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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 푼이 아쉬웠지만…그 때 말뫼는 대학부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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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연
경제부문 기자

“(2002년 조선소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한 일을 뜻하는) ‘말뫼의 눈물’은 여기 사람들에겐 철지난(old-fashioned) 이야기다.” 지난 9일 스웨덴 말뫼에서 만난 시민들은 입모아 말했다. 거제·울산과 비슷한 위기를 미리 겪은 이 도시와의 접점을 찾으러 현장에 갔지만 말뫼시민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국내 조선업에 위기가 닥치면서 말뫼는 본의 아니게 유명해졌다. 그러나 직접 찾아가 본 말뫼에는 크레인도, 눈물도 없었다. 불과 15년 전 일이지만 시민들이 입모아 너무 오래전 일이라 얘기할 정도로 도시는 탈바꿈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시민이 힘을 모아 선제적 대응을 한 덕분이다.

말뫼시는 시장과 기업·노조·학계 전문가와 시민을 포함한 협의체를 꾸려 1990년대 중반부터 위기를 준비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 도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나섰다. 논의 끝에 나온 주요 계획이 창업기반 확충, 친환경 주거단지 건설, 대학 설립이었다. 각 프로젝트 별로 팀을 구성해 개별 팀 안에 이해 당사자들을 배치했다.

당시 시장을 맡은 일마 리팔루는 “나는 대학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며 “에스토니아 이민자 출신으로서 인재를 양성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데 대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렇게 1998년 이 도시 최초의 대학인 말뫼대학이 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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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주거단지가 들어선 스웨덴의 웨스턴하버 지역. 뒤로 말뫼의 랜드마크인 터닝토르소가 보인다.


친환경 주거단지팀에는 빈민촌에 거주하던 시민도 참여했다. 리팔루 전 시장은 “앞으로 당신이 사는 마을이 어떻게 바뀌면 좋겠냐는 주문에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아이디어를 냈다”고 회상했다.

말뫼의 위기 극복 키워드는 ‘협력(Work together)’이다. 위기에 처한 당사자 만큼 해법이 절실한 사람은 없다. 리팔루 전 시장은 “중앙정부가 나서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자체가 먼저 자구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재정은 늘 부족하게 마련이고, 한정적인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 각 지역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적 특성을 우선 파악해야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탄탄한 복지 정책도 뒷받침됐다. 말뫼시에서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했을 때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 실직자에게 임대주택과 생계비를 지원해 부담을 덜어줬다. 직장을 잃어도 교육비·의료비가 지원된 덕분에 생활 기반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동시에 재취업 교육을 실시해 말뫼시는 조선소 인력의 상당수를 뉴타운·학교·공원 등을 만드는 공공도시 사업에 활용했다.

페아 안더슨 말뫼시 무역산업국장은 “중앙정부의 지역균형개발 정책에 의해 일부 재정적 지원을 받은 것 외엔 별도의 중앙정부 지원은 없었다”며 “다만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제도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말뫼를 다녀왔다는 기자에게 사람들이 말했다. 말뫼는 거제·울산과 태생부터 다른데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말뫼의 부활’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 다만 정부·지자체·기업·시민이 위기를 직시하고, 하나의 비전을 위해 손을 잡았다. 그 과정에 발생한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각자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단순하지만 기억해야 할 원칙이다.

허정연 경제부문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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