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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뭐예요…베트남서 웃는 기업 셋

위기서 기회 찾은 해외 공장들 르포

| 기술력·생산역량 갖추고 준비, 10년 전부터 진출
수요 늘며 공장 풀가동, 5년 새 매출 4.1배 늘기도
내수 잠재력도 커 글로벌 기업들 생산기지로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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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년짝공단의 효성 타이어코드 공장에서 직원이 굉음 때문에 귀를 막고 일하고 있다. [호찌민=문희철 기자], [사진 효성]


지난 20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한 시간 걸리는 년짝공단의 효성 타이어코드 공장. 부이 만 도안 사원이 높이 70m에 달하는 거대한 고상중합탑을 바쁘게 오르내린다. 고상중합탑은 원료 물질인 폴리에스터(polyester)의 물성을 바꿔 주는 탑처럼 생긴 거대한 장비다. 여기서 나온 일종의 실을 꼬는 방사기도 1만rpm(분당 회전수)으로 힘차게 돌아간다. 흰옷을 입은 근로자들은 활기차게 기계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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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효성 타이어코드 공장은 단일 타이어코드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호찌민=문희철 기자], [사진 효성]


인근 효성 스틸코드 공장 역시 근로자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스틸코드는 타이어 내부에 들어가는 철로 만든 타이어 보강재다. 효성은 세계 스틸코드 시장의 약 10%를 점유한다. 쯔엉 당콰 사원이 품질 검사를 하고 빨간 버튼을 누르자 60가닥의 철근이 굉음을 내며 일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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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공장 야적장에 수출용 전선 케이블이 쌓여 있다. [호찌민=문희철 기자], [사진 효성]


같은 날 인근 LS전선아시아의 호찌민 공장(LS케이블베트남·LSCV)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공장 공터엔 중남미 통신장비사 ‘파이코’로 갈 광케이블이 감긴 대형 나무 드럼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송우성 LSCV 법인장은 “아메리카·유럽에서 주문이 밀려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 기업은 공장 불이 꺼지고 도크가 비어 가는 국내 제조업 상황과 완전히 달랐다. 효성은 지난해 매출(12조4585억원)·영업익(9501억원) 모두 창사 이래 최대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5년 만에 매출이 4.1배, 당기순익이 5.8배 증가했다.

LS전선아시아(베트남 공장 2곳)는 10년간 매출이 7배나 늘면서 연평균 24% 성장했다. 베트남 수주에 공을 들여온 두산중공업은 수년째 꾸준한 영업이익률(4~7%·자회사 제외)을 기록 중이다. 이들은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을 미리 간파하고 다른 기업이 가기 전인 2006~2009년 선제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KOTRA가 26일 발표한 ‘6개국·31개 생산기지 이전 사례 분석’에 따르면 2014년부터 생산기지를 이전했거나 2년 내 이전을 밝힌 글로벌 기업 중 절대 다수(51.9%)가 베트남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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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만 믿고 신시장을 고르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비용보다 중요한 건 세계 최고 제품을 현지에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이다. 인건비 경쟁으론 결국 중국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효성도 베트남 성공 뒤엔 조석래 효성 회장의 기술경영 철학이 자리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세계 1위 제품(스판덱스·타이어코드)을 베트남에서 만든다.

현지 생산역량이 부족하면 기술력도 무용지물이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2008년 도입했다. 효성도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을 설계할 때부터 울산공장과 완벽히 동일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권기수 효성 베트남 법인장은 “울산공장 근로자가 갑자기 베트남에 와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조업 전반이 체질 개선 중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한 기업과 기존 발주처에 안주한 기업의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창 중국 경제가 좋을 때도 안주하지 않고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기업들이 최근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진출한 덕분에 막 꽃이 피는 현지의 내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베트남은 인구가 9000만 명이 넘고 2012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5~6%씩 성장하는 유망 소비시장이다. 중동에서 중공업계가 출혈 경쟁할 때 두산중공업은 베트남에서만 손쉽게 5년간 7조원가량을 수주했다.

한국 기업은 동남아에 한국식 비즈니스(K-Biz) 시스템도 전파하고 있다. LS그룹은 업무 프로세스 개선 아이디어를 내면 즉각 포상금을 주는 ‘현장개선제안활동’이란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이를 베트남 법인에 이식했다. 레 칵 호아이 안 LV생산팀장은 “한국 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인 현장개선제안활동이나 3정(정품·정량·정위치)활동을 현장에서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 친·인척 경영이 일반화된 베트남이지만 LS그룹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자 공산당 실세 부사장을 해고해 버리기도 했다. 베트남에선 전례가 없던 일이다. 애사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베트남에 효성은 한국 특유의 동료애 문화를 전파했다. 베트남 공장 곳곳엔 직장 동료끼리 찍은 사진과 기념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14년 베트남 전역에서 반(反)중국 시위대가 효성 건물로 들이닥쳤을 때도 현지 근로자들이 앞장서 시위대와 오해를 풀었다. 응우 옌 반퐁 효성 총무부 사원은 “주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느껴져 효성의 통근버스를 타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호찌민·하노이(베트남)=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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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