결정체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광물이다.



원석이 만들어낸 보석

‘쿠튀르’ 전시실은 정교한 금 세공 기술 등 공방 장인들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게 꾸며졌다. 1930년대 윈저 공작부인의 제안으로 시작돼 20여 년 뒤 완성된 ‘지프 목걸이’는 실제 지퍼처럼 열고 닫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항공 점퍼 등 기능적인 분야에서 사용되던 지퍼를 주얼리에 접목시키는 창의적인 시도였다. 지퍼가 열린 상태로는 목걸이로, 끝까지 채우면 팔찌로 착용할 수 있다. 반클리프 아펠의 디자인 전통인 ‘변형 가능한 주얼리’의 대표작이다.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주제로 한 방은 반클리프 아펠이 중국·일본·이집트·멕시코·중동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얻은 영감을 주얼리와 시계·소품함 등 오브제로 풀었다. 1922년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이집트풍 장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에 영감을 받아 색색의 원석이 장식된 ‘이집션 인스퍼레이션 팔찌’ 등이 탄생했다.

‘자연’은 브랜드가 설립된 이래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나비가 날갯짓하는 모습이나 화려한 모란이 꽃을 피우는 장면, 잠자리와 잉꼬가 양귀비와 동백나무 사이에 살고 있는 모습이 주얼리 작품으로 구현됐다. 골드·사파이어·루비·다이아몬드로 만든 꽃다발 모양 ‘부케 클립’, 목걸이·팔찌·벨트·브로치로 변형 가능한 주얼리 ‘빠스 빠뚜’는 독창적인 세공 기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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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과 드레스 주름 장식이 생생한 발레리나 클립.

반클리프 아펠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디자인 모티브는 발레리나와 요정이다. 1940년대 초 뉴욕에서 탄생한 발레리나 클립과 요정 클립은 섬세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로즈컷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머리 위에 루비와 에메랄드로 만든 머리 장식을 씌우고, 댄싱 슈즈와 드레스는 다이아몬드와 색색의 스톤으로 만들었다. 대표작인 ‘스페인 발레리나 클립’은 발레리나의 손짓·발짓과 드레스 주름 장식까지 생생하다. 기쁨과 희망을 상징하는 요정 클립도 섬세한 세공 기술을 보여준다.

‘진귀한 오브제’ 전시실은 과거 부유층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오브제가 흥미로웠다. 인도의 한 부자가 애완 개구리를 위해 주문한 케이지가 단연 인상적이었다. 개구리가 뛰어놀 수 있도록 케이지 안에 작은 연못과 사다리를 놓아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금·산호·오닉스·루비 등으로 만들어진 케이지는 이후 새장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왕실과 스타의 보석

반클리프 아펠 보석을 애용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세계적인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모나코의 그레이스 왕비, 영국의 윈저 공작부인 등 각국 왕실과 유명인의 주얼리도 선보였다. 이집트의 파이자 공주가 주문한 ‘피오니 클립’은 30년대 예술적 기교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보석과 보석 사이에 금속 세팅이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 세팅’ 기술을 적용해 버마산 루비 640개로 섬세한 장미꽃을 그려냈다.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이 샤를렌느 왕비에게 선물한 티아라도 인기였다. 다이아몬드 900개와 사파이어 300개로 장식한 티아라는 수영 선수 출신인 부인에 대한 헌사로 물결을 의미하는 동그라미를 형상화했다.

니콜라 보스 반클리프 아펠 최고경영자(CEO)는 “장식미술의 한 장르로서 주얼리는 예술적인 영감과 장인정신과 기술이 복합된 산물이다. 따라서 보석은 예술과 과학 및 기술이 연결되는 흥미로운 대상이고, 이를 공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때로는 돌덩어리 수준의 광물 원석이 세공된 보석보다 더 아름다웠다. 험준한 자연 속에서 작은 보석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 뚜렷한 대비를 이룰 때였다.


싱가포르=박현영 기자 hypark@joong.co.kr
사진=반클리프 아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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