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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해쳐” vs “낙태 감소”…끝나지 않는 응급피임약 논란

성관계 후 임신을 막는 응급피임약을 둘러싼 논란이 3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난 20일 응급피임약에 대해 현행대로 전문의약품(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는 사전피임약도 기존처럼 일반의약품(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으로 분류키로 했다.

김상봉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응급피임제는 1개월 내에 다시 먹으면 생리 주기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데도 재처방률이 3%에 달해 오·남용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우려와 피임제에 대한 국내의 인식 부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응급피임약은 2001년 국내 도입 때부터 전문약으로 분류됐다. 그러다 2012년 6월 보건복지부와 식약청(현 식약처)이 응급피임약을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성관계 이후 72시간 이내에 빨리 복용하면 할수록 효과가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였다.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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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부의 방안은 당시 의료계와 종교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결론을 보류한 채 “3년간 피임약의 국내 사용 관행과 부작용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한 뒤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3년 만에 같은 결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단체와 여성계는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행 제도가 소비자 불편만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원 정모(31·여)씨는 “얼마 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응급피임약이 필요했는데 일요일이라 하루 지난 뒤에야 병원서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며 “시간이 지나면 피임 확률이 떨어진다고 해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응급피임약은 여성이 성폭력 등 원치 않는 임신 가능성에 놓였을 때 이를 피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지만 휴일·야간 등 의사의 처방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일 땐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을 쉽게 살 수 있게 해주면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낙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식약처가 불법 낙태가 만연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남용 우려’라는 가정만 가지고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팀장은 “응급피임약 하나로 낙태를 막자는 게 아니라 해외 선진국처럼 사전피임 문화 안착과 성교육 등 원치 않는 임신 예방에 신경을 쓰면서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여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독일·프랑스 등에선 대부분의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분류돼 있다. 영국에선 16세 이상은 처방전 없이, 16세 미만은 처방전이 필요한 약으로 구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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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지정하면 여성과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에선 처방전을 주기 전에 부작용 등 약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지만 일반약이 되면 이런 절차 없이 약만 사 가게 된다”며 “응급피임약의 성공률은 80% 수준이고 최대 부작용이 원치 않는 임신인데 이를 모른 채 ‘한 알만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알려져 오히려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교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지영현 사무국장은 “이 약은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임신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인데 이미 잉태된 생명을 침해하는 것으로 낙태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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