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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디올·랑방·입생로랑…‘창작 사령탑’ 줄이어 떠나는 까닭

|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들 교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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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잇따라 자리를 바꾸고 있다. 지난달 사임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입생로랑’의 에디 슬리먼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앙포토]



지난달 초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입생로랑’의 창작 사령탑이 바뀌었다. 입생로랑을 4년간 이끌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에디 슬리먼(47)이 사임을 발표한 데 이어 사흘 만에 이 자리를 이어받을 후임자가 발표됐다. 입생로랑의 모기업인 케어링그룹은 안토니 바카렐로(36) ‘베르수스 베르사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전격 영입했다. 이로써 올해 초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슬리먼의 퇴장과 바카렐로의 등장이 현실이 됐다.입생로랑은 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사임하거나 교체된 여러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한 브랜드를 10여 년 책임졌던 과거에 비해 요즘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근속 기간은 짧아지는 추세다. 보통 계약 기간은 약 3년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연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브랜드로 자리를 옮기거나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독립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 교체 시기는 사이클처럼 반복된다. 최근 최고 수준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꺼번에 교체기를 맞으면서 패션계와 팬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교체기 맞은 명품 디자이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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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를 떠난 알렉산더 왕.

지난 1년 간 최고 명품 브랜드에서 크리에이티브 총책임자가 바뀐 것은 입생로랑이 네 번째다. 지난해 7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렉산더 왕(33)이 브랜드를 떠났고, 10월에는 ‘크리스찬 디올’의 라프 시몬스(48)와 ‘랑방’의 알버 엘바즈(55)의 사임이 이어졌다. 대만계 미국인인 알렉산더 왕은 2012년 서른이 채 안 된 나이에 발렌시아가의 수장으로 발탁됐다. 이곳에서 15년을 일한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비통으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그가 메우게 됐다. 이후 2년 반 동안 발렌시아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알렉산더 왕’에 더욱 충실하기 위한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후임으로는 요즘 젊은층에게 인기인 ‘베트멍’의 수장 뎀나 즈바살리아(35)가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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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찬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서 물러난 라프 시몬스.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인 시몬스는 지난해 사임하면서 “일 할 때의 원동력을 더 얻기 위해 디올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의 스타일과 디올의 유산을 조화롭게 해석해 정체에 빠져 있던 디올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개최한 2016년 봄·여름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약 3년 반 동안의 디올 생활에 작별을 고했다. 그의 후임으로는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탱,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 ‘알투자라’의 조세프 알투자라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새 디자이너 선임이 늦어지면서 디올은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까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없이 사내 디자인팀이 꾸렸다. 정작 시몬스는 ‘캘빈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랑방’의 앨버 엘바즈는 나머지 세 디자이너보다는 재직 기간이 길었다. 2001년 이후 14년간 랑방의 모든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다가 지난해 전격 사임했다. 그는 사임의 변에서 회사 측과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으며 패션 디자인업계의 소모적인 행태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그의 후임으로는 파리패션위크에서 단독으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여성 디자이너 부크라 자라(46)가 선임됐다.



브랜드를 전성기에 올려놓은 실력자들


명품 브랜드들은 스스로를 ‘하우스(house)’ 또는 ‘메종(maison)’이라 부른다. 각각 영어와 불어로 ‘집’을 뜻하는 이 말은 역사와 전통, 문화적 유산과 창작 파워를 보유한 명품 브랜드를 일반 브랜드(또는 기업)와 구분짓는다. 럭셔리 하우스에서 만들어내는 의류·가방·구두·액세서리 등은 모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지휘에 따라 제작된다.

일부 디렉터들은 부티크 내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 광고 비쥬얼, 온라인 동영상, 심지어 쇼핑백 디자인 등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까지 도맡는다. 통일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되는 모든 접점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손길을 거치게 된다.명품은 결국 메종의 유산과 이를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실현시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실력으로 만들어진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사임한 디자이너들은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입생로랑의 슬리먼은 젊은 기운을 불어넣으며 브랜드 혁신에 성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가 합류하기 전인 2011년 3억5370만 유로이던 입생로랑 매출액은 지난해 9억7360만 유로로 3배로 뛰었다. 파리에 있던 디자이너 사무실을 미국 LA로 옮기는 등 파격적인 행보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소비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시몬스도 디올의 감수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메종을 최고의 전성기에 올려놓았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

디자이너와 메종이 결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크리에이티브 권한을 둘러싼 이견이 대표적이다.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완벽한 통제를 원하지만 메종은 디자인팀을 확대해 권한을 분산시키기를 원하기도 한다. 로이터통신은 패션업계 해드헌트의 말을 인용해 “카리스마 있으면서 현대적이고, 강력한 비전을 갖고 있으면서도 메종의 통제 범위 안에서 활동할만한 디자이너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디자이너들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무명의 신인을 최고급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디자이너로 키워내는 브랜드도 생겨났다. 입생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리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전 직장인 ‘베르수스 베르사체’다. 젊은 감성의 브랜드인 베르수스는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나단 앤더슨, 톱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 등을 배출했다. 베르사체그룹의 도나텔라 베르사체 부사장은 “베르수스가 신인 인재들이 글로벌 패션계로 진출하는 등용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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